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영어의 시대
영어 공부를 할 때, 우리가 선택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토익과 토플 같은 영어 테스트에 대비하는 것이다. 우리는 시험에 나오는 단어만 외우고, 시험에 나오는 문법만 공부하고, 시험에 나오는 듣기만 듣고, 시험에 나오는 글만 읽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영어 공부란 곧 토익 공부를 의미한다.
언제부터 이런 테스트 영어가 대세가 된 걸까?
1970, 80년대만 해도 영어는 ‘해외 유학’이라는 큰 꿈을 가진 소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었다. 당시의 열악한 환경에서 듣기, 말하기 위주의 학습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주로 문법과 읽기를 통해 영어 학습이 이루어졌다. 토익이나 토플 역시 응시자가 극히 적었다.
90년대 이후, 이른바 ‘세계화’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 영어는 이제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되었다. 기업들은 취업, 승진을 위해 토익 점수를 요구했고 자연히 응시자가 급증했다. 토익은 점점 일반화됐고 많은 영어 시험이 토익으로 대체됐다.
사람들은 남보다 앞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우리는 더 높은 점수를 원했고 온갖 비법들이 난무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탄탄한 영어 실력 없이도 토익 고득점이 가능하게 되었다. 십 년 전만 해도 토익 900점대는 ‘신의 점수’라고 불리며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초등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받는 점수가 됐다.
2006년 토익 응시자 수 180만. 테스트 영어는 여전히 그 위력을 떨치고 있다.
하지만 점점 그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머지않아 끝장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