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속뇌--인간 복사기 쉐도잉(Shadowing)<1>
쉐도잉 역시 듣기와 말하기 기초훈련이라는 점에서는 일타삼피 딕테이션의 8단계와 비슷하다. 딕테이션이나 쉐도잉이나 영어로 표현해서 어렵게 느껴지지만 쉐도잉은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따라 읽기’다 쉐도잉에서 실체로 음원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이고 그림자는 학습자가 따라서 말하는 음성이다.
음원: No one likes to talk about bad breath.
학생: No one likes to talk about bad breath.
이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쉐도잉을 훈련하는 학습자들이 쉐도잉의 의미와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의욕만 앞세워 무조건 쉐도잉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쉐도잉은 소리를 들음과 동시에 입으로 그 소리를 따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때문에 학습자들은 듣기와 말하기 능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쉐도잉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덤벼든다.
하지만 쉐도잉은 귀로 듣는 내용을 동시에 입으로 말하기 때문에, 문장의 의미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하고 학습자 자신의 말소리로 인해 딕테이션을 할 때만큼 뇌로 정교한 소리 정보가 INPUT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달리 말하면, 소릿값과 의미를 동시에 파악하는 정교한 듣기 능력을 기르는 데는 쉐도잉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초보자에게는 쉐도잉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다.
소릿값을 파악하는 최적의 훈련은 쉐도잉이 아니라 딕테이션이다. 그러므로 쉐도잉에서 일차적으로 귀로 소리를 들을 때 초보자들이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은 소릿값과 문장의 의미보다는 영어의 리듬, 성조, 강세이다. 영어는 한국어와 달리 리듬, 성조, 강세가 있는 언어이다. 영어의 리듬, 성조, 강세를 구분하고 익히는 일은 소릿값을 익히고 연습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는 우리 한국어와 달리 영어의 각 음절 사이에 대부분 리듬이 들어가고 2음절 이상의 단어에는 반드시 강세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또, 문장에도 전체적으로 리듬이 반드시 들어간다. 이 때문에 문장의 구성요소들은 각각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아도 리듬과 성조를 제대로 타면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하는데 훨씬 유리해진다.
그러므로 초-중급자들이 쉐도잉을 할 때는 소릿값도 소릿값이지만 문장의 리듬, 강세, 성조를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내면서 동시에 입을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엄밀히 볼 때 동시다발적인 정보처리 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쉐도잉을 조금이라도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귀로 듣는 내용을 동시에 따라 노력해도 사실은 간발의 차이로 소리보다 입이 늦게 움직이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또한 뇌가 근본적으로 멀티태스킹을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의심이 가는 분은 당장에라도 가지고 계신 음원을 가지고 쉐도잉을 잠시 시도해보시기 바란다.
쉐도잉은 이러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학습자의 목표와 수준에 따라 방법을 달리 해야 한다. 정확한 소릿값과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쉐도잉의 최대 단점이라면, 들리는 소리를 거의 실시간으로 따라 하면서 영어의 리듬, 성조, 강세를 혀를 비롯한 발성 근육에 익힐 수 있다는 것은 딕테이션으로는 얻을 수 없는 쉐도잉의 최대 강점이다.(단, 혀를 비롯한 발성 근육에 기억세포가 있는 것은 아니므로 리듬을 혀에 기억시키는 것이 아니라 익숙하게 만드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쉐도잉을 초보자용 스킬과 중고급용 스킬로 세분화해야 한다. 초보자용 스킬은 쉐도잉을 할 때 문장이나 구 단위로 짧게 끊어 쉐도잉을 실시하는 것이고 중고급용 스킬은 중간에 지문을 끊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쉐도잉을 실시하는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