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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앞두고 포트폴리오 작업…도박같던 수시”

리첫 2010. 2. 8. 09:22

“수능 앞두고 포트폴리오 작업…도박같던 수시”
[이주의 교육테마] 학생기자 한주형군의 대입 체험기
입학사정관제, 잠재력보단 어학·내신 봐 자기소개서 등은 지금부터 준비 시작해야 대학서 여는 ‘모의논술’ 실전 대비에 도움
한겨레
» 한군은 입시전형이 다양한 만큼 어느 한쪽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한군이 자신의 방에서 공부하는 모습.
<아하 한겨레> 학생기자 1기로 활동했던 한주형(18)군이 2010학년도 입시에서 한양대 사회과학부에 합격한 뒤 1년 동안의 대학입시 경험을 전형별로 정리해 <함께하는 교육>에 보내왔다. 논술 전형에서 10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한 한군은 자신이 겪은 입시전형별 특징과 장단점을 구체적으로 알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시 입학사정관제………………

 

요즘 입시의 화젯거리는 단연 입학사정관제죠? 하루가 멀다 하고 입학사정관제 얘기가 나오더군요. 제도를 확대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만큼 놓치기 아쉬운 기회죠. 저는 학생기자, 학교 교지편집부장, 논술·토론·글쓰기대회 수상실적 등으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에 다빈치형 인재 수시 1차 정원에 지원했어요. 1차 합격하고 2차 면접에서 떨어지긴 했지만요.

 

많은 대학의 수시 전형에 ‘입학사정관 전형’이 있죠? 정원의 60%가 넘는 학교도 있죠. 그런데 이게 사실 ‘낚시’에 가깝습니다. 대부분의 전형은 ‘입학사정관 전형’이라기보다 ‘입학사정관 참여 전형’으로 봐야 해요. 잠재력 평가보다는 어학 성적, 논술 실력, 내신 등에 더 비중을 두죠. 지원 자격도 어학점수 몇 점 이상, 학생회장이나 학급회장 몇 회 이상 역임, 대회상 수상 등과 같이 까다로워요. 진짜 전형다운 전형은 성균관대(자기추천 전형), 한양대(입학사정관 전형), 중앙대(다빈치형인재 전형), 한국외대(자기추천 전형), 경희대(네오르네상스 전형), 건국대(입학사정관 전형) 정도인 듯해요.

 

입학사정관 전형은 ‘도박’과 비슷해요. 수능 끝나고 보는 수시 2-2가 아닌 수시 2-1, 수능 전에 보는 전형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자에겐 수능 최저 등급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인 예로 언수외탐 9등급을 받아도 합격이긴 하지만, 그만한 특혜가 있는 대신 경쟁률도 엄청납니다. 수능을 망쳐도, 안 봐도 된다는 것에 혹해서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는 친구들 많은데요. 도박에 성공해서 합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떨어지면 상당한 시간 낭비와 좌절감까지 안게 되는 낭패를 보게 되죠.


입학사정관제 지원자는 지금부터 자기소개서, 포트폴리오 만드는 일 시작하세요. 저는 준비 하나도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준비하는 데 시간 엄청 쏟아야 했어요. 중앙대에서 요구한 자기소개서는 4800자였는데 이것 때문에 며칠 밤을 샜는지 모르겠네요. 수능을 두 달 앞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말이에요. 포트폴리오 만드느라 학교 수업도 못 듣고 빈 교실에서 작업했구요. 거기다 1차 붙고 면접 준비한 시간까지 생각해보면 2주일은 걸린 것 같네요.
 

자기소개서나 포트폴리오 만들 때 한 가지 팁! 꿈을 구체적으로 적으세요. “PD가 되고 싶습니다”보다는 “‘아마존의 눈물’과 같은 지구환경 다큐멘터리를 찍는 PD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하는 게 입학사정관들에겐 더욱 인상깊게 남을 거예요.

