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그토록 지긋지긋하던 공부. 그 악몽에서 깨어나 세상에 발을 디딘 이들은 '아, 드디어 벗어났다' 며 기뻐한다. 하지만 기쁨도 잠깐. 직장 생활의 고달픔은 공부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는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는 공부에서 벗어나 환호를 지르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다. 공부가 지겹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꼭 읽어볼 만하다. 노화를 방지하는 최고 비법이 바로 공부라는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은이 이시형 박사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 과학자다.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을 세계적 정신 의학 용어로 만든 권위자이면서 현재 뇌 과학과 정신 의학을 활용한 성공 메시지를 전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나이가 들면 머리가 굳는다고 하지만, 뇌과학적으로 볼 때 그 말은 옳지 않습니다. 오히려 절박함을 느끼는 만큼 공부가 잘된다는 게 뇌과학적 결론입니다. 뇌는 적당한 압박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책에 따르면 노화가 진행되어 뇌가 굳는다는 통설은 잘못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공부를 하지 않고 뇌에 필요한 자극의 수가 줄기 때문에 뇌가 작동하는 양이 감소하여 기억력 등이 감퇴할 뿐.
즉 나이가 들어도 똑똑하게 살려면 계속해서 공부를 하는 게 좋다. 특히 기존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부는 충분한 자극제와 활력소가 된다. 저자는 72세 교수 뇌에서도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신경 세포가 계속 생성된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서도 뇌가 계속 발전한다는 것이 보편적인 학설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동작 능력, 수학 능력, 논리력 등은 젊은 시절에 비해 떨어지는 반면 전반적인 지능은 오히려 향상된다. 사회적인 숙련과 경험 등이 어우러져 전반적인 지능 향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공부해야 효과적일까? 저자는 싫은 공부를 끈기와 참을성으로 억지로 버티면 안 된다고 말한다. 싫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참고 하면 그 순간부터 공부가 안 된다. 힘들다는 생각에만 주의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의 의지나 끈기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호르몬의 분비와 뇌 시스템이 그렇게 바뀌는 것이다. 억지 공부를 하기보다는 '공부에 정을 붙이고 그것을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무리 싫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하면 자연스레 그 일의 흐름을 타서 차츰 몰입하게 되고, 그러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좋아지게 된다. 남다른 의욕이 있어 시작하는 게 아니고 시작하면 의욕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심리 상태를 정신의학 전문 용어로 '작업흥분의 작동'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학교에 가기 싫지만 막상 학교에 가고 나면 즐겁게 그 생활을 즐기게 되는 것이 바로 이 기제의 작용 때문이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시작은 좀 힘들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그것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단 한 줄의 광고 카피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단 몇 초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바꾼다. 인생의 획기적인 발전과 변화는 긴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 30분 안에 결정된다고 한다. 30분 안의 집중력과 긴장을 주도하는 호르몬은 바로 세로토닌이다.
이 세로토닌의 작용만 잘 활용하면 공부는 좀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공부 한답시고 5시간을 내리 자리에 앉아 딴 생각을 하기보다 30분 집중하여 일을 수행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며 뇌를 쉬게 해 준다. 그러면 일이나 공부의 수행 능력은 더 상승한다.
특히 창조적 사고가 요구되는 일의 경우는 더욱더 이 방법이 중요하다. 나에게 가장 기분 좋은 시간 30분을 할애하여 창의적인 사고를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중요한 일에 몰입해 보자. 그러면 몇 시간을 투자한 것보다 더 훌륭한 결과를 맛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세로토닌 신경이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리듬 운동 영역에 있으며, 그 신경 가지는 온 뇌에 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것이다. 세로토닌 분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즐거운 신체 운동과 행복한 생활이 중요한데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방법만 시도해 봐도 괜찮을 듯하다.
그 방법은 첫째 좋은 음식 잘 씹어 먹기, 둘째 뱃속까지 깊게 호흡하기, 차 없이 즐겁게 걷기, 몸과 마음으로 사랑하기, 모이고 어울려 정답게 살기 등이다. 결국 즐거운 생활과 몸과 마음의 건강함이 성공적인 삶과 뇌의 발전을 가져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의 몸과 뇌는 참 신비롭게 여겨진다. 그걸 밝혀내는 뇌 과학자들도 참 대단하다. 엄청나게 복잡한 우리의 몸과 머리지만 잘 쓰고 멋지게 다듬으며 사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