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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영속--체험학습

리첫 2016. 7. 17. 12:34

뇌영속--체험학습

 

이미지트레이닝이 익숙해지고 나면 영어에 대한 자신감은 한층 더 높아진다. 이 정도 수준에 이르면 실제로 영어를 써볼 수 있는 체험학습에 나서야 한다. 체험학습이란 실전과 비슷한 실제 상황을 만들어 영어를 체화시키는 과정을 뜻한다. 이미지트레이닝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지만 실전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약점을 수정, 보완하면 실력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훨씬 커진다. 내가 어학연수를 떠나지 않은 것은 돈이 없어서도 아니고, 영어가 두려워서도 아니고, 어학연수에 대해 무조건 거부감을 느껴서도 아니었다.

 

내 경우, 이미지트레이닝에 익숙해진 후에 우선 회화학원을 3개월 정도 다녔었다. 당시 우리 클래스에는 1년짜리 어학연수를 다녀온 대학생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실력은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 뻔해 보이는 것이었다. 슬랭을 몇 가지 사용한다는 점 외에 그가 구사할 수 있는 문장과 어휘는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것들로 한정되어 있었고, 약간 복잡한 표현을 하려들면 머릿속으로 문장을 떠올리느라 “Well, you know...”같은 불필요한 말을 섞어 쓰기 일쑤였다.

 

회화학원을 이용한 체험학습을 시작하고 3개월 후, 나는 그 학생을 훨씬 뛰어넘었을 뿐만 아니라 그 학생에게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어 더 이상 회화학원에 아까운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다고 ‘완벽한 영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이후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었고, 영어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뒤에는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공사현장에서 남미 친구들과 함께 땀 흘려 일해 돈을 벌면서 현지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외국인을 섭외하여 독자적으로 각종 번역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얘기를 늘어놓는 이유는 내가 잘났다는 것이 아니라 방법이 바르고 의지가 있으면 어디에서든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체험학습은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나처럼 회화학원에 등록하거나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 봐도 좋고, 영어에 관심이 많은 한국 친구들과 시간을 정해놓고 정기적으로 만나 영어토론 시간을 가져도 좋다. 또 배낭여행이나 통역봉사도 좋다. 통역봉사의 경우,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단한 실력이 아니어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물론 요즘 유행하는 전화영어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단, 기본기가 없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체험학습부터 시작하는 것은 절대 반대다. 미국에 10년, 20년을 살면서 미국을 체험해도 따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영어가 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미국 여행을 할 때도 그곳에 10년 넘게 살았다는 친구들이 한국 토종인 내게 영문 계약서에 대한 세부사항을 물어보거나, 현지인과 말이 통하지 않아 도움을 요청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미국에 살면서 매일 영어를 체험하는 사람들도 이럴진대, 한국에서 영어를 시작하는 사람이 기본기도 없이 처음부터 무작정 영어 회화학원에 등록하는 등, 체험학습 위주로 학습을 진행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격투기 링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품세와 겨루기라는 과정을 반드시 겪어야 한다. 품세와 겨루기를 익히지 않은 사람이 격투기 링 위에 올라가서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묵직한 상대의 주먹맛과 고린내 나는 발차기뿐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