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초등학교 1~2학년 때부터 일찍 가르쳐도 아이들의 국가 및 언어 정체성 형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진경애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임연구위원이 22일 한국교육개발원의 논문집 ‘한국교육’ 최근호에서 발표한 ‘초등학교 저학년 영어 공교육이 학생들의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현재 초교 3학년부터 실시하는 영어 공교육을 1∼2학년부터 시작해도 정체성 형성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이러한 논리가 실증적 근거가 있는지 살피고자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연구학교'로 지정돼 1~2학년을 대상으로 이미 영어교육을 하는 초교 50곳과 일반 초교 50곳 등 100개교의 1~3학년생 총 1천4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국어 및 국가 자긍심, 언어 정체성, 개방성, 충성심 등 4가지 영역에 관련된 설문 결과 연구학교 아이들의 정체성 평균 점수가 2.51점(3점 척도)으로 협력학교 아이들(2.45)보다 오히려 높았다.
5개월 뒤 다시 한 두번째 설문조사에서도 연구학교 학생의 점수(2.57)가 일반학교(2.5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두 학교 학생들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성 점수가 상승했고, 특히 영어를 일찍부터 배운 연구학교 학생들의 점수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더 높게 나온 것이다. 학년별 비교에서도 1~3학년 모두 연구학교 학생의 평균이 일반학교보다 조금씩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진경애 선임 연구위원은 "연구학교 학생들의 점수가 높게 나왔다고 해서 정체성이 더 강하다고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적어도 학생들이 영어를 학교라는 제한된 범위에서 접하는 상황에서는 조기 교육을 확대해도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초등 영어교육을 1~2학년까지로 확대하는 문제는 지난 정부에서 검토한 바 있으나 지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대신 초등 3학년 이상에서 주당 영어교육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