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정부의 교육비를 늘리는 것이다
서민의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꼽으라면 대개 주거 문제와 자녀들의 교육을 든다.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교육은 집만큼 절실한 문제는 아니다. 집이 없으면 살 수가 없지만, 교육은 받지 않아도 살 수는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정된 수입으로 집을 살 것인가 아니면 아이들 교육을 잘 시킬 것인가 선택하게 되었을 때, 후자를 택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교육을 집보다, 심지어 먹는 것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사는 집을 줄이거나 입을 옷을 입지 않고 먹을 것을 아껴서 교육에 투자하고, 심지어는 가족이 분산되는 아픔을 감수하고서 자식을 교육시키는 것은 흔한 일상이 되었다. "먹고 살만한 뒤에야 예를 가르친다"는 옛말은 이제 반쯤만 맞는 말이 되었다.
한국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원동력의 하나로 인력을 꼽는 데 이의가 없다. 인력은 교육으로 양성되므로, 교육이 경제 발전의 중요한 바탕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교육에 투자하는 데 여전히 인색하며, 그 부담을 '수혜자'에게 떠넘기고 있다. 이런 정책이 서민의 삶을 파괴하는 제일 큰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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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투자에 인색한 정부...
통계청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한 교육비는 2005년도에 GNI의 4.4%였다. 통계청에서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2006년 이후의 자료는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나라도 2005년도의 것으로 비교해보면, 미국의 5.4%에 비하여는 낮지만 인도의 3.2%에 비하면 훨씬 높고, 독일의 4.5%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므로 총교육비 자체가 작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 교육단계별로 사용되는 내역을 보면, 고등교육에 적게 투자되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고등교육에 14%를 지출하였는데, 이는 인도의 19.6%, 미국의 25.8%, 독일의 25.1%에 비해 현저히 낮다. 말하자면 대학과 그 이상의 교육에 투자하는 교육비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 학생들이 중등학교까지는 매우 우수한 실력을 자랑하다가 대학에 가면 학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다른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지출하는 전체 교육비 가운데 정부가 지출하는 것이 60% 정도이고, 나머지 40%는 민간이 담당한다. 민간이 담당하는 비율은 대개의 선진국에서는 10%미만이어서, 교육은 국가가 시켜주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의 중요한 원동력인 인력 양성에 드는 비용의 절반 가까이를 피교육자, 즉 학생의 가정이 부담하였다. 여기에 학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사교육비는 빠져 있다. 사교육비까지 합하면, 실제로 학부모가 지출하는 교육비는 전체 교육비의 절반을 쉽게 넘을 것이다.
이에 대해 안병우 한신대학교 교수는 "전체 교육비 중에서 고등교육에 지출하는 비율이 낮은 것은 고등교육의 부실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대학의 구성원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한국의 대학이 세계적 명문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원인의 하나는 역시 과소한 투자에 따른 교육 재정의 빈곤에 있다. 민간의 교육비 부담률이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대학등록금과 직접 관련이 있다. 80% 가까운 대학이 사립인 현실에서 대학의 운영비 대부분은 학생에게서 나온 것이고, 이것은 매년 등록금 투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간단 분석으로 쉽게 문제의 소재를 파악할 수 있고, 문제 해결의 방법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정부가 지출하는 교육비를 늘려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서민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을 보면, 4대강 살리기인지 죽이기인지에 예산을 배정하느라 교육비는 늘 기미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