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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문제? '토론 수업'으로 풀어보자

리첫 2009. 8. 10. 15:01

연구·교수·평가 한꺼번에 이뤄지는 ‘교육의 본질’
교사가 평가하고 입시 반영돼야 학교수업 정상화

 

교육 인터뷰 /
강치원 강원대 사학과 교수

 

“평가방식에 따라 교육은 달라진다. 5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주관식 평가시험 도입이 필요하다.” 강치원(56·사진) 강원대 사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학생들이 사교육에 몰리는 이유를 ‘객관식 평가시험’에서 찾는다. ‘OMR 카드’가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 수업은 열심히 듣지 않고, 학원에 의존해 손쉽게 시험 점수를 올리려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의 본질이 ‘토론’이라고 강조한다. 연구·교수·학습·평가가 토론과 연계될 때 교육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원탁토론 아카데미 원장이기도 그를 만나 사교육 문제와 그 대안인 ‘토론식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사교육의 다른 이름은 고비용 저효율이다. 학생들의 학습 시간은 세계 최고지만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많다 보니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시간은 거의 없다. 고비용 저효율을 극복하려면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그 방안으로 객관식 평가시험을 주관식 평가시험으로 바꾸는 것과 교사에게 학생 평가권을 주는 것을 꼽고 싶다. 가르치는 사람이 평가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우리 교육은 교수와 평가가 분리돼 있다.”

 

평가방식을 바꾸게 되면 주관식 평가시험에 맞춘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나?

 

“강의를 많이 하는 편인데, 평가 방식에 따라 수강생들의 태도가 많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관식 평가를 하면 학생들이 교사들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인다. 물론 주관식 평가방식에 맞춘 사교육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풀이식 학습지나 참고서로 가르치는 학원 사교육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객관식 평가방식에 맞춘 공부는 단기간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주관식 평가시험에 맞춘 공부는 그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같은 사교육이라도 ‘차원’이 다르다. 주관식 평가시험은 고등 사고능력을 묻는 시험으로 학생들의 분석력·판단력·종합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지금 공교육에서 ‘주관식 평가방식’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주관식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논술시험도 주관식 평가의 일부이다. 그러나 논술시험이 암기 위주와 모범답안 작성 수준으로 가다 보니 일종의 ‘백일장 대회’로 전락했다. ‘진짜’ 주관식 평가는 구술면접, 토론, 서술형 지필고사를 포함하는 것이다. 백일장 같은 논술 평가시험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주관식 평가시험이 사교육의 기대심리를 줄일 수 있고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다. 주관식 평가방식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평가자’이다. 그 어렵다는 임용시험을 통과한 교사들이지만 평가의 권한이 없다 보니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 학교 내신 평가는 ‘OMR 카드’가 한다. 왜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고시학원에 비싼 돈을 내가며 일반인의 강의를 듣는지 생각하면 간단하다. 가르치는 사람은 법대 교수이지만, 평가하는 것은 사법시험이기 때문이다. 교사의 실력과 능력은 평가의 권한을 가질 때 길러질 수 있다.”

 

주관식 평가방식에서 ‘토론’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토론식 교육의 특징은 무엇인가?

 

“토론은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연구·교수·학습·평가를 연계할 수 있는 게 ‘토론’이다. 우리 교육이 경쟁력이 없는 이유는 이것들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사는 학생들의 토론을 평가하면서 수준을 파악할 수 있고 이런 자료를 연구하면서 잘 가르칠 수 있다. 학생은 토론을 하면서 학습하고 평가받을 수 있다. 한 명이 10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열 명이 1권의 책을 같이 읽고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이 교육에 효과적이다.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 교육을 위해서도 토론은 중요하다. 학교에서 토론을 할 수 없었던 것은 객관식 평가방식 때문이다.”

 

일제고사 실시, 입학사정관제 확대 등 이명박 정부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문제가 많이 있다. 토론식 연구·교수·학습·평가와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학업성취도 평가는 중요하다. 문제는 그것을 한날 한시에 치르는 일제고사 방식으로 해야 하느냐에 있다. 일제고사는 객관식 고르기 시험이기에 더 큰 문제다. 모든 학생들이 다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 상위 5%나 하위 5%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관식 구술면접 토론방식으로 시험을 보게 하면 된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뿐 아니라 인성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교사가 평가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사정관은 ‘사정’만 하면 된다. 합격 여부만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제도에서는 입학사정관이 사정을 하는 게 아니라 평가를 한다. 주관식 면접시험이라고 하더라도 대학이 평가하면 사교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대학별 전형에 맞춰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는 평가의 권한을, 대학에는 사정의 권한을 줘야 한다.”

 

‘토론능력 인증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들었다. ‘토론능력 인증제’는 뭔가?

 

“토익, 토플과 같은 영어능력 시험이나 기타 자격인증 시험은 모두 객관식 시험이다. ‘토론능력 인증제’는 원탁토론을 통해 등급을 올리는 방식이다. 9급부터 특급까지 10개 등급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9급은 10명의 토론자로 구성되는데 이 가운데 3명을 뽑고, 이 사람들이 8급 인증을 받기 위해 다시 토론을 하는 것이다. 주제는 인문사회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을 다룰 수도 있고 영어 토론도 진행할 수 있다. 주관식으로 평가하는데 토론 전문가로 양성된 평가위원들이 참여한다.”

 

글·사진 이란 기자 rani@hanedu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