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도 중국어처럼 성조 공부해야” |
[포커스신문사 | 이동호기자 2009-09-24 13:54:22] |
■ 발음전문가 세드릭 킴이 말하는 발음공부법 토익 930점의 스펙을 가졌지만 해외연수 경험은 없었던 국내대학 출신 박영철(가명ㆍ27)씨는 해외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공기업에 입사하고 싶었다.
박씨가 해외연수 및 유학파 출신 경쟁자들이 즐비한 공기업 채용전형을 통과하기 위해 선택한 분야는 발음이었다.
영어발음 전문어학원에 몇개월간 다니면서 원어민 수준의 발음을 갈고닦은 결과, 해외파 출신 지원자 못지않은 영어실력을 인정받아 원하던 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해외에서 살다 왔느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원어민에게 인정받는 발음, 어떻게 공부하면 될까. 발음전문가 세드릭 킴(사진)씨를 만나봤다.
발음도 이론부터 체계적인 학습 필요 “어렸을 때 미국에 가서 살면서 영어를 배우면 자연스럽게 원어민의 발음을 하게 된다. 성인기에 영어를 시작하면 모국어 간섭현상 때문에 자연스러운 영어소리 습득이 힘들다. 영어발음도 이론부터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효과적이다”라고 킴씨는 설명했다.
국내 학습자들이 많이 하는 방법으로 영화나 미드를 보면서 원어민의 발음을 따라하면 어떨까. 한국어와 영어의 소리 성질, 사용하는 구강근육이 다른 탓에 무조건 따라서 흉내내는 것은 힘들다고 한다.
발음의 기본은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이해해야 하는데, 제대로 된 영어발음을 하기 위해서는 음절을 알고 정확하게 강세를 줘야 원어민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democracy를 발음할 때 모음 o에만 강세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de-MOC-racy에서 음절 moc 전체에 강세를 줘서 발음해야 하는 식이다. 발성의 경우에도 원어민과 신체구조가 다르다기보다는 성대조절에 차이가 있으므로 연습을 거쳐 원어민 같은 발성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발음 때 벌어지는 턱의 간격 차이에 따라서도 뜻이 달라질 수 있다. bed(침대)보다 턱을 많이 벌리면 bad(나쁜)가 되고 men(남자의 복수)보다 man(남자 단수)이 턱이 많이 벌어진다.
킴씨에 따르면 영어에도 중국어처럼 성조가 있다. 성조는 발성 중에 입안 근육의 움직임으로 만드는 소리인데, 기타 줄을 위로 밀면 음이 올라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영어 억양은 성조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영어성조를 공부해야 영어억양을 정복할 수 있다. 예를 들면, beach, peace, piece, sheet는 소리가 꺾이는 1성 장모음 i:로 발음되고, bitch, piss, shit는 소리가 전혀 꺾이지 않는 3성 단모음으로 발음되는 식이다. 실전에서 shit와 sheet, bitch와 beach의 경우 어떻게 발음하느냐에 따라 뜻은 전혀 달라진다.
“글로벌 영어 시대라 하여 발음은 대강 해도 된다는 분위기는 경계해야 한다. 국제사회를 주도하는 영어권 나라의 원어민들이 이해하기 힘든 발음을 구사하면서 비영어권 나라 사람들이 편하게 알아듣는다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영어권 원어민에게 인정받고 세계 어디에서나 통하는 발음을 하기 위해 체계적인 이론학습과 꾸준한 연습이 필수적”이라고 킴씨는 조언했다.
국내에서 원어민 교사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학생들에게 정확한 현지 영어발음을 들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체류 경험이 있는 학습자들의 멋진 발음이 부럽다면 무조건 영화나 미드를 보면서 따라하기보다는 체계적인 발음이론을 접하고 발음을 이해하면서 연습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동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