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말하기대회 대상 수상자들에게 듣는 영어 공략비법 | ||||||||||||
영어로 유창하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아이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창한 발음과 매끄러운 표현으로 ‘잘’ 말할 수 있다면 단순히 영어 시험을 잘 보는 것 이상의 성취를 이루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영어말하기대회에서 만난 수상자들에게 대체 어떤 비법이 있는지 이들의 영어 공부법을 들어봤다.
● 개인전 대상 ● 서울 한양초등학교 이경민(5학년)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즐겁게 공부했어요” 우유가 바나나, 딸기, 초코와 만나 최고의 음료를 뽑는 대회에 나가 우승한다는 내용의 ‘The Best Beverage Contest’로 개인전 대상을 거머쥔 경민이는 사실 영어말하기대회 수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교내 대회는 물론, 구 대표로 영어동화구연대회에 나가 입상한 경험도 있다. 경민이는 특히 줄거리가 탄탄한 이야기들을 실감 나게 표현하는 동화 구연 등에 소질이 있는 편인데,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 또렷한 발음과 풍부한 표현력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민이가 처음으로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일 곱 살 때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즐기고 말주변이 좋았던 점을 눈여겨봤던 어머니가 마침 집 근처에 생긴 영어유치원을 추천받아 보내게 됐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영어로 노래와 연기를 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 행사를 했는데, 제가 주인공 역할을 맡았거든요. 그때 칭찬도 많이 듣고 졸업식 날 베스트 스피킹(Best Speaking)상까지 받았어요. 그때부터 자신감이 생기고 영어에 더욱 흥미를 붙이게 됐죠.” 경민이는 양이 많든 적든 매일 빼놓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언어는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가장 좋은 공부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공부할 때만큼은 즐거운 마음으로 즐거운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평소 자신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어떤 형태의 공부가 가장 잘 맞는지 등을 먼저 파악하고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귀띔한다. “저는 ‘해리포터’ 같은 책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주로 영어 독서를 많이 하려 했어요. 저한테 너무 어렵거나 재미가 없는 교재는 과감하게 버려요. 재미있는 이야기의 책을 찾아 읽고 인터넷 등을 활용해 듣기나 퀴즈 같은 독후활동도 했어요. 또 책 한 권을 선택했다면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면서 통째로 외웠어요. 간결하면서도 좋은 표현을 외운 것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영어 실력을 키우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영어 책만 계속 들여다본다거나 단어를 줄줄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하지는 않았다. 어학이라는 특성상 언어에 대한 민감한 습득력을 갖춘다면 영어 또한 자연스레 따라올 거라고 믿기 때문에 국어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중국어나 일본어에도 관심이 많이 생겨서 조금씩 공부하고 있어요. 같은 내용을 서로 다른 언어로 익혀보는 것도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 단체전 대상 ● 인천 삼목초등학교 김윤형(4학년)·임윤아(2학년)
우유회사에 근무하는 스크루지 할아버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꿈을 꾸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Christmas Milk’로 발군의 연기력과 유창한 영어 표현을 보여준 윤형이와 윤아는 이구동성으로 “즐겁게 영어를 익혔다”고 말한다. 따로 교재를 사고 목표를 정해 영어 공부를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저는 한 번도 학습용 영어 테이프를 듣거나 동영상 강의 등을 본 적이 없어요. 다른 친구들처럼 실력을 가늠해보려고 토익이나 테솔 등의 시험에 응시한 적도 없고요. 부모님께서는 항상 영어는 ‘공부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세요. 대신 부모님과 함께 만화영화도 많이 보고, 영어 전문 서점에 자주 놀러가요.” (김윤형) 윤형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디즈니 만화영화 비디오와 DVD를 보며 영어와 친해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본 영어 관련 비디오와 DVD가 250편 가까이 될 정도. 영어 자막이 있거나 영어로 더빙된 만화영화를 반복해 보면서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유용한 표현들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매번 집중해서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놀이를 하고 놀 때도 영화를 틀어놓아 귀가 영어에 많이 노출될 수 있도록 하는 식이었다. “그때 들었던 대화체 문장들이 일부러 외웠던 것도 아닌데 지금도 머릿속에 거의 남아 있어요.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표현이 아니라서 더 유용한 것 같아요. 지난번 학교에서 열린 영어노래부르기대회에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영화에서 봤던 ‘맘마미아’로 참여했거든요. 그 뒤로는 팝송의 매력에 빠져서 요즘은 MP3에 넣어 다니며 따라 불러요.” (김윤형) 2학년 윤아 또한 마찬가지다. 엄마가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한 영어유치원이 한글·수학 등의 공부 대신 놀이 방식의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윤아를 보내게 됐고, ‘영어는 재미있는 것’임을 알게 된 윤아는 스스로 하고 싶은 활동을 찾아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
윤형이와 윤아의 부모님은 아이들의 영어 실력에 대해 자꾸만 확인하려 한다거나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얼마나 알고 있니?”, “그건 틀렸어”와 같은 다그침과 지적이 반복된다면 아이들이 금방 영어에 흥미를 잃고 영어는 어렵고 ‘잘’해야 하는 것이라고 여기게 되기 때문이란다. 다만, 함께 책을 고르고 영화를 보는 등 관련된 활동을 같이 해주고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영어 일기를 보여주거나 영어로 말할 때 비록 틀린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즉시 고쳐주기보다는 “네가 이렇게 잘할 수 있구나”라는 칭찬으로 자신감을 북돋워주고 동기부여를 하라고 조언한다. “제 집에는 책장이 아닌 집 안 곳곳에 영어 스토리북이 널려 있어요. 언제든 쉽게 읽고 들을 수 있어요. 저한테 영어는 그 책들처럼 편안하고 친숙한 ‘놀이’인 것 같아요. 즐겁고 자신감 있게 영어를 대한 것이 제가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게 된 진짜 ‘비법’ 아닐까요?” (김윤형)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이성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