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읽기 공부법--대학교 3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한 비결
공부는 힘들기 때문에 빨리 끝내야 한다
일본 국가공무원 시험 합격을 목표로 정했던 시기는 대학교 2학년 봄이었다. 대학교 재학 중에 국가공무원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로 ‘이듬해 3월 대학 졸업 예정인자’라는 항목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대학교 3학년 학생이 이듬해 3월에 대학을 졸업할 예정이 있을 리 없다. 따라서 3학년 때는 국가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수 없었다.
국가공무원 시험은 4학년이 되어서야 응시할 수 있으니 3학년이 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공부해도 괜찮다. 그렇다면 무엇을 하면서 2학년을 보내면 좋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사법시험에 도전하는 것이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대학교 2학년과 3학년이 인생에서 가장 비장하게 공부한 시기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한 시점에는 반드시 합격하겠다는 생각이 없었다. 설령 불합격하더라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은 지식이 헛되지는 않을 테고, 법학부의 정기 시험이나 국가공무원 시험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럼에도 막상 사법시험 공부를 시작해보니 처음의 가벼웠던 마음은 점차 강항 결의로 바뀌어갔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힘든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법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가 아니었다. 좋아하는 과목을 공부하기도 힘든데 좋아하지도 않는 법률을 공부하지니 정말로 힘들었다. 스토리적인 요소가 있다고는 해도 법조문 같은 글은 어차피 무미건조하다. 사법시험에 계속 떨어져서 이렇게 고통스러운 공부를 몇 년이나 계속하는 것은 딱 질색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스럽게 액셀을 밟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대학 입시 공부도 그렇다. 진지하게 공부하는 사람일수록 ‘입시 공부를 2년이나 연속해서 하지는 못할 것 같아서 단번에 합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며 입을 모아 말한다.
두 번째 이유는 그렇게 고생해서 사법시험을 공부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속이 상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은 성취도 시험이 아닌 합격-불합격의 시험이다. 일단 시험에서 합격하지 않으면 아무리 아쉬어한들 법률가 자격을 얻을 수 없다. 여태까지 힘들게 공부했으니 어떤 형태로든 결과를 남기고 싶다는 의욕이 뭉게뭉게 솟아올랐다.
사법시험까지는 대략 1년이 남아 있었다. 1년 동안 머릿속에 넣어야 할 지식은 방대했다, 기본 6법인 헌법, 민법, 형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 상법을 기간 내에 전부 머릿속에 넣고 이해해야 하니 만만치가 않았다. 게다가 아직 법학부 진학 전의 2학년이었던 나로서는 대부분의 교과목에 전혀 손대본 적이 없는 백지 상태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공부법을 실천했다. 사법시험 준비생이 다니는 학원의 교과서를 반복해서 읽는 방법이었다. 사법시험 학원의 교과서는 포괄성이 있으면서도 치우침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사법시험 합격이라는 목적에 특화되어 있는 만큼 필요한 지식만을 간단(이라고는 해도 방대하지만)하게 정리해서 제공해주는 점도 매력이었다.
권위 있는 교수의 유명한 해설서를 마스터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전문가가 집필하는 책은 연구서라서 저자의 견해나 독자성, 즉 치우침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오해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법률분야의 최신 지식과 깊은 탐구를 다루는 내용이 법률가의 초입인 사법시험 합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초지식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다. 결국은 불필요한 내용이라는 뜻이다.
전체를 포괄하는 지식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내용은 거들떠보지 않고 합격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꼭 필요한 지식만을 얻는다. 목적지로부터 최단 거리를 거꾸로 계산해보았을 때 사법시험 학원의 교과서는 가장 합리적인 해답이었다.
틀린 문제는 절대 신경 쓰지 마라
당시 일본의 사법시험(구 사법시험)에는 총 네 가지 시험이 있었다. 일단 대학에서 소정의 과목을 이수하면 첫 번째 시험은 면제였다. 그래서 나는 세 가지 시험을 준비했다. 먼저 OMR 카드에 작성하는 단답형 시험, 다음에는 논술시험, 마지막은 구술시험이다.
사법시험 학원의 교과서를 통독해서 지식을 전체적으로 복습한 후에 단답형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두꺼운 문제집을 샀다. 문제집은 ‘반복해서 읽기’를 변형한 ‘반복해서 풀기’ 방법을 썼다. 문제를 통해 지식을 기억함과 동시에 출제 패턴을 암기하는 전략이다.
