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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중독증에서 벗어나라

리첫 2010. 2. 19. 13:26

교육평론가 이범씨가 자녀교육에 응급처방을 내놓았다.

 
이 평론가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고 싶어서 학원을 보낸다고 하는데, 문제는 지금 애를 뺑뺑이 돌리는 게 대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학원 중독증에서 벗어나라"고 충고했다.  

    

18일 오전 10시,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10만인 클럽 특강' 15번째 강사로 나선 이 평론가는 강연을 듣고 집에 가서 해야할 일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학원비 절약형 자녀 교육법'을 전수한 것이다.

 

"언어·논술·영어 영역 모두 '역량' 평가하는 것"

 

그가 당부한 첫 번째 지침은 언어영역 수능 기출 문제와 논술 기출 문제집을 구매하라는 것이다. 그는 "언어영역과 논술 문제를 살펴보면 독해'력', 추론 능'력', 논증 능'력'을 물어보는 문제가 대다수"라며 "달달 외워야 하는 지식이 아닌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능 외국어영역을 번역하면 언어영역 즉, 비문학 독해 문제"라며 "영어시험도 추론 능력과 연관"있다고 말했다. 무조건 외우게 해 지식을 주입시키는 사교육에 의존하지 말고 자녀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출 문제를 보면 역설적이게도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다"고 이 평론가는 말했다. 아울러 이 역량에 따라 "아이들이 얼마나 수준 높은 글을 읽어낼 수 있느냐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제일 중요한 시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9년 동안"이라고 덧붙였다.

 

이 평론가는 "아이가 초등학생이라면 독서부터 시키라"며 "이 시기에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부모가 읽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독서하는 경험을 쌓아주면 아이들은 지식뿐 아니라 독해력과 추론 능력을 동시에 익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중학생이 된 아이들에게는 다른 처방이 내려졌다. 시사주간지, 문학서적을 읽게 해야 한다는 것. 이 평론가는 "시사주간지는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는 감각을 키워 주고, 문학서적은 다른 사람의 경험과 감성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시사주간지는 논술 지문과 글의 문체, 흐름, 주제 면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수학도 역량을 테스트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수학은 원리를 정리하고 이해한 후 추론 능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학원은 문제 풀이만 달달달 시킨다"며 "이러면 고등수학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오히려 퇴보한다"고 말했다. 100문제를 풀게 시키면 빨리 답만 내려고 하다 보니 원리적 추론 과정은 축약돼 더 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고등학교 수학을 풀 때를 대비해서라도 학원에만 아이를 온전히 맡길 것이 아니라 '엄마표 수학'을 해 아이의 추론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이 평론가는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초등학생은 100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10문제를 엄마한테 설명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것보다 설명하면서 능동적으로 공부할 때 뇌 활동 자체가 달라져 아이가 굉장히 발전한다"고 말했다.

 

공부기술을 키워주려면 연합학원만은 피해야

 

  
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만인클럽 특강> 교육평론가 이범의 교육특강 ① - 학원비 절약형 자녀 교육법'이 열리고 있다.
ⓒ 권우성
10만인클럽특강

 

이 평론가는 학원을 아예 다니지 말라고 이야기하진 않았다. 다만 "학원을 다녀도 목적의식을 갖고 과목별로 다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한 시기인 중학생 때부터는 연합반 학원은 피해야 한다. 그는 "연합학원은 학원이 목표를 세우고, 수단도 학원이 선택하고, 실행도 학원이 하며, 평가도 학원이 한다"며 "이것을 2~3년 하다보면 공부기술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공부기술이라 함은 '학습 목표의 설정, 수단의 선택, 실행 평가'를 학생이 주도적으로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공부 기술이 없으면 공부에 대한 능력이 급격하게 약화 된다는 것이 이 평론가의 생각이다.

 

중학교 때 익혀야 할 중요한 두 가지 공부기술 중 하나는 복습기술이다. 핵심은 '성취도는 진도가 아니다'를 새기는 것이다. 무작정 앞으로만 나가는 학원 진도에서 벗어나 자신이 공부한 부분을 얼마나 소화했는지 스스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그는 "복습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미리 체크하고 중요한 것은 두 개, 세 개씩 체크해야 한다"며 "체크한 것의 복습은 다음 날하고 3~4일 뒤 체크가 두 개 이상 있는 것을 복습한 후, 일주일 이후 체크가 세 개 되어있는 것을 재복습하라"고 권했다.  

 

공부기술의 또 하나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월간 계획 세우지 말고 주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주일 단위로 일정을 짜야 틈틈이 수정해가며 계획을 완성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주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학습하는 아이들은 공부에 흥미를 잃지 않는다"고 이 평론가는 말했다.

 

"옆집 아이가 뭐하는지 신경 쓰지 말라"

 

아이가 주도적이 되려면 부모부터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 평론가는 "사교육업체들은 대형스피커로 왜곡, 굴절, 뻥튀기 되어있는 이야기들을 교육정보라고 방송하는데, 동네에 가면 옆집 엄마가 고성능 스피커로 중계방송을 한다"며 "옆집 아이가 하고 있는 것은 상당수가 헛짓이니 신경도 쓰지 말라"고 말했다.

 

남들이 다 보낸다고 따라서 학원을 보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돈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대학입학 전보다 후에 돈이 더 많이 든다고 설명하며 "누구나 가는 어학연수에, 당연한 듯 요구하는 학원비에, 1000만원 등록금에, 무시무시한 결혼까지 남아있는데 대학만 보내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아낌없이 퍼붓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노후를 생각 않고 자녀 사교육에만 올인 했다가는 쪽박 차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길게 보면서 경각심을 갖고 사교육비를 줄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