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속독--좋아하고 중요한 분야를 읽는다
원서를 선택할 땐, 자신이 좋아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를 골라랴 한다. 좋아한다/중요하다--이런 감정들은 최적의 학습 모드인 A. L. State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적의 학습 모드 A. L. State
A. L. State는 Accelerated Learning State의 약어로 보다 가속화된 학습 상태를 뜻한다. 이 상태에 들어가면 두뇌의 학습 기능이 최고조로 움직이며 물 흐르듯이 정보를 빨아들이게 된다. 학습을 담당하는 두뇌조직이 각성되면서 두뇌 활용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프로 선수가 경기에 임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몸 상태를 만들어내듯이,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A. L. State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A. L. State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해 ‘좋아한다/중요하다’라는 감정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A. L. State에 들어가게 된다.
감정이 지닌 독특한 힘
감정에는 육체와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독특한 힘이 있다. 각각의 감정에 따라서 두뇌의 활성화되는 부분도 각기 달라진다.
공포, 두려움, 분노, 질투, 시기심, 불안, 초조: 구피질 자극
위와 같은 감정들은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싸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 사용하는 감정이다. 이런 감정 상태에서는 두뇌와 몸이 전투 모드로 움직인다. 눈과 귀가 예민해지고 싸우거나 도망칠 수 있게 팔과 다리에 피가 몰린다. 시장도 보다 많은 피를 보내기 위해 강하게 박동하며 두근거린다. 학습과는 전혀 상관없는 두뇌와 근육들이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호기심, 관심, 즐거움: 학습을 담당하는 편도, 해마, 신피질 자극
위와 같은 감정에서는 많은 피가 학습을 담당하는 두뇌조직으로 몰린다. 이런 감정을 선택하면 두뇌는 A. L. State, 즉 최고의 학습 모드로 변신하게 된다.
이 상태에 들어가면 뇌세포가 왕성히 활동할 최적의 조건이 된다. 엔도르핀이 해마에서 다량 분비되면서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분비를 촉진시키고. 이 물질은 뉴런의 외부절연체인 수초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수초가 형성된 신경은 정보 전달속도가 100배 빨라진다. 또한 뇌파가 안정화되면서 시냅스의 정보전달이 효율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노이즈가 줄어든다.
즐거움과 흥미가 A. L. State를 유도하지만, 일단 A. L. State에 들어가면 엔도르핀이 분비되어 다시 즐거움과 쾌감을 느끼게 된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도서관을 나올 때, 머리가 날아갈 듯 가볍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한번쯤 느껴봤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A. L. State가 주는 쾌감이다.
이런 공부 쾌감을 경험하고 계속 유지하는 능력은 무엇인가 오래 공부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처음 원서를 읽을 때의 험난함을 극복하는 데 이런 공부의 즐거움은 큰 도움이 된다.
그런 우리가 공부하면서 흔히 느끼는 지루함과 무기력은 어떤 역할을 할까? 지루함과 권태, 무기력감은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감정으로, 소나 돼지는 삶에 재미가 없다고 자살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가진 이 독특한 감정들은, 자신에게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것에 에너지를 허비하지 않으려는 두뇌의 자연스러운 방어 메커니즘이다.
인간 두뇌의 가장 큰 기본 원칙은 ‘생존’이다. 그래서 생존에 필요한 것에만 에너지를 상요하려고 한다. 또 필요한 것에만 에너지를 집중하기 위해 불필요하고 무의미한 일에는 최소한의 에너지만 쓰려고 한다. 그래서 가치 없고 무의미한 일엔 지루함과 망각으로 대응하며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지루함과 권태에 장기간 빠져 있으면 학습 능력이 극도로 저하되는 학습된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있는 대표적인 예가 ‘노예’이다. 노예들은 자기 의사나 감정 없이 시키는 대로 일만 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철저한 무관심과 무기력으로 대응한다.
또 요즘엔 노예는 아니지만 비슷한 상태에 있는 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쉽다. 부모의 강요에 따라 강제적으로 학원과 학원을 옮겨 다니는 학생들이 그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가끔 하는 컴퓨터 게임에나 눈을 반짝일 뿐, 모든 일에서 지루함을 느끼고 항상 무기력해 한다. 그래서 학원을 많이 다니면서도 성적은 신통치 않다.
이렇게 자신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즐거운지 모르거나, 알면서도 그 일을 하지 않을 때 받는 대가가 권태와 무기력감이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A. L. State에 들어갈 수 없고 공부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이 일이 ‘목숨을 걸 만큼 소중하다’ 혹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할 만큼 즐겁다’는 감정을 느낀다면, 생존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는 두뇌는 엄청난 에너지를 제공한다.
오늘날 영어 리딩에서 가장 큰 문제 하나는, 학습자가 글을 읽으면서 A. L. State를 전혀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별 관심도 없고 재미도 못 느끼는 내용을 시험을 위해, 그리고 성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리딩하는 것이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태로 리딩을 해서는 항상 무기력하고 지루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영어 성적이라도 적당히 받으면 다행이지, 영어 실력의 성장이나 리딩 속도의 향상 같은 건 절대 기대할 수 없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