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의 세계적인 독서열은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일본도 메이지 유신(1867년) 이전 에도 시대에는 등에 책을 짊어지고 단골손님을 찾아 돌아다니는 순회판매원이 많았다. 책 자체가 귀했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서쾌’ 또는 ‘책쾌’로 불리던 서적 방문판매원과 마찬가지다. 그랬던 일본이 메이지 30년대(1897~1906년)를 거치면서 서구 열강에 뒤지지 않는 ‘독서국민(reading nation)’으로 거듭났다. 이 책은 다양한 자료를 들어 그 과정을 꼼꼼히 추적한다. 저자가 말하는 독서국민은 ‘신문이나 잡지·소설 등 활자미디어를 일상적으로 읽는 습관이 몸에 밴 사람’이다.
일본인의 독서국민화(化)는 도쿄 등 중앙의 활자 미디어가 지방에 골고루 퍼지면서 촉발됐다. 여기에는 철도(하드웨어)와 출판유통업(소프트웨어)가 함께 기여했다(첫 철도는 1872년 개통한 신바시-요코하마 구간). 신문·잡지·서적이 철도를 타고 농어촌, 산간 오지까지 유통됐고, 각 지방의 독자층은 이내 지역구분을 초월한 전국적인 독자권을 형성했다. 역 대합실, 기차 안, 호텔·여관, 피서지 등에서도 독서 관련 편의시설이 일반화됐다. 읽을거리가 균질화되고 독서습관이 일반화되면서 남을 방해하는 전통적인 음독(音讀)은 ‘수준이 처지는’ 행태로 취급받아 묵독(默讀)에 자리를 내주었다. 정부도 신문읽기를 권장하고 도서관들을 설립했다. 특히 청일·러일전쟁 승리 이후에는 ‘1등국=문명국’이라는 기준 아래 전체 국민의 지적 수준을 높이려고 대대적으로 독서를 장려했다. 그렇다면 일본인에 비해 매우 낮은 우리 국민의 독서열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