반복해서 풀기 공부를 할 때 내가 정해둔 규칙이 있었다. 처음 단계에서는 틀린 문제를 전혀 의식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처음 문제집을 풀 때는 문제 형식에 익숙하지 않고 지식도 없다 보니 당연히 틀리게 된다. 아무리 기를 쓰고 풀어도 맞춘 문제보다 틀린 문제가 더 많았다. 이때 틀린 문제를 하나하나 신경 쓰기 시작하면 기분이 침울해지고 공부가 진척되지 않는다. 따라서 처음 단계에서 틀린 문제에는 절대 오답 표시를 하지 않았다.
이해가 확립되지 않은 단계에서 자신이 이해한 내용과 해답을 비교해보았자 무의미하다. 문제를 풀고 해답을 확인했을 때 자신이 내놓은 답이 다르다고 해도 자신의 답과 해답이 어디가 어떻게 다르며 왜 틀렸는지에 대한 분석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단지 해답에 달린 풀이만 읽을 뿐이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틀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해답과 그 풀이만을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오답 표시는 모든 문제를 적어도 5번 이상 풀고 난 다음에 했다. 그 시점에서는 전체적인 이해가 진행되어 있으니 맞히는 문제가 더 많아졌다. 아직까지도 틀리는 문제가 있다면 서툰 분야이거나 출제 형식이 자신과 맞지 않는 등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정답 80%, 오답 20% 정도가 되는 시점에 틀린 문제에 대한 분석을 하는 편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방적 풀이 공부법으로 무사히 단답형 시험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문맥 흐름이 저절로 기억되는 7번 읽기 공부법
단답형 시험은 내가 응시한 3개 시험 중에 경쟁률이 가장 높기는 해도 사실 그렇게까지 문이 좁지는 않았다. 전체 응시자 가운데 정말로 법률가가 되겠다는 뜻이 있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은 비교적 저변이 넓은 시험이라 단순히 실력을 가늠해보고 싶어서 응시하는 사람도 많다. 채점자 입장에서는 최종 관문에서 합격할 가능성이 높은 수험자만을 골라내는 역할을 하는 시험이 단답형 시험이다.
가장 큰 난관으로 알려진 시험은 2차 논술시험이다. 단답형 시험에 합격하고 논술시험을 한 달 앞둔 무렵부터는 대학교 입학 이후 처음으로 수업을 쉬기로 했다. 그전까지는 맹장염이든 뭐든지 간에 수업만큼은 무조건 사수했다. 친구에게 수업을 녹음해달라고 부탁한 나는 집에서 논술시험 공부에 전념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사법시험 공부가 이렇게까지 진지해졌던 것이다.
논술시험이야말로 일본 사법시험의 꽃이다. 확실히 단답형 시험이 논술시험보다 경쟁률은 높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단답형 시험은 정말로 법률가에 뜻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예비선발이라는 의미가 있다.
단답형 시험의 과목은 헌법, 민법, 형법 3과목뿐이다. 반면에 논술시험은 헌법, 민법, 형법에 추가적으로 형사소송법, 민사소송법, 상법이 들어간 6과목이다. 논술시험은 범위가 압도적으로 넓은 데에다가 OMR 카드에 작성하는 단답형과는 달리 말 그대로 논술을 요하는 것이었다. 단순히 기계적인 담이 아닌 법률의 이해도를 묻는 시험이었다. 확실히 논술시험과의 싸움은 만만치 않았지만 별로 어렵다고 의식하지는 않았다.
사법시험에서 논술시험의 기본적인 풀이는 1)어떠한 점이 문제인지를 찾아내어, 2)관련된 일반적 견해를 소개하고, 3)일반적 견해가 지닌 문제점을 비판한 뒤, 4)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견해를 제안하면서, 5)마지막으로 새로운 견해를 해당 사례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돌이켜보니 중요한 구절뿐만 아니라 논리를 흐름으로 기억해야 하는 논술시험은, 7번 읽기를 통해 문맥을 흐름으로 기억하는 내 공부법에 그야말로 최적의 시험이었다. 앞서 설명한 7번 읽기 방법으로 논술시험까지 통과할 수 있었다.
☞ 틀린 문제를 신경 쓰지 않고 일방적으로 반복해 푸는 동안 전체적인 이해도가 깊어진다.
☞ 7번 읽기 공부법은 논리를 흐름으로 기억해야 하는 논술시험에도 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