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문제 풀면 수학 실력 늘까 | |||||||||||||
‘원리로부터 추론’하는 과정을 생략하는 문제풀이 중심의 수학공부가 습관이 된 초·중등학생은 고등수학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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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경시대회 가운데 과학고 입시에서 쳐주는 것은 ‘수학 올림피아드’밖에 없다. 내년부터 과학고 선발이 입학사정관제로 바뀐다고 하지만, 올림피아드 입상 실적은 입학사정관의 눈에 확 띌 만한 중요한 ‘스펙’이므로 여전히 상당한 구실을 하게 될 전망이다. 과학 과목 올림피아드의 경우 중1 무렵부터 준비를 시작한 학생이 전국대회에서 입상하는 경우를 종종 보지만, 수학은 늦어도 초등학교 4~5학년에 시작해야 한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심화·경시 수학 중심 공부가 ‘허당’인 까닭 ‘들러리’라는 말에 항변이 있을 것이다. 경시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경시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심화 문제를 많이 풀다보면 고등수학을 위한 기초체력이 길러지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 무렵에 많이 푼 심화 문제가 고등수학을 잘하는 기초가 될까? 중학생이 흔히 푸는 고난도 문제집은 대개 일본 수학책을 번역한 것이다. 일본식 고난도 문제는 ‘꼬아놓은’ 것이 많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풀이 과정이 길다. 그런데 수능 수리영역 문제는 서구식이어서 ‘꼬아놓은’ 문제가 별로 없고, 오답률이 높은데 풀이 과정은 두 줄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수능 수학에서 어려운 문제는 고등학교 때 처음 배운 수학적 개념이나 방법에 대한 본질적 통찰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적분 응용문제 가운데 어려운 것은 적분의 기초 이론(구분구적법 등)부터 따져봐야 하는 식이다. 일본식 심화 수학 문제에 도전할 여력이 있다면, 차라리 고등수학의 선행학습을 차근차근 해가는 게 낫다. 초등수학의 경우, 일단 단순 연산문제는 고등수학과 별 상관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수능 수준이 되면 네 자릿수 나눗셈이나 세 자릿수 곱셈을 할 일이 없다. 복잡한 숫자는 모두 x나 a 같은 기호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소수는 아예 자취를 감춘다. 분수는 고등수학에서도 매우 중요하지만, 을 빨리 계산해내는 능력보다는 ‘왜 분모는 분모끼리 곱하고 분자는 분자끼리 곱하니?’라는 질문에 답하는 능력이 고등수학과 더 상관관계가 깊다. 이 질문을 오늘 당장 우리 집 아이에게 던져보라. 여러 가지 설명 모델이 있는데, 한 가지라도 답할 줄 아는 학생은 1%도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