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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흣하거나 엽기적인 내 아들의 일제고사 거부 체험기

리첫 2009. 10. 16. 21:59
므흣하거나 엽기적인 내 아들의 일제고사 거부 체험기 (펌) (12)
양산(nunugu1)2009.10.16 09:09 조회 1488 찬성 30 반대 9
어쩌다보니 딸, 아들 이야기를 쓰는데 꼭 씨리즈인 것처럼 제목이 차악~ 들어맞아주신다.

(뭐, 천상 엽기발랄한 남매인가보다. ^^;;)

그제와 어제는 전국의 초등6, 중3, 고1 이 일률적으로다가 일제고사란 걸 치뤘다.

중3인 내 아들, 일제고사를 거부하겠단다.

그러랬다.

작년에도 거부하려고 굳은 결심을 했었는데, 날짜를 헷갈렸단다.

해서 아무 생각없이 학교에를 갔기에 시험을 억지로 봐야했는데...

기발하기 짝이 없는 내 아들, 전 과목을 단 한 개도 정답을 맞추지 않고 0점을 받았다.

내가 “정답을 피해서 답안지를 작성했단 말이쥐? 피곤하게 왜 그랬니? 그냥 백지로 내지...” 라 했더니,

“심심하잖아. 그리고 답 안 적고 있으면 선생님이 주목할거고...해서 열심히 답 피해다녔어. 정답 표기하는 것보다 정답 피해가는게 더 재밌는거 있지?”

이란다.

우연히라도, 답을 피하다가 정답을 맞출 수도 있는데 어찌 전 과목이 0점일 수 있을까...라고 열분들은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 우연히...가 적용될 수 없을만큼 내 아들은 공부를 썩~ 잘 한다. ^^;;




시험결과 나오고,

학교 교장부터, 교감, 교무, 담임까지 내 아들을 불러서 의도적으로 0점을 받은 경위, 사유를 꼬치꼬치 캐물었나부다.



내 아들, 평소에 늘 나랑 주고 받던 대화를 상기하며 그 선생님들과 논쟁을 벌였다한다.



“전국의 학생들을 지역이나 개인의 특성따위 다 무시하고 오로지 영수국사과 시험 결과만 가지고 일렬종대로 줄 세워서 평가하는건 너무 무식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시골마을에서 서울에서는 보이지 않는 별을 날이면 날마다 관찰하는 학생이 영수국 좀 못해도 나중에 천체물리학자가 되지 못하리란 법이 없잖아요.“




“일제고사 결과가 공표되어 우리 학교가 서울에서 꼴지를 먹었다고 쳐요. 그래서 ‘아...이 학교는 매우 열악하니 교육경비보조금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겠구나...’해서 정부에서 1억을 내려보낸다쳐요. 그러면 학부모들이 감읍할까요? 글쎄요...아마 땡빚을 내서라도 이 지역 떠나서 학군 좋은 곳으로 이사가려고 난리 칠걸요. 그럼, 이 지역은 학생들이 없는 사람들만 사는 동네가 될거고...”

뭐...이런 논리로 선생님들을 제압했다한다.

선생님들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논리적으로 대응할 방법이 없어서 내게 전화를 하더라.

“혹시 어머님 아들이 이런 짓을 한 걸 알고 계십니까?”란다.

“너무 너무 잘 압니다. 잘 했다고 겁나게 격려, 옹호 했습니다”라고 응수해줬다.

학생주임은 내 아들보고 건방지다고, 전교에서 내노라하게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시험의 정답을 피해가며 조작해서 선생들을 놀린다...이래가며 내 아들 엉덩이에 매운 몽둥이질을 했고...

내 아들 엉덩이에 선명하게 나 있는 멍을 확인하고, 다음날 찾아가서 학교를 발칵 뒤집어놨었다.

물론, 생긴 것부터 말투까지 졸라게 개무식하기 짝이 없는 그 학주는 나와 내 아들에게 엄중하게 사과했고...

작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올해는 내 아들이 시험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학교에 가지 않고 죽음으로 꼬셔서 함께 일제고사 거부하기로 한 베프와 울집에서 놀기로 했단다.

그러라고 했다.

출근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교무주임의 전화가 왔다.

“xx학생 어머님이시죠? xx가 오늘 학교에 안 왔는데 오늘 일제고사 시험 보는거 어머님 알고 계세요?” 라신다.

“선생님, 새로 오셨나봐요. 기존에 계시던 선생님들은 다 아시는데...

네. 오늘 일제고사 보는거 알고 있고, 내 아들이 시험 거부하겠다고 했고, 부모 공히 인정했고 격려까지 했습니다. 아 참...작년에 울 아들이 시험 0점 맞았는데...그래서 학생주임선생한테 열라 맞았는데...올해는 그런 불상사는 없었으면 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의견 표현이라고 여겨주십시오.“...라고 최대한 공손하지만, 다시 한번 내 아들한테 손대면 가만 안 있는다...라는 결기를 확실히 보여주며 통화를 끝냈다.

12시가 되자마자 맛난 점심 사주려고 난폭운전으로 휑하니 집으로 가서 근처에서 내려오라 불렀다.

