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는 탕탕 쳤지만, 사실 나는 이 글을 도중 포기하고 싶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 한국 사회에서, 하필 이 시점에 김대중을 소재로 언론과 반대편에 서서 발언한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숱한 곡해와 왜곡과 편견의 짐을 고스란히 지고 가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이건 결코 괜한 엄살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김대중에 관해 말하기가 왜 그토록 어려운지, 그 전후 사정을 차근차근 하나씩 밝혀 보겠다.
그 첫째는, 김대중에 대해 제대로 말하려면 '전라도 차별'이라는 그 두터운 벽에 도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는 점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정치란 한편으로 감정과 편견을 발산하는 과정인 동시에 감정과 편견의 발산으로 생겨나는 결과물이다. 김대중만큼 세상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올려지고 오래도록 씹힌 정치인이 또 있을까? 재야운동권의 토론석상에서부터 하다 못해 포장마차 술좌석에 이르기까지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뜨거운 논쟁을 만들어낸다. 그 누구도 김영삼을 놓고 그렇게까지 싸우지는 않는다. 이승만, 박정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김대중은 한마디로 '뜨거운 감자'인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사회에선 김영삼을(또는 박정희든 이승만이든) 아무리 열렬히 지지해도 '골수'라는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나 김대중은 조금만 지지해도 '골수'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그래서 '친 DJ'로 낙인 찍힐까봐 할 말 다 못하는 지식인도 하나 둘이 아니다. 이만저만 불공평한 게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김대중만이 그러한 걸까?(그건 곧 한국 정치의 베일을 벗기는 일이기도 하다.) 김대중 문제는 결코 김대중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의 지지자든 그의 반대자든 거의 모든 사람들이 김대중 문제를 은폐하려 하고 있다.(계속)
글:강준만(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