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내가 사교육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리첫 2011. 3. 30. 09:18

 

내가 사교육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

 

씽클레어루이...(timecraf)2011.03.29 20:42 조회 529 찬성 35 반대 0

 

먼저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나는 시골에서 조그만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월소득은 1000-1500 정도 된다. 대출이자와 생활비를 빼면 500-1000 정도 돈이 남는다. 이런 말 하는 이유는 내가 사교육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있다는 의미이지 다른 의미는 없다.

 


첫째, 사교육으로 진짜 실력이 배양되지 않는다.

 


80년대 후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당시 과외는 불법이었다. 암암리에 꽤 했다고는 하지만 서민가정에서 자란 나는 어떤 사교육도 받지 않았고 그저 학교수업만 들었을 뿐이다. 주변에서 암암리에 과외를 하는 아이들이 있었는데 나보다 공부잘하는 아이는 없었고, 나보다 잘하던 아이들은 모두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아이였다. 벌써 20년이 지났으니 옛날이라고 할테지만 주변에 조카아이 공부하는 것을 봐도 사교육비와 성적은 절대 정비례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공부능력은 타고난다. 거기에 본인의 성취동기가 강해야만 성적이 올라간다. 돈 들인다고 해서 공부 잘 하냐? 그건 아닌 거다.

 


예를 들어서 과외로 정말 돈을 바른다면 동국대 갈 아이가 성균관대 정도는 갈지 몰라도 서울대를 가거나 하는 일은 없다. 이건 분명하다. 타고난 공부능력+성취동기가 핵심이고 나머지 10% 정도가 우수한 교사에 달렸다. 그런데 학교교사 중에서 정말 그리 우수하고 헌신적인 교사가 전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물론 월급도둑들도 많지만 그래도 안 그런 교사가 많다. 공교육씹기가 사회적 대세인데 솔직히 그중에는 사교육을 조장하려는 의도를 가진 자들이 분명히 있다. 방학때 월급도 못받는 미국교사보다 한국교사가 분명 더 낫다.

 


타고난 공부능력이 없는데 아무리 훌륭한 과외선생이 무슨 필요이며 공부하고픈 성취동기가 없는데 무슨 과외선생이랴.. 정말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해도 성취동기만 뚜렷하면 ebs강의만으로도 왠만한 대학은 다 갈 수 있다.

 

둘째, 최상위 사교육 그룹의 경우는 내 재력으로 따라갈 수 없다.

 


예를 들어서 영어유치원(실제로는 유아영어학원)-사립초등학교-국제중학교-특목고-해외 또는 국내최고대학으로 가는 수순은 내 정도 재력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된다. 영어유치원비 150 정도, 사립초등은 보통 대학등록금 정도 돈이 든다. 내가 아는 모 부부는 부부가 둘 다 의사인데 사립초등학교에 아이를 넣었는데 대놓고 교사가 그러더란다..귀 댁에서 저희들이 경제적인 지원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라고.

 


무슨 말이냐 하면 그 부부 수입이 합치면 월 3000 정도인데 사립초등에서는 그 정도 수준이 제일 핫바리이기 때문에 찬조금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거다..실제로 재벌3,4세들이 다니는 곳이고 기백억대 자산가들의 자녀가 다니는 곳이다. 그런데서 내가 위화감 느껴가며 아이를 길러야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고 내 노력갖고 커버가 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을 돈으로 따라갈 수 있을까? 이건 이미 그 문제가 아니고 다른 계급의 문제이다. 고현정도 재벌가문에서 견디지 못하고 나왔는데 평범한 내가 왜 그들을 따라갈까..

 


셋째, 이른바 명문대에 들어가도 별 볼 일이 없다.

 


이른바 스카이에 들어가도 취업이 잘 되는 것일 뿐 그들이 남들보다 훨씬 나은 위치에서 시작하느냐..그건 절대 아니다. 정말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은 아까 말한 둘째에 해당되는 사람이다. 수백억대 자산가의 아이들은 어차피 우리와 처지가 다르지 않나.

 


보통 의사들의 꿈은 월세를 내지 않고 자기 건물에서 병원을 하는 것이고 그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소득으로 일하지 않고도 편안한 삶을 누리는 것이다. 너무 세속적인 바람이지만 사실 거의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한 사람들과 어떻게 경쟁을 하겠는가?

 


명문대 나와서 잘못된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 문과의 경우 고시준비를 하다가 폐인된 사람이 동기만 해도 여럿이고 이사진까지 갈만한 능력자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 40-50대에 명퇴를 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수억 돈 들여 명문대 나와도 절반 이상은 50대에 빵집이나 치킨집한단 말이다..그게 뭐가 부럽단 말인가.. 나는 명문대 간 사람보다 자기 건물 갖고 있는 사람이 훨씬 부럽다.

