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삼성, LG, 현대, 포스코 등은 세계적인 기업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기업이 제품은 물론 네임밸류에 의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듯이 국가도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사진)의 말이다. 그는 지난 22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세계미래포럼(WFFㆍWorld Futures Forum)에서 ‘비전 코리아 2020을 위한 국격 제고 전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국격을 높이기 위한 방법 중 영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 위원장의 견해를 정리했다.
시대흐름 따라 전국민이 영어 공부해야 대학 영어강의 늘어나니 해외서 유학와 국제경쟁력 위해 교육의 세계화는 필수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영어교사, 유학생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문제가 의사소통 불편이다. 그런데 국격을 높이기 위해 영어는 전 국민이 해야 할까, 아니면 영어로 업무를 직접하는 사람들만 하면 될까.
이에 대해 어 위원장은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영어는 시대의 필요에 따른 것이므로 영어는 당연히 전 국민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선, 국내 기업에 다니는 직원들에게 영어는 필수다. 그는 “30년 전만 해도 국내 경영과 인사 관리만 잘하면 CEO가 될 수 있었다.
대부분 기업들이 미국, 중국, 동남아 등 해외에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지금은 영어를 못하면 커뮤니케이션조차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일반 국민들도 영어를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네덜란드를 예로 들었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 국민이 3개 국어에 능통하고 국민 대다수가 영어로 말하고 쓰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
네덜란드는 17, 18세기에 세계의 헤게모니를 장악했던 나라로 예술, 문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나라임에도 철저한 외국어교육을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면 3개 국어가 가능한 교육을 제공하는 이유는 네덜란드어가 세계에서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도 그처럼 해외에서 교역을 통해 살아남아야 하고 한국어가 아직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도 영어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인 것이다.
요즘 대학에서 도입하고 있는 영어 강의에 대해, 그는 “고려대 총장 재직 당시 일반 수업에 영어강의를 도입했다. 당시 기업체 인사담당자들이 요구했던 졸업생들의 인재상이 국제적 의사전달능력을 갖춘 인재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교수나 학생들 모두 불편해했지만 지금은 고대 경영대학교의 영어강의 비율이 60%에 달하고 유럽 등 해외에서 유학생들이 오고 있다. 국내 대학생들이 다른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힘을 키우지 못하면 세계화 시대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 위원장은 세계대학평가 순위에서 국내 대학들이 특히 약한 부분이 국제화라고 지적했다. 국제화는 외국인 교수와 외국인 학생비율이 중요한 평가기준이라고 한다.
세계대학 순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싱가포르와 홍콩 대학들의 경우 자국교수보다 미국, 중국, 한국출신 교수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 분야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대학 교육의 세계화는 필수라고.
국격과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는 정부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공감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주한 외국인 110만명, 외국인 관광객 700만명 시대에 한국에 대해 외국인들이 좋은 인상을 가지려면 영어는 필수다.
그렇지만 전 국민이 우리 문화를 영어로 외국인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동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