 

수시 논술………………

 

제일 자신 있는 것이 글쓰기였기 때문에 수시 2-2 논술전형을 많이 지원했어요. 주변에 친구들 논술학원 많이들 다니죠? 저는 논술학원을 한 번도 안 다녀봤어요. 다니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자꾸 불안하긴 했어요. 지난해 8월 학생기자 기획회의 하다가 이 얘기를 했는데 담당기자께서 학원 다닐 필요 없고 자기가 쓴 글 자꾸 읽고 검토해보라 해서 저는 그렇게 했어요. 수능이 끝나고, 예상보다 수능점수가 낮게 나와 ‘꼭 수시로 붙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논술학원에 등록했는데 한시간 수업 듣고 수강료 환불받고 나왔어요. 사실 논술학원 별거 없어요. “○○대 1번 문제는 A+B 대 C로 나눠서 써라” 하는 소리나 하고 있더라구요. 아, 수강료도 엄청 비싸고 말이죠.

 

논술은 글솜씨보다는 어느 정도로 깊이있는 사고를 하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이에요. 글쓰기 능력보다는 사고력 평가죠. 제가 추천하는 논술 대비법은 신문 읽기와 책 읽기예요. 저는 고3 때 매일 신문 3가지를 봤어요. ‘정신이 있냐’는 소리까지 들었는데 다 이런 거 때문에 논술전형에서 합격한 것이 아닐까 해요.

 

5월 전후로 대학마다 고3 대상으로 모의논술을 열어요. 선착순 마감인데 3분도 지나지 않아 마감되기 때문에 시간 맞춰서 잘 신청하세요. 이게 진짜 제대로 된 논술 과외예요. 실전 논술도 모의논술과 비슷한 유형으로 나오고, 교수님이 해설 강의까지 해주세요. 교수님께 받는 논술 과외는 값으로 환산할 수 없죠. 진짜 꼭! 모의논술 신청하세요.

 

수시 원서 쓸 때 학과 정하기가 참 힘들 거예요. 적성에 맞는 과를 쓰라고 하고 싶어요. 정시로는 점수대에 맞춰 간다 해도 수시는 기회가 많으니까요. 저는 사회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집안 어른들의 반대로 한 대학 수시 전형에서 적성이 안 맞는 과를 썼거든요. 논술 시험장에 가서 졸다 왔어요. 가고 싶은 과를 못 쓰면 논술 시험 볼 때도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안 들 거예요. 아참! 수시도 경쟁률 보며 눈치로 쓰는 친구가 있던데, ‘바보’라고 하고 싶네요. 경쟁률은 2:1이든 100:1이든 아무 의미 없어요. 근데 아무리 논술을 잘 쓴다 하더라도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등급을 못 맞추면 다 소용없는 거 아시죠? 수능 공부도 열심히 하세요!

 

정시………………

 

제가 정시로 합격한 것도 아닌데다 사실 수능을 잘 본 편이 아니어서 말하기 민망하긴 한데요. 내년에 수험생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던데, 거기다 2011학년도부터 문과 출신자가 재수하면 미적분 공부를 해야 하잖아요. 수시가 늘고 정시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관문이 좁아진다는 애기겠죠.

 

사탐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인가 아닌가예요. 내신, 수능 사탐과목을 다르게 정할 경우 내신 따로, 수능 따로 공부하느라 많이 힘들 거예요. 한가지 더, 올해 1등급 컷 보고 정하세요. 국사, 근현대사 같은 과목은 최상위권 학생들이 필수로 선택하는 과목들이라 두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이거든요. 경제나 윤리를 선택하면 논술 시험 볼 때 유리한 점이 있어요. 이런 것도 고려해야 하구요.

 

아, 맞다. 혹시 정시 올인, 반대로 수시 올인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면 상당히 위험한 길을 걷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자신의 수능점수나 내신점수를 고려해서 정시, 수시 어느 한쪽에 가중치를 두는 건 있을 수 있어도 올인은 위험해요.

 

여러 얘기들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이제 고3 되는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정말 1년 금방 간다는 거예요. 아마 이 글을 읽는 친구들도 내년 요맘때쯤 아~ 그 말이 진리였구나 할 거예요. 앞으로 270여일 정도 남았네요. 열심히 하세요.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