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속독--“Harry Potter” 리딩 트레이닝
그러던 중 2005년 우연히 영어속독을 알게 되어 세미나에 참가하게 된다. 처음 시작 시점에서 나의 영어 수준은 ‘한국인 영어 학습자의 표준’이라고 할 정도로 지극히 평범했다.
따라서 원서를 읽기 위한 나의 첫 과제는 이미지 리딩을 체득하는 것이었다. 이 책에서 제시한 트레이닝 순서대로 “Harry Potter” 어휘집을 이용해 단어들을 암기하고, “Harry Potter” 영화를 본 후, 원서를 읽기 시작했다. 이후 리딩 일지를 꼼꼼히 기록하고, 중간 중간에 단어들을 복습하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책을 꾸준히 읽어나갔다.
그렇게 10주 동안, 85시간을 투자해서 1,974페이지를 리딩한다.(1, 2, 3권 2회독, 4권 중간까지) 그리고 10주가 지나자, 애초 분당 40~50 단어였던 리딩 속도는 분당 200~350단어로 향상되어 있었다.
이미지 리딩을 하면서 영어의 조립이 빨라졌고, 이것이 리딩 속도의 향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처음 시작보다 5배 이상 리딩 속도가 향상되었지만, 다른 참가자들에 비하면 속도 증가는 보통 수준이었다. 좌뇌-청각형이었기 때문에 리딩 속도가 급격히 향상되지는 않은 것이다.
“Harry Potter” 리딩 트레이닝을 통해 ‘생각의 조립’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어휘력’과 ‘관습적 영상’만 해결하면 어떤 원서든 자유롭게 읽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또 “Harry Potter”를 읽으면서 원서 읽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따라서 다음 차례는 전문 원서를 정해 영어속독을 확장하는 것이었다.
경영학 Mother Book으로 전문 원서 리딩 시작
나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또 경영학을 매우 좋아했기 때문에 원서를 읽을 전문 분야 역시 경영학을 택했다.
처음 읽기 시작한 원서는 경영학 분야의 고전이자 Mother Book인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책들이었다.
피터 드러커 시리즈: The Essential Drucker--> The Effective Exedutive
피터 드러커의 책은 번역서로도 여러 번 감명 깊게 읽었던 터라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번역서에서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들을 원서로 읽으면서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고, 평소 좋아했던 문구들을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였다.
다음으로 경영 전략과 관련된 짐 콜린스(Jim Collins)의 책들을 시리즈로 읽었다. 이 책들도 번역서를 감명 깊게 읽었던 것이 선택의 이유였다.
짐 콜린스 시리즈: Beyond Entrepreneurship--> Build to Last--> Good to Great
짐 콜린스의 책들을 읽는 가정에서, 경영학 중 특히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마케팅 분야의 Mother Book으로 불리는 “Positioning”을 선택해서 읽기 시작한다. 이후 “Positioning”의 저자들인 알 리스(Al Ries)와 잭 트라우트(Jack Trout)의 책들을 시리즈로 읽는다.
알 리스 & 잭 트라우트 시리즈: Positioning--> Marketing Warfare--> Bottom-Up Marketing--> The 22 Immutable Law of Marketing--> A Genie's Wisdom--> The New Positioning--> Jack Trout on Strategy
이렇게 시리즈를 집중해서 읽으면서 마케팅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쌓게 되었고, 리딩 속도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때로는 하루에 한 권을 독파해버릴 정도였다.
또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세스 고딘(Seth Godin)이라는 유명한 마케팅 전문가를 알게 되었고, 그의 책들도 차례대로 속독했다.
세스 고딘 시리즈: Permission Marketing--> Unleshing the Ideavirus--> The Big Moo--> Purple Cow--> All Markerters Are Liars--> Free Prize Inside--> Survival Is Not Enough--> The Dip
위와 같이 나는 경영학과 마케팅을 전문 분야로 택해 집중적으로 원서를 읽었다. 또 원서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따라 다음 원서들을 선택해서 읽었다.
전문 원서를 읽는 사이에 간단한 소설과 자기계발서들도 읽었다.(2년간 30권 정도) 또 좌뇌-청각형 특성상 듣기를 조하했는데, 오디오북을 이용해서 ‘귀로 읽는’것도 잊지 않았다.
전문 원서 리딩 결과
이렇게 영어속독을 시작하고 2년 동안, 약 50권 정도의 책을 계통을 밟아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읽었다. 그 결과 전문 분야에서 400~500단어, 나머지 분야에서 250~200단어 정도의 리딩 속도를 가지게 됐다.
읽기 능력이 향상되니 듣기 능력도 따라서 좋아졌다. 특히 틈틈이 듣는 오디오북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예전엔 ‘내용이 무슨 뜻인지 몰라도 무조건 들어라’라는 말을 믿고 무작정 듣기만 한 적도 있었지만, 솔직히 이틀 이상 꾸준히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오디오북은 달랐다. 완벽히 들리지 않아도 대강의 내용을 알고 있으니 흐름을 무난히 쫓아갈 수 있었고 내용에 푹 빠져 듣고 있으면 지겨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예전에 어떻게든 피하려고 했던 학교의 영어 강의들을 이제는 일부러 찾아 듣게 됐다. 그간 원서를 읽으면서 영어 실력도 쌓였고, 거기에 원서에서 얻은 경영학 지식들까지 더해지니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었다.
물론 영어로만 해야 하는 각종 발표와 과제들이 처음에 괴롭긴 했다. 하지만 책에서 읽은 내용을 경우에 맞게 재조합하면서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다. 또 유창함만이 영어의 전부는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도 깨달았다. 특례 입학생들이 유창한 발음으로 교수님께 학점 좀 올려달라고 부탁할 때, 난 말없이 수강했던 모든 영어 강의에서 최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영어 원서를 한글 책 읽듯이 마음대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원서 읽기는 영어 공부의 수단이자 즐거운 취미가 되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같이 영어 원서들을 속독하고 있다.
나의 리딩 특징은, 원서 읽기와 삶의 괴리가 없다는 점이다. 모든 원서들을 철저히 필요에 의해 읽었고 읽은 내용은 생활과 일에서 그대로 적용했다. 또 나에게 직접적으로 필요한 분야, 그리고 좋아하고 있는 분야만 철저히 골라 읽었기 때문에 지루해하거나 중간에 포기하는 일도 없었다.
그렇게 수십 권의 원서를 읽어왔지만, 누가 옆에서 원서 강독을 해주거나 일일이 코치해주지 않았다. How to Read의 원칙에 따라 원서 읽는 방법을 익히고, What to Read의 원칙에 따라 적절한 원서를 선택해서 꾸준히 읽어왔을 뿐이다. 그 과정 중에 자신의 Learning Style을 알고 원서 읽기에 적용시켰음은 물론이다.
사실 영어속독을 기준으로 보면, 나의 사례는 별로 특이할 것도 없는 평범한 케이스다. 영어속독 세미나를 거쳐 간 사람들 중에는 훨씬 더 빠르게 실력이 향상된 사람들도 수없이 많다. 그들 역시 각자의 전문 분야 원서들을 택해 매일같이 속독하고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떤가? 평범한 영어 실력의 소유자인가? 그럼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나 역시 분당 40~50단어로 영어를 읽는, 영어 원서 읽기 같은 건 꿈도 꿔본 적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이제부터 영어속독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면서 원서를 꾸준히 읽어간다면, 거기에 약간의 의지와 노력만 더해진다면, 내가 했던 즐거운 경험을 여러분의 경험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