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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습관 망치는 특목고 입시준비

리첫 2009. 9. 21. 12:22
아파트 단지로 조성된 새도시에는 항상 특목고 입시 학원이 들어선다. 보통 중심 상권인 번화가에 위치하는데 건물의 3개 층 정도를 사용하는 큰 규모다. 엄청난 건물 임대료와 직원 및 선생님들의 월급은 모두 학생들의 수강료로 메워야 하며 부담은 고스란히 학부모의 몫이다. 특목고 잘 보내는 학원으로 이름을 날리는 학원들은 해마다 합격자 명단을 내세워 학생들을 모은다. 학생들은 자신도 저 명단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꿈으로 학원에 등록하고 밤 11시까지 학원에 살며, 학원 숙제 하느라 학교 숙제는 뒷전인 생활을 시작한다.
 

특목고 대비 학원 공부의 부작용

1000명이 넘는 학생을 확보한 학원에서도 정작 특목고에 합격이 가능한, 즉 학원의 밥줄을 지켜주는 학생은 스무 명 남짓. 기출문제 분석, 예상문제 출제, 학교별 합격전략 등 그 학생들을 위해 학원이 쏟는 정성은 매우 크지만, 수강료는 다른 학생들과 비슷하다. 그러니 소수 몇 학생들이 학원의 명분을 유지하고 학원을 먹여 살리는 것은 평범한 학생들의 수강료다. 결국 학생들은 힘든 공부에 상처 받고 “역시 아무나 가는 게 아니야” 하며 열등감만 얻은 채 중학생활을 보내는 것이다.

 

특목고 대비 학원은 모두 종합반의 형태로 운영되니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한 과목을 자신이 의도한 공부 방법대로 노력해 성과를 내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학생들은 종일 학원에 묶여 있으면서 스스로 공부할 여유를 빼앗긴다. 공부 연습이 되지 않았으니 어찌 실력이 향상될까. 중학교 시절 어떻게 공부하는지 배우지 못한 학생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역시 혼란스럽게 수능 준비를 한다.

 

공부뿐 아니라 학생들의 생활습관도 망가진다. 하교 후 학원에 바로 가야 하니 저녁 시간은 늘 편의점 간식으로 대충 해결한다. 다음날 준비물이나 숙제를 챙기지도 못한다. 학교에서도 학원숙제 하느라 바쁘고,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 숙제는 그냥 혼나고 만다.

 

큰 학원에 통째로 맡기는 공부는 위험하다

대규모 특목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시기는 중학교 입학 후이다. 부모가 자녀의 공부를 돌봐주기 어렵기 때문인데, ‘이왕 학원 다닐 거 큰 학원 다니자’는 생각이 더해진다. 그 지역 학생들이 대부분 다니는 학원이므로 ‘나도 다닌다’는 안심을 얻을 수 있고, 조금 욕심을 더 내서 특목고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몫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사교육 경제에 속는 일이다. 사교육 판이 어떻게 바뀌든 내 공부는 내가 해야 한다.

 

수업 집중, 예·복습을 매일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학원에 내 공부를 통째로 맡겨 버리는 것은 밥 세 끼를 안 챙겨 먹고 영양제만 먹는 꼴이다. 그 후에 더 보충해야 할 것이 보인다면 그때 사교육을 둘러봐야한다. 그렇더라도 인터넷 강의나 과외 등 나의 자율이 큰 쪽을 먼저 살펴야 하며, 학원을 다니려면 과목별로 택해야 한다. 무턱대고 전 과목이 해결되는 듯한 종합반, 그것도 이왕이면 특목고 잘 보내기로 유명한 큰 학원을 골라서는 곤란하다.

 

특목고 열풍을 조심스럽게 바라보자. 중학교 때에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무엇을 위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만큼 단단한 공부 습관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학원 시간표 그대로 집에서 해보자

학생들이 학원에서 하는 공부는 별것 아니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공부들이다. 그런데도 학생들이 학원을 쉽게 끊지 못하는 이유는 은근히 복잡하다. 그중 하나가 학원의 그럴듯한 수업 프로그램이다. 특히 영어는 ‘있어 보이는’ 원서 교재로 듣기, 독해, 문법을 나누어 수업을 하니 학생들은 ‘도저히 혼자 해낼 수 없는 엄청난 것’으로 여겨버린다. 실제로 학원에서는 외고A반, 외고B반, 외고C반 하는 식으로 반 편성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진학 가능성과 무관하게 ‘외고반’에 들어가게 된다. 학생들은 학원비로 ‘나도 외고에 갈 것 같다’는 착각도 함께 ‘구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건 허울일 뿐, 내 실력이 아니다’라는 사실도 배워야 한다. 따라서 혼자 공부하는 것은 학원비를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남들의 이목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연습이기도 하다.

다니던 학원을 끊는 학생들에게 가장 부담 없는 방법은 학원에서 하던 공부를 그대로 집에서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을 바꾸고 공부 시간을 바꾸고 과목을 바꾸면서 ‘내 공부’를 만들 수 있다. 학원 다닐 때 했던 공부와 똑같이 집에서 한다고 생각해보자. 선생님 수업 대신 내가 책 읽고, 숙제 대신 내가 스스로 문제 풀어보면 된다.(표 참조)

 

» 스스로 하는 학습계획표 예시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좋으나 특목고가 전부여서는 곤란하다. 반드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나의 꿈은 특목고와 상관없는데도 분위기에 휩쓸려 특목고 준비를 하느라 편향된 공부를 하고, 못 가게 되면 좌절하고 마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중학교 다니고 말 것이 아니라면 길게 보자. 학원에서 사라는 교재보다 서점에 들러 책 냄새 맡으며 내가 직접 고른 교재에 애정이 더 가게 마련이다. 학원에서 짜준 시간표에, 학원에서 내준 숙제 하며 헉헉거리지 말자. 비정상적인 사교육 경제가 만들어 낸 특목고 열풍을 내 꿈이라 착각하며 휘둘릴 필요는 없다.

 

이지은/오디오북 ‘현명한 부모는 자녀 스스로 꿈을 키워가게 한다’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