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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되는거야(8)

리첫 2010. 4. 6. 14:55

'침략받는 나라'에서 '침략하는 나라'로(3)

 

당시 일본에는 아직 사회주의당이 없었다. 그렇지만 후쿠자와는 유럽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회주의나 노동운동이 어떠한 배경에서 나오는지도 잘 알고 생각하고 있었다. 확실히 후쿠자와가 말한대로, 일반 국민을 교육시키면 아무래도 '가난하면서 지식이 있는 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에도시대의 '동양성인의 교법'처럼 '농민의 자식은 농민'으로 정해져 있어 교육 따윈 시키지 않고 있으면, 일반 국민은 자신의 처지에 불만을 가질 정도의 지혜도 없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을 교육시켜 각자의 욕망을 자극해 자유경쟁을 시키면, 불평을 갖는 자가 나오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지나(중국)를 멸망시켜 구주(유럽)와 동등해진다>라는 인용문을 다시 보자. 후쿠자와의 견해로는 당시의 유럽 국가들은 실로 불평불만이 쌓여 있는 상태였다. 국내에서 그것이 폭발하면 사회주의당이나 노동운동이 발생하고, 나라의 안정에 곤란한 일이 된다. 그래서 불평불만의 배출구를 나라 밖에서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유럽 국가들에게 국내 불평불만의 배출구로서 적당한 재료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를 식민지로 삼는 것이었다. 식민지에서 돈이나 산물을 빼앗아 국내로 보내면, 국내의 가난한 사람들의 불평도 누그러뜨릴 수가 있다는  이치였다.

 

'동양'을 탈퇴해서 '서양'과 한패되기(1)

 

후쿠자와가 말하는 것을 잘 생각해보면 정말 섬뜩하다. 그는 인간사회에는 두 종류 밖에 없다고 했다. 하나는 '농민의 아들은 농민의 아들'로 정해져 있어, 평민을 교육시키지 않고 지배자만이 지혜를 갖고 있는 신분제의 '동양'이라는 국가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일반인도 심신을 발달시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을 밀어내는 자유경쟁을 벌여 경제성장을 하는 '서양'이라는 국가들이다. 그리고 '서양'은 아무래도 욕망의 확대에 비해 정신의 발달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불평불만이 쌓이고 결국, 식민지를 얻기 위해 '동양'을 침략한다. 세상에는 이 두 종류의 형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후쿠자와는 말한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나라를 선택하겠는가? 어느 나라에 살고 싶은가? 후쿠자와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것은 일본이 '동양'이기를 그만두고 '서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째서 '서양'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 이유도 확실하다. '서양'은 '동양'을 점차 식민지화 하고 있다. 일본이 '동양'인 채로 있으면 '서양'의 식민지가 될 뿐이다. 그것이 싫다면 '동양'이기를 그만두고, 즉 에도시대의 신분제도를 '서양'의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후쿠자와는 뒤이어 1885년(메이지 18년) 2월에 쓴 <아직 당부해야 할 것이 있다>와 <나에게 당부하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당부한다>는 시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