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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기적의 도서관

리첫 2010. 3. 22. 11:28

"일주일 내내 너무 바빴지만 기쁜 마음으로 준비하면서도 날씨때문에 취소될까봐 몹시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우렁각시 자원활동가 분들과 주민여러분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비도 오지 않고 황사도 심하지 않아 정말 기분 좋은 4주년 기념식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의 관심 그대로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새로 부임한 저 이희수 관장 또한 여러분께 신뢰와 믿음으로 다시 신고하겠습니다. 충성!(웃음)"

 

개관 4주년을 맞은 기적의 도서관 기념식 행사에서 지난 1월 부임한 이희수 관장은 다소 설레는 목소리로 함께한 주민들에게 인사말들 건넨다. 이후 조금은 안정되었는지 당차고 씩씩하게 부임 신고(?)를 큰 목소리로 외친다.

 

3월 20일 오후2시, 부개동에 위치한 기적의 도서관 야외 놀이터 광장에 가족과 함께 온 어린이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하다. 조금은 흐린 날씨에 황사바람이 짓궂게 불었지만 엄마 손을 잡고 참여한 어린이들과 도서관 식구들, 우렁각시 자원봉사자들의 함께하는 마음이 이내 개관식 분위기를 환하게 비춰주었다.

 

이번 행사는 특별히 자연과 사람을 생각하는 주제로 재활용품 작품 전시, 지구를 살리는 4가지 물건 전시, 환경 책 전시, 재활용품을 이용한 다양한 생활용품 만들기 등 환경을 살리는 도서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다.

 

기적의 도서관 어린이 사서인 정수림 학생의 사회로 진행된 개관 행사는 한일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관현악단의 클래식 연주와 우렁각시 자원봉사자와 어린이 사서로 구성된 도서관 가족들의 신나는 합창, 재활용밴드 '노리단'의 신명나는 타악 연주로 흥을 돋우었다.

 

이밖에도 엄마ㆍ아빠와 함께하는 어렸을 적 놀거리(=사방치기ㆍ제기차기ㆍ박 터뜨리기) 체험과 빈 캔을 가져오면 생강엿과 뻥튀기로 바꿔주는 행사를 열어 아이들에게 옛 것과 새 문화의 교감을 이어주는 뜻 깊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기적의 도서관 관계자는 "새로 부임한 관장님과 함께 행사 준비를 위해 밤낮으로 고생한 보람이 있어 정말 좋았다"며 "개관과 더불어 펼쳐질 다양한 행사에 많은 주민들이 함께하여 기적의 도서관이 부평 문화의 버팀목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적의 도서관 이희수 관장과 우렁각시(뒤) 자원활동가들
ⓒ 이정민
우렁각시
 

  
3월 20일에 열린 기적의 도서관 개관 4주년 생일잔치 '4랑해요! 우리가 그린(green) 도서관' 행사에서 어린이 사서로 구성된 합창단이 예쁜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 이정민
어린이 사서
 

  
재활용밴드 '노리단'의 신명나는 타악 한마당.
ⓒ 이정민
재활용 밴드

 

[인터뷰] 부평 기적의 도서관 이희수(45)관장

 

"수용자 중심으로 양질의 변화 추구할 것"

 

"도서관의 핵심 기능은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사람 지향적인 문화공동체 공간, 그 자체일 것입니다. 소외됨이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수용자 중심으로 양질의 변화를 추구해야합니다. 책으로 숨 쉬는 도시 '부평'을 만들기 위해 지역민과 함께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연계해 나가겠습니다"

 

개관 4주년을 맞이한 부평기적의도서관 이희수(45) 관장은 3년의 임기를 시작하며 기적의도서관을 부평의 대표적인 문화아이콘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민과 함께할 공공프로젝트 준비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작은 꿈들이 모여 큰 기적을 이루다

 

이희수 관장은 지난 8년 동안 청천1동에 위치한 민간 도서관 '맑은샘어린이도서관'을 보듬어왔다. 그는 평소 자녀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책을 읽어주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책 나눔 운동을 해보자는 신념으로 아무것도 몰랐던 도서관 운영을 덜컥 맡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어린이 전문서점 주인 덕분에 책 나눔 운동에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책방이 점차 사라져가고 전문 번역서만이 쏟아져 나오는 책문화가 못내 아쉬웠습니다. 이후 어린이도서연구회라는 단체에 들어가 좋은 책 알리기 운동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특히 문화적 혜택의 변방에 있어 책과의 인연을 맺을 수 없었던 소외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러던 중 서점을 운영하고 있던 주인으로부터 작은 어린이도서관 건립 의지를 전해 듣고, 함께 만들어보자는 권유를 받았다.

 

이후 책방 주인과 함께 2002년 청천동에 도서관 터를 닦고 자원활동가와 운영위원을 모집하기위해 신발이 닳게 뛰어다녔다. 각 분야의 자원봉사자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도서관으로서의 모습도 그럴듯하게 갖춰졌다.

 

"진심이면 통한다고 했듯이 입소문으로 주위에 널리 알려져 유명한 건축가가 최소한의 재료비만 받고 세심하게 인테리어를 해주었고, 운영위원직 또한 보수가 없는데도 자발적으로 참여해주면서 점차 운영체계가 잡혀갔습니다. 이런 모든 것이 아마도 맑은샘도서관의 설립자인 서점 어르신의 인간적 신뢰와 올곧은 교육철학 덕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랬다. 그가 말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땀과 열정이 있었기에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맑은샘도서관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관장은 "모든 운영진들의 기본적인 소신, 즉 교육적 혜택만큼은 차별이 없어야한다는 공감대로 인해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이후 이 관장은 그림자극 야외공연(2008년), 숲속 작은 음악회(2009년) 등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프로그램을 만들어, 함께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공동체 도서관으로서의 가치를 구현해왔다.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물건 중 하나, 도서관

 

그리고 이제 기적의도서관 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관장은 요즘 4주년 기념 도서관 특별 프로그램 준비와 새로운 업무 적응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기적의도서관 운영의 테마를 '4랑해요. 우리가 그린(=green) 도서관'으로 기획했는데, 이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숨 쉬는 문화 공간으로 도서관을 그려나가겠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이런 기획 배경에 대해 "얼마 전 책에서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물건 중의 하나가 도서관이다'라는 문구를 본 것이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무로 만든 책의 원재료를 생각하며 자연과 사람이 호흡하는 숲의 공간으로서 도서관의 재구성을 그려 보았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민간 도서관 운영자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도서관과 구립도서관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문화적 연계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부임한지 3개월밖에 안 돼 이것저것 할 일도 많고 배울 것도 많아 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긴 안목으로 바라보려한다.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무엇보다 사람의 힘이 크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것을 부딪치면서 시행착오도 겪게 되겠지만 사람에 대한 신뢰만 있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영역과 민간의 영역이 조금씩 배려하면서 도서관 문화가 추구하고자 하는 본래의 진정성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이 관장은 누구보다 민간 도서관의 어려운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보다 넓은 범위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 기적의도서관이 추구하는 사업 방향 또한 민관이 수평적으로 연대해나가는 통합적인 관점에서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유기체적인 도서관 문화를 꿈꾼다는 이희수 관장은 지역 행정을 책임지는 정치인들의 진심어린 관심과 더불어 민관 도서관 재정 지원에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