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 문제가 전사회적인 화두로 등장한 가운데 최문순 강원지사가 오는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강원도립대학의 등록금을 없애겠다고 16일 선언했다. 내년에 등록금 총액의 30%를 감면하고, 2013년에는 60%로 확대한 뒤 2014년에 전액 면제해 ‘등록금 없는 대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2년제 전문대인 강원도립대(강릉시 주문지 소재)는 1000여 명의 학생이 1인당 연평균 296만 원의 등록금을 내는 작은 대학이지만, 자치단체가 선도적이고 실천적으로 등록금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내놨다는 점에서 이후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4.27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지 두 달도 안 돼 이 같은 안을 들고 나온 최 지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강원도립대는 경제문제로 인한 중도 탈락률이 높아 등록금면제 방안을 내놓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이후에는 매년 20억 원 조금 넘게 지원되는데, 강원도 예산 규모가 3조 7천억 원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작지만 그 정도 유연성과 여유는 있다”면서 “도립대나 시립대 규모가 크지만 재정규모도 역시 큰 다른 광역지자체들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립·시립대, 국립대, 사립대 순서로 풀어가면 등록금문제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값등록금 등 복지확대 문제에 대한 ‘포퓰리즘’ 비판에 대해서는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일축하면서 “우리 때는 가난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 내는 게 가능했는데 (지금은) 학교를 다닐 수 없거나 빚더미에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높고 특히 20대 여성, 젊은 청년들이 많다”며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이들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지사의 ‘강원도립대 등록금 면제’ 발표는 공교롭게도 이날 무상급식 주민투표 진행을 공식 발표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와 비교된다.
오 시장은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청구하는 것과 관련해 이날 오후 2시께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상급식 주민투표 청구에 환영의 뜻을 밝힐 예정이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까지 가세한 반값등록금 등 복지 문제에 대해 “‘아니면 말고’식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다음은 최 지사와 나눈 일문일답.
- 어떤 취지인가.
“강원도립대는 2년제 전문대학인데 가난한 학생들이 많아서 중도 탈락률이 높았다. 그래서 등록금 면제 방안을 고민하게 됐다.”
- ‘반값등록금’ 논란 영향을 받은 건가.
“반값등록금 문제가 쟁점이 되기 전에 논의가 먼저 시작됐다. (4월 28일) 지사 취임 직후 강원도립대 현황 보고를 받고 어떻게 풀어볼까 고민하다가 이 같은 결론을 냈다. 등록금을 면제하면 아무래도 좋은 인재들이 오지 않겠나.”
- 도에서 어느 정도 금액을 지원해야 하나.
“내년에 등록금 30%를 감면하고 후년에는 60% 이어 2014년에 완전 면제하는 단계적 방안이다. 2014년 이후에는 매년 20억 원 조금 넘게 지원될 것이다. 그런데 취업률 상승 등 그 이상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강원도 예산 규모가 3조 7천억 원으로 전국 광역지자체 중 가장 작고 쓸 데도 빡빡하게 잡혀 있지만 그 정도 유연성과 여유는 있다. 사실 이번 결정은 지사로서 그렇게 많이 고민한 사안은 아니다. 다른 광역지자체들도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 지자체는) 우리보다 도립대나 시립대 규모가 크지만 재정규모도 역시 크다.”
- 도의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데.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데 점진적으로 설득해 가겠다. 그런데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반대할 논리가 없을 것 같다.”
“도립·시립대, 국립대, 사립대 순서로 풀어가면 해결 가능”
- 요즘 등록금논쟁 어떻게 보나.
“정교하게 들여다보면, 풀기 어려운 문제 아니다. 사립대 재단 적립금이 10조 원이나 되는데 과다하다. 그래서 과다 적립을 막는 법안도 제출돼 있다.
도립·시립대, 국립대, 사립대 순서로 풀어가면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연세대나 고려대 같은 큰 사립대들이 적립금이 많을 텐데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미래대비차원이라는데, 기업체들이 사내유보를 과다하게 쌓아놓은 것처럼 막연한 것이다. 거의 남기지 않고 재투자해줘야 국가가 성장하지 않겠나. 이윤의 논리가 너무 과다하게 적용된다.”
- 반값등록금 문제가 논쟁이 되면서, 복지문제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거세졌다. 특히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반값등록금 등 복지 이슈에 대해 ‘아니면 말고’식 정책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는데.
“현실을 모르는 것이다. 정확히 봐야 한다. 우리 때는 가난한 학생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 내는 게 가능했고 나도 그렇게 대학을 다녔는데 지금은 경제구조가 바뀌어 이게 불가능하다. 학교를 다닐 수 없거나 빚더미에 올라야 한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구조가 없다. 자연스럽게 이런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강원도립대의 경우 ‘아니면 말고’식이 아니라, 예산문제가 있기 때문에 3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도청 기획실과 도립대가 나름 치밀하게 준비했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세계적으로 높은데 특히 20대 여성, 젊은 청년들이 많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이들을 최대한 보호해야 한다.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등록금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 등 배후 문제가 많은 사안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