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못해? 그럼 글로비쉬로--13가지 표현 기술<3>
2. 자기 나름대로의 속도로 말하라
글로비쉬에서는 천천히, 그리고 가능한 한 정확히 한 단어씩 발음해야 한다. Voice of America 방송의 ‘Special English’에서는 일부러 평상시 속도보다 3분의 2정도 천천히 말을 한다.
전화 통화를 할 경우에는 말하는 속도를 더 낮추어야 한다. 케네디 공항에 내려 팩스나 인터넷으로 예약해 둔 차량을 받으러 렌터카 사무실에 가본 외국인라면 아마 종종 이런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 예약을 했는데요.” 떠듬거리며 한 마디 건네면 돌아오는 것은 끔찍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불협화음, 업무에 바쁜 직원들은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전력 질주하는 자동차 같은 속도로 다음과 같은 대답을 토해 낸다. “횡단보도 건너서 저희 회사 로고가 그려진 버스에 오르시면 차량 대기실로 가실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글로비쉬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다. 그러면 고객은 좀 더 명확하게 대답해 주길 요구하며 매우 느린 발음으로 글로비쉬를 말하게 될 것이다. 한 번도 법을 어기지 않은 자가 처음으로 돌을 던지는 심정으로...
말하는 속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것은 말을 빨리 할 경우, 중간 중간 더 길게 휴지기를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말 중간의 휴지기는 상대에게 귀로 들어온 말을 소화시킬 시간을 주며, 뇌로 전달되어 기록될 시간을 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그 말을 해독한 상태는 아니다. 일단 귀로 외국어를 들으면, 뇌는 생소한 발음의 단어를 알아차리기 전에 잠시 생각할 시간을 필요로 한다.
한번은 미국인 상사에게 기안서류를 제출하고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사는 내 제안서를 읽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I want the mall.” 근처에 쇼핑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가가 하나 있긴 했지만, 나는 그 상황에서 상사가 왜 쇼핑몰을 원한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상사가 그런 요청을 하고 나서 얼마가 지나자, 내 머릿속에서 그 말이 해독되기 시작했다. 상사는 “전부 다 괜찮군.”이란 뜻으로 “I want them all.”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이는 내가 아직 영어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그리고 글로비쉬에 대한 개념도 없던 시기에 일어난 일이었다. 대화가 계속 오고 갔다면, 나는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알아듣지 못한 빈 공간을 채우려고 했을 것이다. 아니면 상사가 다음 말을 통해 내가 알아듣지 못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짚어주기를 기다리고만 있던가.
당신이 말을 하는 입장이라면, 되도록 좋은 화자가 되어야 한다. 말을 하는 중간 중간 5초 정도 쉬면서 상대의 반응을 관찰하라. 그러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라. “내가 말한 내용이 당신 머릿속에 들어가서 잘 해독이 되길 바랍니다.”
3. 글로비쉬에서는 짧은 문장만 사용한다
그렇다고 “난 타잔, 넌 제인.”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란 말은 아니지만, 글로비쉬에서는 한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가 최대한 알파벳 숫자에 해당하는 26개가 넘지 않도록 한다. 명확히 의사전달을 하기 위함이다. 글을 쓸 때는 이런 규칙을 지키기가 훨씬 쉬운데, 이 규칙은 모국어를 사용할 때도 지키면 좋다. 프랑스의 신학자이자 역사가인 보쉬에가 살았던 위대한 세기에는 가톨릭 신도들이 오로지 장중한 그의 문체에만 길들여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유용한 것에 대해서만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학교에서 배웠던 삽입절이나 수식이 많은 문장, 관계절, 부사절 등은 모두 피해야 한다.
<오로라>라는 신문의 사설 담당위원이었던 조르쥬 클레망소는 다음과 같은 내부 지침을 정했다. “한 문장은 주어 한 개, 동사 한 개, 보어 한 개로 구성되어야 한다. 형용사 하나라도 덧붙이는 기자는 내 허락을 받아야 한다. 누구든 형용사를 마음대로 덧붙이는 자는 해고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글로비쉬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쓰려는 사람이라면 깊이 생각해봐야 할 지침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