뭐 했냐니...둘이서 열심히 만화책 읽고 있단다.

뭐 먹고 싶냐니...엉뚱하게도 곱창볶음을 먹고 싶단다.

초울트라하이퍼 미식가인 친구에게 전화해서 울집 근처에 곱창볶음 맛나게 하는 집을 물어서 데리고 가서 먹였다.

세 명이서 처음에 3인분 시켜서 먹고 나중에 2인분 추가해서 더 먹었다.

그것도 부족한 듯이 입맛을 다시는 애기들에게 집에 가서 냉장고 뒤져서 맘껏 더 먹으라 이르고 다시 난 직장으로 직행했다.

어제도 시험일,

그제와 비슷한 과정 반복.

점심 메뉴가 쭈꾸미야채볶음으로 바뀐 것 뿐...(볶음 되게 좋아한다, 내 아들...^^)

오늘 아침에 학교로 향하는 내 아들에게 일제고사 거부한 논리가 확고한지 확인하며, 혹시 모를 무식한 선생님들의 괴롭힘에 의연히 대응하라고 당부했다.

집에 당도하자마자 그것부터 확인했다.

내 아들, 매우 므흣하게 웃으면서 그런다.

“엄마, 울 학교에 이미 소문 다 났어.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개념 완전 빵빵한 선생님 둘이 내 어깨를 툭 치고 가면서 ‘잘 했다’라고 눈까지 찡긋거리면서 말해주던데...“...

캬...작년과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까봐, 내 아들의 엉덩이에 멍자욱이 선명히 남는...노심초사하던 내 근심이 완샷에 날아가고...

지금까지 두 시간 가까이 저녁 식사를 즐기면서 울 가족 즐겁게 놀고 있다.



글쓴이 머찐아들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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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닐봉달이(ilru) 2009.10.16 12:04:24 
무조건 건방지다고 애를 때리는 학주나 사춘기 수준을 못 벗어난 사회저항이나 답답하긴 마찬가지죠, 수련합시다.
 
  에우제니아(azurveda) 2009.10.16 12:25:37 
'아들 공부 잘해서 난 일제고사따윈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자랑하시는 거군요...

좋겠습니다. 어머님, 정신차리세요
 
  에어성(void75) 2009.10.16 13:31:56 
정신차릴사람이 누군지 모르겠네... 현실에 순응해서 아이들의 고통과 미래는 생각지도 않는 부모들이 많군요...아님 부모의 탈을 쓴 욕심쟁이든가..
 
  kkh(42mortar@) 2009.10.16 15:24:25 
어차피 수능 치면 일렬종대로 줄 쫙 서질건데 중요한것은 일제고사가 내신에 들어가냐 안들어가냐인듯
 
  웃보(wminho) 2009.10.16 16:03:32 
캬.... 정말 졸라리 멋진 모자네요 ㅋㅋ 짱임다!! 파이팅~~
 
  바람돌이(zzaesu) 2009.10.16 16:04:52 
어머니, 이나라 정치판이 예나 지금이나 도둑놈 소굴이고 이나라 정책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데 그냥 이민을 가시죠. 그리고 이나라 학교는 보내지 마세요. 괜히 어머님처럼 했다가 이나라 선생들 권위 좃도 아니게 되겠네요. 그리고 바뀌는것 하나없이... 그리고 지금 어머니가자부심 가지고 그러는거 어떤면에서 보면 졸라 건방져 보인답니다.
 
  졸라 건방(specio21) 2009.10.16 16:39:38 
건방져 보이면 어때....
기만하고 학살하고 뒤통수치는 악의축(정권,관료,조중동) 보다는 백배는 좋다
 
  기막혀...(dudly) 2009.10.16 17:57:35 
아들에게 좋은 거 가르칩니다. 그걸 자랑이라고 예서 떠들고...
저도 일제고사 반대합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선생님을 마음으로부터 깔보고 들었다놨다해도 된다고 가르치진 않습니다.
애는 결국 머리조아리며 사과해야했던 교사의 모습으로 승리감에 도취 된 겁니까?
 
  ghost(hyunphar) 2009.10.16 19:56:38 
어이구... 가지가지 하시네요. 그냥 학교 때려치고 거 뭡니까? 대안학교나 아니면 집에서 교육시키던지 하시죠. 하시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커서 어디서 뭐 되겠네요.
 
  오지랍(doggy0408) 2009.10.16 20:01:57 
무념무상의 자식을 길러본 학부모 입니다.
잘못된 맹종을 가르쳐온 학생은 그저 맹종하는 종이 되더라구요.
개성있는 학생으로 자기 주관이 분명한 학생으로 가르치는 귀하가 부럽습니다.
 
  기쁨과 슬픔(pchcharles) 2009.10.16 20:13:22 
믿은 만큼 잘 성장하겠지요.
.
.

잘 자라서 큰 인물 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은경(a0109033) 2009.10.16 21:28:39 
아들과 어머님... 앞으로도 꼭 이런 굳은 의지 변치 마시길
 
출처: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