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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고대 교수 이야기

리첫 2010. 10. 29. 13:18

언론은 힘있는 사람이 거짓으로 만들어 가고

진실은 소수의 사람만이 안다.

 아래의 글은 퍼온 글입니다

- 아 래 -

 

나의 사랑하는 딴지야, 오늘은 누님이 소설 한 편 써볼께.
요새 유행한다는 막장 소설이야.

제목은 자살한 고대 교수 이야기.

어때? 흥미가 땡기지?
바쁜 넘들은 고만 나가서 일 봐.
한가한 넘들만 읽어.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 이니까.

지난 10월 19일 저녁에 고대 사범대 건물 안에 한 연구실에서 정모교수의 시체가 발견되었어.
누가 맨 처음 발견했게?
여기서부터 막장이야.
뭔가 심상찮은 낌새를 느낀 부인이 남편 연구실로 찾아온 거야.
문이 잠겨있으니 경비 아저씨한테 문을 따달라고 했겠지...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건, 목을 맨 남편의 시체였지.

 


이건 현실이 아니야... 나쁜 꿈이야... 하고 외쳤을거야.
왜냐구?
정교수 에게는 올망졸망 초딩부터 중딩 고딩인 삼남매와 사랑하는 아내가 있었거덩.

정교수는 미국에서 박사과정 유학을 했더랬어.
부인과 아이들은 아빠의 적은 조교 월급으로 학생 아파트에 살면서 참 소박하게, 그러나 행복하게 살았더랬지.
어떻게 아냐구? 내가 바로 그 이웃에 살았거덩.
언제나 웃음소리가 끊일날 없고,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참으로 공익광고에나 나올법한, 행복한 가정이었어.

그 동네 다른 아저씨들이 정교수를 뭐라고 부른 줄 알아?
그의 별명은 <공공의 적> 이었어.

동네 아지매란 아지매들은 모조리 남편한테, "당신은 왜 개똥이 아부지 (정교수 말이야) 처럼 안하는데?" 하면서 하도 바가지를 긁으니까 그랬다는 거야.

박사과정 공부하는게 힘들다며, 집에만 오면 자빠져 자거나 손꾸락 하나 까딱 안하는 아저씨들과는 반대로, 정교수는 주말이면 오직 가족을 위한 봉사에 여념이 없었지. 십 년도 넘은 중고차를 새 차 못지않게 닦고 조이고 기름친다든지, 삼남매와 함께 만두를 빚어서 만두국을 끓여 먹는다든지, 쓰레기 버리기, 집안청소, 애들 숙제 봐주기, 등등, 좌우지간 그 부인은 동네에서 소문난 왕비마마였더랬지.

솔까말, 나도 그런 생각 안했다면 거짓말이야.
개똥이 어매는 나보다 쭉쭉빵빵도 아니고, 김태희 얼굴도 아니고, 글타고 처갓집에서 한밑천 장만해 준 것도 아닌데 무슨 복을 타고나서 저렇게 서방 사랑을 넘쳐나게 받고 사나...?
이런 생각, 그 때 그 동네 살던 아지매라면 모두 한 번 이상 했을거야.

글타고 정교수가 헤벌래 마누라 치마폭에서 쪼잔하게 가사노동만 열심히하던 찌질이는 결코 아니었어.
정교수는 수학교육을 전공했는데 - 똑대기 들어, 수학 전공이 아니고 수학교육 전공이라구 - 그가 공부하던 학교는 쌀국내에서 수학교육으로 엄지손꾸락 먹던 학교야. 근데 거기서도 정교수가 어찌나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를 했던지, 쌀국 사람 교수님들이 모두 칭찬이 자자하더래.

 


어찌 아냐구? 내가 바로 그 이웃 학과에서 공부했거덩.

그러니 정교수는 박사 졸업하고 쌀국 내에서 얼마든지 좋은 학교 교수로 갈 수가 있었어.
그건 내가 보장해.
어찌 아냐구?
정교수에 비하면 완전 날라리였던 내가 지금 쌀국에서 교수질 하면서 살고 있거덩.

근데 정교수가 뭐랬는지 알아?
배추장사를 하더래도 고국으로 돌아가겠대.
한국에 돌아가서 한국 수학교육을 위해 일하고 싶대.

사실, 공주사대 나온 연줄로 한국에 돌아가면 걸어가야할 길이 쉽지 않으리란 생각에 누님을 비롯해서 많은 친한 사람들이 정교수를 말렸더랬지.
그래도 뭐 어떡해. 본인이 그렇게 돌아가고 싶다는데.

