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끝나고 출근하면서 본 한 신문의 만화가 떠오른다. 지긋한 나이의 형제들이 모인 자리. 윗형 중 하나가 아파트 갈아타기를 통한 재산증식이나 펀드 들을 이야기하면서 재테크를 이야기하다가, 여전히 전세에 사는 동생에게 한마디 던진다. "그래 너는 좋은 소식 없냐" 그때 동생이 답한다. "전 그냥 그대로 살구요. 이번에 둘째가 또 S대에 들어갔어요" 순간 주변은 조용해진다.
사실 개천에서 용날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드는 시대이니 이런 이야기 자체가 그다지 설득력이 없을지 모르지만 아직도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의 요소는 자식 문제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아이를 둔 필자 역시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가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가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네 실상은 어떨까. 2003년부터 한 대형출판사가 발행하는 책 잡지에 '중국출판동향'을 연재하면서 중국 출판시장에 관해서는 나름대로 오랫동안 읽어왔다. 그런데 필자에게 한국과 중국 출판시장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가장 확연하게 해줄 한마디가 있다. 바로 한국에 비해 중국에서는 실용서가 휠씬 강세라는 것이다. 실용서 중에서도 건강 관련서와 자녀 교육에 관한 책은 중국에서 초 강세를 이룬다.
실제로 한 인터넷 서점이 내놓은 중국의 지난해 베스트셀러에서는 건강서 '병이 생기지 않는 지혜'(不生病的智慧 馬悅凌 江蘇文藝出版社 간)가 1위를 차지했고, 2위는 자녀교육서인 '좋은 엄마가 좋은 선생보다 낫다'(好媽媽勝過好老師 尹建莉 저/ 作家出版社 간)가 차지했다. 이밖에도 베스트셀러 10위권 안에 4권의 건강서가 들어 있어서 실용서 전성시대를 실감하게 했다.
물론 우리 출판시장에서도 <아이의 사생활>등 EBS가 방송콘텐츠를 출간해서 내놓은 책들의 상당수가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올라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자신의 건강에 소홀하지 않고, 자녀 교육에 무관심하지 않을텐데 왜 출판에서는 유독 실용서들이 약할까. 아마도 너무나 바쁜 일상에 쫓겨 자기를 돌봄 여유가 없고, 사교육에 따라가기에도 바쁘니 별다른 책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스스로에게도 얼마나 초라한 변명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스스로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잃으면 가정은 무너지고, 매일 비판하는 사교육에 자식의 모든 것을 맡기는 것 역시 무책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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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한권의 책이 들어왔다. 초등학교에서 재직중인 송재환 선생님이 쓴 '초등공부 불변의 법칙'(도토리 창고 간)이다. 책을 받아들인 순간 호기심이 갔지만 아이의 성적만 생각하는 불건전(?)한 생각이 들어서 옆에 두었지만, 몇일후 호기심에 읽다가 마저 다 읽었다.
아이에 관한 교육서지만 책은 어른들에게도 가독력이 있다. 우선 독자 스스로도 교육의 추억이 있을 터이니 이 말들이 자신의 경험과 오버랩될 것이다. 또 '아이 공부를 지배하는 21가지 숨은 원리'라는 부제처럼 원리 하나하나가 분절되어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고, 예화들도 재미있다.
저자는 책에서 13년간 해온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풀어내고, 원리들을 찾아낸다. 그 원리에는 목표의식을 세우라는 '비전의 법칙', 스스로 발견하는 기쁨을 경험하게 하라는 '유레카의 법칙', 개념과 원리를 이해시키라는 '눈덩어리의 법칙', 지성 인성 감성을 잘 조율시키라는 '삼박자의 법칙', 칭찬을 잘 활용하는 '피그말리온의 법칙' 등의 재미있는 법칙을 주장한다. 또 실행적인 것들도 있는데 빅2과목에 집중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파레토의 법칙', 틀린 문제를 체크하는 '오답반복의 법칙', 낭독의 힘을 강조한 '하늘천따지의 법칙', 독서의 위력을 강조한 '저수지의 법칙', 평소 공부와 시험 공부의 모드를 조율하는 '시험공부의 법칙' 등이 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의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물론 필자 스스로의 추억과 짧은 시간이지만 봐온 내 아이의 학습과정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반면에 책의 구성은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중구난방으로 이야기를 늘어놓기 보다는 두세 챕터로 나누었으면 독자들이 더 읽기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어떻든 이 책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꼭 읽어두면 좋은 책이다. 이 책이 바람직한 것은 단순히 아이에게 성적 올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아이가 성숙하게 자라는 법을 코칭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도 저자의 전작들에서 응집한 내용들이 이 책에도 자연스럽게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는 전작에서 수학 학습 관련서와 학부모 지침서, 학급 운영서 등도 출간했다. 나 역시 짧은 시간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독서나 한자 학습, 글쓰기, 아들딸 차별학습 등의 필요성에 나오는 내용들을 대부분 공감했다. 물론 다른 원칙들도 대부분 공감한다.
사실 학부모가 되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수많은 생각을 하는 것이 당연지사다. 하지만 정작 자식을 위해 학원비를 내는 것 등 외면적인 지원을 하면 다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아이의 공부 뿐만 아니라 경험 체계를 꾸준히 같이 하면서 살찌우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아이의 블로그를 만들어주고, 다양한 경험을 기록하자고 한 것이 벌써 1년 전인데 실제에 있어서는 많이 소홀해지고 가고 있음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당장 얼마남지 않은 한자검정시험의 오답노트를 만들어주고, 휴일에 이곳저곳 방문해 생각을 넓히는데 신경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든 책 날개를 보면서 이 책의 필자의 책들이 중국이나 대만에서도 번역 출간됐다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실용서들 가운데서도 중국에서 많은 인기를 끈 책들이 있었다. 요즘은 일본책들에게도 밀려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어떻든 유효한 콘텐츠는 이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염두해두고 마케팅 능력을 배양해 가야만 향후에도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는 실용서들도 한층 더 높은 차원에서 기획,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독자들도 자신과 멀지 않은 실용서를 위해 투자하는데 소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