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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원강사가 바라 본 학원연합회의 집회

리첫 2009. 10. 21. 13:59
한 학원강사가 바라 본 학원연합회의 집회 (2)
뿌리(namanary)2009.10.20 22:24 조회 4227 찬성 78 반대 7
나는 학원강사다.

이 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제법 잘 나간다는 소리도 들어왔다.

하지만, 요즘도 수업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렇잖아도 자본과 경쟁의 원리만이 가득한 세상을 아이들도 그대로 배워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자괴감이다.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도, 일의 대상인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연민을 느끼게 하는 직업......

부모의 경제능력에 의해, 아이들 교육의 양과 질이 규정되고, 그렇게 훈련된 아이들은 모든 것의 척도를 돈으로 본다.

과장이 아니다. 나는 가끔 아이들에게 슬쩍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냐고 물어보는데, 보람이나 봉사 희생 자유 민주 인류애 사랑 행복...... 이런 것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10명중 1명도 안된다. 10명 중 9명 이상이 돈이라고 말한다. 거짓말같으면, 주위에 학원 강사하는 지인에게 한 번 물어봐 달라고 해보라...^^

누가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물론 우리 어른들이다.

우리가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돈이 전부라고 외치며 사는데, 아이들인들 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가끔 우리의 미래에 회의적이기도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해 보자고, 아이들과 소통하려 노력해 보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아이들과 희망으로 소통하려고 하고, 그런데 그 소통이 온전히 소비자와 상품의 관계로 치환되는 곳이 사교육 현장이다.

그러므로 사교육에서 의미있는 교육을 찾는 것은 사실은 본질적으로 아이러니다.

(물론, 내용적으로 의미있는 교육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은 한정되어 있고, 교육의 본질적 개혁에 그다지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간혹 사교육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사명감을 표하는 분도 계시지만, 내가 보기엔 아전인수격으로 보인다.)


집회를 한다... 구호를 외친다... 게다가 '농민가'를 개사해 부른단다.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해 보자... 정말로 이 땅의 교육에 대해 고민해보고, 100년지 대계를 심각히 고려해보고...... 외치는 것인가?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아이들의 앞날이 너무나 가슴 아파서, 스승으로서의 본분상 이 한몸 희생해서라도 극복해 보고자 그 곳에 모여,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것인가?

학원연합회장의 입에서 '전두환 독재' 어쩌구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정말로 외고가 없어지면 이 나라의 미래가 무너지니까 충심으로 나와서...... 휴강까지 하고 나와서...... 그렇게 외치는 것인가?

그냥 이렇게 얘기하는 것이 좋을 뻔했다.

"그런 정책을 쓰면, 학원이 어려워지잖아요... 그러면, 우리가 먹고 살기 힘들어지잖아요...학원도 좀 먹고삽시다..."

어디서, 독립투사 흉내인가? 어디서 감히 교육을 얘기하는가?

원장들은 그렇다치자, 거기에 머릿수 채워주고 있는 강사들은 도대체 뭔가?
생각들은 하고 사는 것인가?

한 번이라도,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 이전에...... 건강한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모순적 삶을 사는 인간이 감히 떠들어 봤다.
미안하다 아이들아... 이 아귀다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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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터리(c0228) 2009.10.20 23:05:04 
대안없는 밥그릇 투쟁에 국민 모두 외면한다.
 
  konam(kon7060) 2009.10.21 00:08:26 
학원에서 교육운운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어불성설이다. 학원에서 가르치는 사람을 강사라하지 교사라하지 않잖아... 교육을 뭘 알아 장사치들이... 간혹 이런분들도 있지만...

 

출처: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