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필요 없다더니…자율고 몰입교육 눈물쏟는 학부모
사회적배려 입학생 배려 안해 전교 20위권이 250등으로 추락
학원 안다니면 진도도 못따라가…교장 “성적 안되면 전학가라”
경향신문 | 심혜리 기자 | 입력 2010.03.26 03:05 | 누가 봤을까? 10대 여성, 대구
올해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자율고)에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딸을 입학시킨 ㅈ씨(여)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루고 있다. 따로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진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서다. 백화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혼자 딸을 키우는 형편이라 학원비 마련이 쉽지 않은 ㅈ씨는 "1년 진도를 한 학기에 마친다는 학교 방침 때문에 개인과외가 필요하다"는 딸의 하소연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ㅈ씨는 학원에 다닌 적 없지만 중학교 내내 반에서 2~3등 안에 들었던 딸이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며 자율고에 지원할 때 잠시 망설였다. 부자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얘기에, 친구들과 비교해 마음의 상처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우리 학교는 사교육 없는 공교육으로만 가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교장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수업료를 내지 않으니 딸을 입학시켜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학하고 보니 현실은 달랐다. 입학 당시 중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딸의 석차는 약 300명 중 20등이 조금 넘었는데, 입학 후 첫 시험 결과는 250등 뒤였다. 딸은 배우지 않은 내용들이 시험에 나왔다고 했다. 첫 시험인데도 고교 1학년 과정 전체가 시험범위였던 것이다. 알고보니 다른 친구들은 이미 학원에서 1학년 과정을 끝마친 상태였다. 딸에게 들어보니 학교는 "1학기 때 1년 과정의 진도를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교과과정을 일찍 끝마치고 3학년 때는 입시준비만 하겠다는 것이다. 딸은 "학원을 다니지 못하니 도저히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겠다"며 울먹이는 날이 많았다. 고민 끝에 상담을 위해 학교를 찾아간 ㅈ씨는 "진도를 따라가려면 과외를 받는 수밖에 없다"는 교사의 말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교장은 더 나아가 "성적이 안되는 학생들은 전학가도 좋다"고 말했다.
문을 연 지 이제 한 달이 돼가는 자율고 제도의 허상이 하나둘 벗겨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자율고를 도입하면서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가량이지만 교육의 질이 높아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학교들은 3년 뒤의 '명문대 입학률'에 매달리며 사교육을 전제로 교과과정을 운영한다. 자율고인 서울 ㅂ고는 야간 보충수업 시간에도 교과 진도를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을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자율고에 입학시킨 ㅂ씨(45)는 "다른 친구들은 주말이면 집중 과외를 받는데, 우리 아들만 독서실에 간다"며 "아들이 전보다 훨씬 위축된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자율고 교사 조모씨는 "수업시간에 물어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도를 더 빨리 나가주길 원했다"며 "학교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나 과외를 받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
ㅈ씨는 학원에 다닌 적 없지만 중학교 내내 반에서 2~3등 안에 들었던 딸이 "좋은 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며 자율고에 지원할 때 잠시 망설였다. 부자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라는 얘기에, 친구들과 비교해 마음의 상처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우리 학교는 사교육 없는 공교육으로만 가겠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교장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기초생활수급자여서 수업료를 내지 않으니 딸을 입학시켜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입학하고 보니 현실은 달랐다. 입학 당시 중학교 성적을 기준으로 딸의 석차는 약 300명 중 20등이 조금 넘었는데, 입학 후 첫 시험 결과는 250등 뒤였다. 딸은 배우지 않은 내용들이 시험에 나왔다고 했다. 첫 시험인데도 고교 1학년 과정 전체가 시험범위였던 것이다. 알고보니 다른 친구들은 이미 학원에서 1학년 과정을 끝마친 상태였다. 딸에게 들어보니 학교는 "1학기 때 1년 과정의 진도를 나간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교과과정을 일찍 끝마치고 3학년 때는 입시준비만 하겠다는 것이다. 딸은 "학원을 다니지 못하니 도저히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겠다"며 울먹이는 날이 많았다. 고민 끝에 상담을 위해 학교를 찾아간 ㅈ씨는 "진도를 따라가려면 과외를 받는 수밖에 없다"는 교사의 말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교장은 더 나아가 "성적이 안되는 학생들은 전학가도 좋다"고 말했다.
문을 연 지 이제 한 달이 돼가는 자율고 제도의 허상이 하나둘 벗겨지고 있다. 교육당국은 자율고를 도입하면서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가량이지만 교육의 질이 높아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학교들은 3년 뒤의 '명문대 입학률'에 매달리며 사교육을 전제로 교과과정을 운영한다. 자율고인 서울 ㅂ고는 야간 보충수업 시간에도 교과 진도를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들을 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으로 자율고에 입학시킨 ㅂ씨(45)는 "다른 친구들은 주말이면 집중 과외를 받는데, 우리 아들만 독서실에 간다"며 "아들이 전보다 훨씬 위축된 것 같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자율고 교사 조모씨는 "수업시간에 물어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진도를 더 빨리 나가주길 원했다"며 "학교에서 사회적배려대상자나 과외를 받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심혜리 기자 grace@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