 


넷째, 과도한 사교육비로 본인 노후 설계를 할 수 없으면 그건 큰 비극이다.

 


나는 시골에서 의원을 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본인부담금이 1500원이다. 사실 상당히 저렴한 금액이다. 오히려 시골노인들은 읍내로 나오는 차비가 더 비싼 경우도 많다. 왕복버스비가 6000원이어서 병원에 나오고 싶어도 나오지 못하는 노인들을 많이 본다. 많은 분들은 자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정말 극빈의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내가 만약 저축을 포기하고 한 달에 한 사람당 200-300 정도의 과외비를 들여서 공부를 가르칠 수는 있다..그러나 나도 언젠가는 은퇴를 해야 한다. 은퇴하면 과연 자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물론 운이 좋다면 그렇겠지만 안 그런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자식이 운이 안 좋아 취직을 못할 수도 있고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할 수도 있지 않는가..그렇다면 빈곤하고 병든 노후를 누구에게 위탁할 것인가..결국 내가 그때까지 모아둔 돈에 위탁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자신의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올인하는 것이 흔히들 부모의 마음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식들은 결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다. 난 차라리 사교육비를 줄여서라도 은퇴준비를 철저하게 할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내 경제력으로 사는 것이 진짜 자녀를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다섯째, 과다한 사교육비-반드시 해야 하는 대학진학은 일종의 사회적 신화이며 불안마케팅이다.

 


보험설계사들이 공포마케팅하는 것이나 사교육업자-대학교에서 마케팅하는 것이나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과연 사교육을 해야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가? 좋은 대학은 과연 무엇인가? 꼭 대학에 가야만 하나?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은 물론 부모들도 잘 알지 못한다. 그냥 분위기에 휩쓸려서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 가는게 당연한 줄 안다. 한마디로 우민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내가 왜 분위기에 휩쓸려 살아야 하나. 내 인생은 하나이고 한 번 뿐인데 왜 내가 남들의 마케팅에 휩쓸려야 하나. 난 자존심 때문이라도 무턱대고 남들을 따를 수는 없다.

 


여섯째, 결국 자녀에게 명문대졸업장보다는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낫다.

 


결국 자본주의는 심화될 것이다. 빈부차는 커져간다. 그렇다면 내가 뭘 물려줘야 하겠는가? 사교육을 해서 좋은 대학에 간다는 보장도 없는데 미친 듯이 사교육을 해야 하나? 나는 절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자녀에게 인생사는 법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알려줄 것이고 험난한 세상에서 양심을 지키고 돈을 벌고 돈을 통제하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투자방법과 미래에 대한 통찰력, 고객의 마음을 휘어잡는 법을 알려줄 것이다.

 


그렇게 하고서 몇 억의 돈을 갖고 있으면서 언젠가 유산으로 물려줄 것이다. 실제로 내 아들이 공무원같이 임금이 싼 일을 해도 200-300짜리 월세가 나오는 상가나 원룸을 갖고 있으면 삶이 훨씬 풍요로와지지 않겠는가? 취미도 즐길 수 있고..

 


나는 너무나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나서 대학6년간 등록금도 내가 모두 벌어서 냈고 나처럼 가난한 여자를 만나서 700만원짜리 전세에서 중고냉장고를 놓고 살림을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자식을 키우고 싶지는 않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하고 자존심때문에 5킬로의 거리를 걸어서 통학했던 추억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아무리 포장해도 가난은 가난이기 때문이다.

 


내 얘기의 결론:

 


한 마디로 사교육은 값어치를 하지 못하는 비싼 물건이다. 모두 그 물건을 구입한다고 해도 나는 그 물건을 사고 싶지 않다. 사교육을 꼭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신들은 속고있다.

 

댓글쓰기 신고하기
  학원강사지만(rudra75) 2011.03.29 22:51:09 
정말 속시원한 말씀. 이번에 애기를 낳았지만 앞으로 사교육으로 돈 쓸 생각 전혀 없습니다. 수학 및 기타 과목은 제가 음악 같은 예체능은 아내가 맡아주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과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려구요. 물론 경제 공부는 초등때 부터 시킬 겁니다. 사는 방법을 알려주는게 최고죠.
 
  뻔돌이(thkoh) 2011.03.30 06:36:42 
구구절절 옳은이야기입니다. 한가지, 공부능력이 타고나다는거에는 완전 동의하지 않지만요. 대입시험수준이 뭐 그리 높은것도 아니고 공부능력까지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냥 열심히 하면 되죠.
저도 소위 sky를 나왔지만 주변에 보면 훌륭한 월급장이 또는 고시공부하다 학원강사하는 친구들이 수두룩합니다. 결국 좋은대학 나와서 제일 덕보는 분야는 학원선생하는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제일 간판이 필요하니깐요.. 그 외에는 학원비 모아서 그돈 불려 현금으로 물려주는게 낫습니다.
 
출처:오마이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