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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학교에 가지 않으면 안되는 거야(9)

리첫 2010. 4. 13. 11:09

'동양'을 탈퇴해서 '서양'과 한패되기(2)

 

 유럽, 미국,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이미 백인이 점거해버려 남아 있는 곳은 단지 아시아 뿐이다. 이 아시아도 저녁 해가 서산으로 기울듯 석양의 위험이 바싹 다가와 있다. ------이란에서 동인도, 미얀마, 태국, 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이미 모두 유럽인들에게 정복되었거나 혹은 아직 공공연하게 정복되었다고는 들리지 않지만------유럽인들의 사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정복을 유예한 것 뿐이다. ------전 세계의 실세가 이러한 형편이라면, 우리 일본만이 대세의 바깥에서 초연하게 있어서 되겠는가?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는 머지않아 서양 백인들을 위해 점령당해야만 하는 추세로 돌아가고 있다. 이 대세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을 맞이해서, 한층 아득바득하게 일발 역전의 계책을 궁리하며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혜가 있는 자에게 걸맞지 않는다는 비평도 있지만, 나는 한마음으로 우리 일본국의 독립을 주장하며 결코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

 

'서양'이 '동양'을 식민지화하는 대세는 이미 멈출 수 없다. 일본도 결국 식민지가 될 운명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후쿠자와는 어떻게든 '일본이라는 나라'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 최후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그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후쿠자와가 주장한 방법은, 일본이 '동양'임을 포기하고 '서양'과 한패가 되는 것이었다. 그것은 에도시대의 신분제도를 포기하거나 '서양'의 기술과 제도를 받아들이자는 것만이 아니었다. 다른 '서양'의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동양'을 침략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리자는 의미도 있었다. 1885년 3월 후쿠자와의 <탈아론>, 즉 '일본'은 아시아에서 벗어나야만 한다'라는 제목의 시론은 그러한 주장을 내세운 그의 선언이었다. 거기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문명이라는 것은 홍역이 유행하는 것과 같다.------이 유행병의 해로움을 증오하고 이것을 막으려고 해도 그 수단은 있는 것일까? 나는 결코 없다고 증명한다. ------차라리 힘써 이 유행병의 전염을 도와, 일본 국민을 빨리 그 기풍에 물들게 하는 것이 지자(智者)가 해야 할 일이다. ------문명을 막아 그 침입을 금하면, 일본은 독립을 유지할 수 없다. 세계문명의 분쟁 소동은 동양의 외딴 섬이 혼자 자고 있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우리 일본의 국토는 아시아의 동쪽 끝에 있지만, 국민의 정신은 이미 아시아의 케케묵은 구태의연함을 탈피하여 서양문명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불행한 일은 이웃에 나라가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중국이고 또 하나는 조선이다. ------이들은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나라가 망해, 국토는 세계의 문명 여러 나라들에 분할될 것임에 한 점의 의혹도 없다. 왜냐하면 홍역과 같은 문명개화의 유행에 직면하면서, 양국은 그 전염의 자연적 추세에 등을 지고 무리하게 이것을 피하려고 밀실 안에 틀어박혀 공기의 흐름을 막고 질식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웃나라의 개명을 가다려 함께 아시아를 부흥시켜 갈 여유가 없다. 차라리 아시아의 대열에서 벗어나 서양의 문명국과 진퇴를 같이 하며, 중국이나 조선을 접하는 방식도 이웃나라라고 해서 특별히 심려하지 말고, 그야말로 서양인들이 이들 나라에게 접하는 방식에 따라 처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