처음엔 제대로 된 교수자리도 아니고 연구교순가? 좌우지간 임시직 딱가리 자리로 한국에 자리를 잡았다고 들었어.
얼마 후엔 전남대로 가셨다대?
그리고 또 얼마 지나서 우리 맹박가카가 졸업하신 그 이름도 훌륭하신 고대 교수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이 얼마나 알흠다운 미담이야?
학벌의 사슬을 끊고, 고국과 학계의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고심하던 젊은 교수가 고대라는 훌륭하신 학교에 부교수로 부임하셨으니, 그 앞날에 무궁한 영광과 발전이 있을 것 같지?

잠깐, 여기서 누님이 <격자소설> 혹은 <액자소설> 이라는 걸 알려줄께.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이 들어있는 걸 그렇게 불러.
왜 꿈 속에서 또 꿈을 꾸고, 옛날 이야기 속에서 할매가 이바구를 지어내고, 그런 거 있잖아?
그니깐, 누님이 지금 쓰고 있는 이게 소설인데, 지금부터 쓰는 얘기는 그 소설 안에 또다른 소설이란 얘기야.

고대로 간 정교수가 늘 하던대로 열심히 일하려고 시작했겠지?
근데, 그게 문제였던 거야...
정교수의 윗대가리는 정교수가 "제대로 열심히" 일하기 보다는 "시키는 일을 군말없이" 하기를 바랬던 거야.

윗대가리 입장에서 보자면, 지방대 출신인 걸 뽑아줬으니 고분고분 말 잘들을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 설치고 다니면서 심지어 자기 비리까지 드러나게 생겼으니 얼마나 기가 막힐 노릇이겠어?

그래서 또 하나의 막장 코드가 등장해.
<내연의 관계>에 있던 여자 조교를 앞세워 윗대가리는 정교수를 억누르기 시작했지.
(난독증 있는 넘들 도우려고 한 마디 더 할께. 내연의 관계는 윗대가리와 조교의 관계라는 거야. 정교수가 아니고. 아랐찌?)

먹물 좀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대학원생 조교가 부교수에게 맞짱 뜨며 법정 소송을 불사하고 댐비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럼 우리는 여기서 그 여조교를 남성우월주의 사회에서 페미니즘의 기수가 되어 선봉하는 가열찬 녀성이라 칭송해야 할까?
누님도 녀성이라 그럴 수 있으면 그러고 싶어.
근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남성권력 (=윗대가리)을 등에 업고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 못하는 녀성이었다는 것이 참 안타까워.

윗대가리 교수는 학계에 널리 실력을 행사하는 거물이야.
그 마누라는 강남에서 입시학원을 해서 떼돈을 번다더군.
아참, 그 윗대가리도 정교수와 같은 학교 박사 출신이야.
심지어 지도 교수도 같은 사람이었지.

암튼 그 윗대가리의 권력때문에 아무도 정교수의 편에 서질 못했어.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알지만, 감히 그 앞에 나서질 못했던 거지.

그래서 정교수는 사랑하는 가족을 남기고 그런 일을 저지른 거야.

이 세상 사람들을 한 줄로 앞에서부터 자살할 확률이 높은 순서대로 세운다면 맨 끝다리에 - 나보다도 뒤에, 심지어 우리 가카보다도 뒤에 서있을 정교수가...

그렇게도 사랑하는 가족과 열정을 바쳤던 연구와 아끼던 학생들, 친구들, 그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목숨을 버렸어...

 


근데 그 장례식장엔 서로 짜고치기 고스톱 처럼 고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대.
윗대가리한테 찍힐까봐 무서워서였을까?
아니면 양심에 부끄러워서였을까?

고대측에서는 "가정사 문제" 때문에 죽은 거라고 말했대.
너같으면 마누라랑 문제가 심각해서 자살하는데 하필이면 직장에 가서 죽겠니?
그리고 장례식에 직장 동료들이 콧배기도 안비추겠니?


이상, 누님의 소설은 여기서 끝이야.
근데 원래 소설이란 게 아주 황당무계한 일을 억지로 지어내는 건 아니거덩?
그니까 위의 글에서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서부터 창작인지 알고 싶으면 일단 요기(클릭) 가서 서명부터 해바바.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권력이 무서워서 입을 닫고 있고, 나처럼 겁날 거 없는 사람은 너무 멀리있어서 뭘 어찌 도울 수가 없어.
이럴 때 딴지가 좀 나서줘야 하는 거 아니야?
부디 대문에 이 글 좀 올려줘라. ☞ 올려주는 바임(딴지 편집부 주)

 

마지막으로 고인와 유가족에게 깊은 유감을 전하고...
어서 명예를 회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