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영어, 자격시험으로 바꾸자” |
[포커스신문사 | 박영순기자 2009-11-03 09:14:55] |
여연 설문…찬성 56%ㆍ반대 22%
“망국적인 사교육비의 절반 정도가 영어과외 때문이랍니다. 만약 대학입시에서 영어시험을 없애고 토플처럼 국가자격시험으로 대체해 응시 자격 여부만을 가린다면 찬성하시겠습니까?”
이렇게 한다 해도 대학별 고사에서 영어시험이 강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실효가 없으며, 영어과외열풍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대입영어 국가자격시험 도입’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장인 진수희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영어 사교육비 경감 대토론회’에서 “지난달 22일 전국 549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시스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국어 국가자격시험 도입에 대해 응답자의 56.7%가 찬성했으며 반대한다는 응답은 22.4%에 그쳤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제풀이 위주 수능 영어를 대체하기 위해 실용 영어가 강화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도입 방침을 밝히고, 2013~2014학년도 대입시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수능 당일 영어시험 폐지 여부는 초관심사가 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도 지난해 12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를 학생용 영어능력시험으로 개발해 입시, 취업, 유학 등에 보조적으로 활용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초ㆍ중등생 영어인증시험(토플, 토익, 텝스) 응시자가 2005년 11만3077명, 2006년 13만9197명(23.1% 증가), 2007년 22만0673명(58.5% 증가) 등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는 영어를 자격시험으로 바꿀 경우, 수시로 시험에 응시하며 점수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고액과외의 유혹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체로 반기는 모습이다.
고교 1년생인 김모양은 “중학교 내내 학원에 다니면서 배운 영어는 고등학교에 올라와보니 대입성적을 올리는 데 별로 도움이 안 돼 낭비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자격시험으로 바뀐다면 과외를 하면서까지 영어공부를 몰아치지 않고 준비할 수 있어 (사교육비 절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부모 최모씨도 “우리의 영어교육이 입시준비와 일상활용 영어 공부가 따로 있다는 비아냥거림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토플, 토익처럼 자주 응시하면서 시험점수를 관리한다면 보다 여유있게 실용영어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영어능력시험을 자격시험으로 전환하면 자체의 변별력이 없어져 대학들이 대학별고사에서 영어 비중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사교육비 절감에는 별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초ㆍ중ㆍ고 자녀가 있는 성인들 중 사교육을 시키고 있는 비율이 74.7%에 달했으며, 지출하는 비용이 월평균 49만원 이하가 59.9%, 50만~149만원 36.5%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교육 유형은 일반 보습학원이 57.6%, 개인교습이 23.2%였다. 또 사교육비 부담 정도는 ‘매우 부담이 된다’(52.6%)와 ‘조금 부담이 된다’(39.4%) 등 ‘부담이 된다’는 응답이 92%에 달했다.
/박영순기자 yspark@fn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