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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RVIVAL 일본유학--처음 들어간 일본

리첫 2016. 7. 1. 09:10

SURVIVAL 일본유학--처음 들어간 일본

 

공항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부모님은 여간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계셨고, 지금까지의 내 생활패턴을 본다면 부모님들의 걱정이 적중하게 될 것은 뻔했다. 그렇지만 ‘외국에서 방심은 곧 귀국’이라는 굳은 각오와 함께 비행기를 탔다.

 

유학 에이전트를 이용해 항공권을 구입해서인지 비행기 승객의 대부분이 한국 유학생들이었다. 통로 쪽에 자리를 잡은 나는 우리를 인솔하는 과장이라는 사람의 행동을 주목했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본어로 담요와 베개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맛있는 기내식도 마다하고 잠을 청하고 있었다. 멋있었다. 그 당시에는 너무도 멋있는 행동이었다. 나도 외국에 나가 생활을 하면 저렇게 변할 수 있겠구나 하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밤새 뜬눈으로 불안과 기대 속에 비행기를 탔더니 일시에 피곤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잠시 동안 눈을 감고 쉬는데 옆에 앉은 내 또래의 남학생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일본에는 왜 가시는 거예요?”

“저요?”

“네. 공부하러 가세요?”

“뭐 공부라기보다, 네 그렇습니다만.”

“아~ 그러시구나!”

“그쪽은요?”

“아, 저요? 여태껏 미국에 있었는데 아빠가 일본에 한 번 가보라고 해서 가는 거예요. 미국은 엄청 편했는데 일본은 어떤지 잘 몰라서 좀 여쭤보려고요.”

“네------.”

 

할 말이 없었다. 분명히 나보다 훨씬 좋은 여건에서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아빠가 뭐냐 아빠가? 다시 눈을 감고 난 1시간 20분 앞으로 다가온 나의 미래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학비며 생활비를 전부 아르바이트로 충당한다고 부모님께 호언장담한지라 나로서는 돌이킬 수도 없었고 솔직히 무서운 마음마저 들었다. 어떻게 밥을 먹고 살지? 밥도 밥이지만 일본에서 살아갈 수는 있을까? 두렵고 앞이 캄캄했다. 유학 정보는 물론이고, 생활에 대한 정보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시대라 더욱 그랬는지 모른다.

 

막상 일본에 도착하니 리무진 버스의 티켓을 사는 과정부터가 마치 여러 번 일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한국에서도 미리 연습했고, 동경에 살고 있던 친구와 사전에 통화로 나리타공항에서 동경까지 빠져 나가는 방법을 배웠기 때문이리라. 한국에서 외운 ‘오렌지색이 보이는 카운터로 가라. 그리고 얘기하라’를 수없이 되뇌었지만, 비싸디 비싼 공항리무진 버스비에 정신이 홀랑 달아나버렸다. 그리고는 환율계산을 해대기 시작했다. 엄청 비쌌다!

 

나리타 국제공항에서 동경까지 들어가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짧게는 2시간, 길게는 3시간 이상 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에 토, 일요일에 일본도착이면 꽤 많은 시간을 버스 안에서 보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팁 하나! 기내식으로 나온 서비스 주스와 맥주를 과음했더라도 걱정하지 말자. 리무진 버스 맨 뒤에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자칫하면 버스 안에 실례를 저지를 뻔했다.

 

아무튼 그렇게 리무진 버스를 타고 동경으로 떠났다. 관광이었다면 일본을 만끽하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서 수다를 떨었겠지만 내 자신에 대한 불안과 걱정, 그리고 화장실에 가고 싶은 일념으로 동경까지의 풍경은 거의 기억나질 않는다. 뿌옇게 안개로 쌓인(사람이 긴장을 하면 온 세상이 소프트하게 보인다) 풍경만이 내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고속버스 안에는 화장실이 있다!

 

동경의 神田(간다)에 살고 있는 친구를 무사히 만나고, 그 날 저녁은 아마도 기억에 데니스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을 갔던 것 같다. 친구, 선배 등 여러 사람들을 소개받았지만(친구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아무 기억도 없다.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그날은 그렇게 4조(1조=1.6㎡, 4조는 6.6㎡로 약 2평 정도)짜리 좁은 친구 자취방에서 기절하듯이 잤다. 너무 좁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