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속독을 위한 슈퍼브레인--영어는 보디빌딩이다
인체를 항상 일정한 상태로 유지해주는 메커니즘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 한다. 우리 몸에 항상성이 없다면 우리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온도가 올라가면 체온에 따라 올라갈 테고, 공기가 건조해지면 피부가 갈라질 것이고, 물속에 조금만 앉아 있어도 온몸이 불어 터질 테니 말이다.
영어 전용 언어중추에도 항상성이 있다. 영어를 익히는 데 특히 중요한 것은 학습의 항상성이다. 학습의 항상성을 유지한다는 것은 ‘뇌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어 시냅스를 강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군대에 다녀온 복학생들은 단어도 기억이 안 나고 입도 안 떨어진다는 푸념을 달고 산다. 그 이유는 바로 학습의 항상성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동안 다시 공부를 하다 보면 뇌가 학습에 적응하면서 옛날 가락이 어느 정도는 나온다.
한 번 바람을 불어넣었다 뺀 풍선은 다시 바람을 넣기가 한결 수월하고, 옛날에 운동했던 사람은 운동을 한참 쉬웠어도 처음 하는 사람보다 빠르게 근육과 힘이 붙는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뇌의 항상성을 되찾는 것만큼이나 근육의 항상성도 중요하다.
근육의 항상성, 즉 ‘근항상성’이라는 말은 보디빌딩에도 자주 등장한다. 근육이 커지는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어떤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에 적응하고 이겨내기 위해서 근섬유가 굵고 강해지는 것이다. 이런 항상성 원리는 특히 영어 말하기에 그대로 적용된다. 말을 하려면 거대한 근육 덩어리인 혀뿐만 아니라 목, 가슴, 배, 얼굴 주변의 근육을 총동원해야 한다.
영어는 일정한 톤을 유지하면서 발성하는 한국의 표준말과 달리 성조와 억양이 강하기 때문에 근항상성이 더 중요하다. 한국인이 R발음을 못하는 건 구강구조가 R발음에 부적합하기 때문이 아니라 R발음에 필요한 근육을 발달시킬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면 영어 하나 잘하겠다고 죄 없는 어린아이들의 혀 밑을 째고 꿰매는 잔인무도한 짓을 저지르게 된다. 이런 일은 무식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는 짓이다. 최소한 이 책을 읽는 분들만이라도 이제부터는 혀로 역기를 들고, 입술로 턱걸이한다는 기분으로 R발음이나 F발음을 연습하시기 바란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