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섬세한 손놀림은 암기력을 높인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손은 밖에 나온 뇌이다’라고 말했다. 사실 인간의 손만큼 기능적으로 뛰어난 것은 없다. 우리가 평소 무심코 하는 동작을 만일 기계에게 시킨다면 큰일이다. 그 복잡성 때문에 아직 인간의 손과 같은 기능을 갖는 기계는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현재와 같이 우수한 두뇌를 갖게 된 것도 이 두 손의 덕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부터 350만 년 전에 인류의 조상은 처음에 일어나서 서고, 앞발, 즉 손을 사용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이윽고 그 손에 도구가 주어지게 되어 손동작으로 의사를 소통하게 되고 말을 하게 되었다. 그것이 뇌를 발달시킨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때까지 발달되지 않은 뇌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했다. 손을 사용함으로써 인간은 전두전야(前頭前野)를 발달시켜 고도의 사고능력을 갖게 되었다. 의지(意志), 의욕(意慾), 창조(創造). 사고(思考)를 담당하는 것은 뇌중에서도 전두전야라고 불리는 뇌 표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른 점이다.
이와 같이 손과 뇌는 대단히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뇌의 노화를 방지하고, 두뇌를 젊고 왕성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손을 움직이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손을 움직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이 노화방지에 가장 효과적일까? 뇌를 자극하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하다. 일기 쓰기를 권하고 싶다. 일기는 기억력 감퇴를 방지한다. 컴퓨터의 사이버 세계를 누비고 돌아다는 것도 좋다. 뇌를 자극하면서 손을 움직이는 방법은 찾아보면 많이 있다.
인류가 처음으로 손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았을 때, 뇌의 총 중량은 현대인의 3분의 1 이하였다. 350만 년이나 걸려서 얻게 된 현재의 뇌도 손을 유효하게 활동하지 않으면 보물을 썩히는 것이다.
치매증상이 있는 멍청해진 노인을 회복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타민C의 다량 투여와 함께 손가락 끝을 섬세하게 놀리는 작업을 시키는 것이다.
섬세한 작업이란 조각 또는 금속에 그림, 글씨, 무늬 따위를 끌로 새기는 일 또는 뜨개질 같은 것이다. 비타민C는 세포의 산소 섭취율을 높이는 작용을 하고, 손끝을 사용하는 섬세한 작업은 그 부분의 움직임을 담당하고 있는 뇌 세포의 혈액의 흐름을 증가시킨다. 치매증상이 가벼운 때는 이 두 가지로 회복되는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손가락 끝에 ‘의미 있는 운동’ ‘머리를 쓰는 운동’을 시킨다는 것이다. 아무리 손가락 끝을 움직인다 해도 무의미하고 단조로운 움직임에 지나지 않으면 뇌 세포 속의 피의 흐름은 거의 좋아지지 않는다. 또한 치매 증상도 회복되지 않는다.
이해하고 기억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지적작업을 할 때 동시병행으로 손가락 끝에 의미 있는 운동을 시키면 그 지적작업은 촉진되는 것이다.
시험을 치를 때, 애써 외운 내용을 기억해 내지 못하면, 어떻게 하는가. 오로지 생각해 내려고 끙끙대는 대신, 답안지 뒤쪽 같은 곳에 아무 글씨나 갈겨쓰다 보면 번쩍하고 떠오를 때가 있다. 이것은 미신이 아니다. 대뇌생리학적인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시험을 치를 때만이 아니라, 가능하면 일상생활의 여러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두뇌활성화의 방법을 응용하는 것이 좋다.
어느 기억술의 명인은 기억할 때에 방안을 돌아다니지 않고, 이쑤시개를 묶어서 왼쪽 손가락 끝을 콕콕 찌르면서 외운다. 우뇌의 영상적 기억을 이와 같이 손가락 끝의 자극으로 측면 지원하는 것이다.
손가락 끝에 받는 자극이 셀수록 두뇌의 활성화는 잘된다. 방안을 돌아다닐 때도 되도록 손가락 끝에 힘을 넣은 자세로 걸어야 좋다. 줄 없는 줄넘기를 할 때도 손가락 끝에 힘을 넣으면서 뛰면 좋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