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영어공부법--수업의 중심은 강사가 아니라 학생이다
“빨리 풀어라. 오늘 문법은 00페이지까지 나가야 한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당시 수업 시간에 가장 자주 하는 말이었다. 학원 강사로 일할 당시 매일 각 영역에서 정해진 범위만큼 반드시 진도를 나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미리 만들어진 과제나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하고, 다른 선생님들과 수업 진도가 맞지 않아 학원 스케줄상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정해진 수업 시간에 진도를 맞추기 위해 수업을 대충 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생님 to부정사의 용법을 아직 모르겠어요.”
실제로 자신이 모르는 부분을 자신 있게 물어보는 학생은 많지 않지만 가끔 이렇게 수업 도중에 질문하는 학생들이 있다. 하지만 질문 때문에 수업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우려해 “나중에 말하자. 지금은 얼른 진도 빼야 하니까. 우선 이것부터 풀고.”라고 말하는 선생님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그날의 진도를 맞추느라 아이들의 질문을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아이가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보다 오늘 진도 나간 페이지에 문제가 풀려 있고 채점도 되어 있어서 그것을 본 부모님이 만족할 것이라는 생각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나는 이런 형식적인 수업과 학원의 정해진 커리큘럼에 억지로 맞추는 교육이 싫었다. 물론 학원 교재에 맞는 수업 방식과 진도 범위가 있어야 하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수업이 길어지고 다음 시간으로 넘어가더라도 확실히 이해시켜야만 직성이 풀렸다.
이런 부분 때문에 학원과 대립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다른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수업 시간에 맞춰 얼른 진도를 나갔다. 내사가 선생님들에게 “애들이 오늘 진도는 어려워하지 않나요? 이해를 모두 하던가요?”라고 물으면 “아뇨, 많은 아이들이 오늘 내용을 이해 못하죠. 어려운 파트이긴 하니까... 그런데 어떡해요? 일단 진도에 맞춰 수업을 끝내야 하는데.”라고 선생님들은 말했다.
수업을 끝내고 짐에 오면 완벽하게 이해시키지 못하고 집으로 돌려보낸 학생들 생각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학원은 아이들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주고 시력을 향상시키는데 목적이 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학생들이 수업의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선생님 중심, 그리고 학원 중심의 수업으로 대부분 진행되었다. 그렇게 나의 학원에 대한 욕구가 점점 싹트기 시작했다.
‘4년제 대학 졸업자나 이와 동등한 학력 소지자, 아동 관련 전공자, 아동교육 관련 자격증 소지자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자’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학습지 선생님의 자격 요건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위의 사항 중 단지 하나에만 해당되어도 학습지 선생이 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돈만 주면 받아주는 평생교육원에 한 과목을 등록하고 그곳에서 주는 자격증만 받아도 학력과 상관없이 선생님이 될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학습지 선생님뿐만 아니라 전문 학원 선생님이 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이름난 큰 학원들도 선생님을 뽑는 데 이력서 한 장 정도만 요구할 뿐, 정작 대학 졸업증명서나 학업 성적표를 요구하는 학원은 드물다. 또한 각 과목의 전공과는 별개로 어학연수를 잠깐 다녀온다든지 아니면 경력을 속여서 학원에 입사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TV에 나오는 스타강사나 입시학원의 유명 강사들은 그들이 나온 학교와 학과를 명시하고 자신의 경력 등을 보여 주며 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 또한 믿을 수 없다. 가끔 유명 강사들이 자신의 학력을 속이고 있다가 들통 난 사례를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주변도 한번 되돌아보자.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도 제대로 된 선생님을 직접 만나기란 정말 쉽지 않다.
학원 선생님은 100% 계약직이다. 대부분 학원 원장의 마음에 들면 채용한다. 또한 월급과 강의 시간도 학원 원장의 재량에 달려 있다. 그래서 학원 선생님의 이직률은 높은 편이다. 입사한 학원이 마음에 들면 조금 버텨 보다가 쉽게 그만둘 수 있는 곳이 학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그만두어도 학원 선생의 수요는 항상 많기 때문에 다른 곳에 가서도 쉽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이런 학원과 강사의 관계 때문에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다. 또한 학원들도 실력 있고 진정으로 학생들을 위하는 선생님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선생님들의 많은 사직에 미리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학원은 일률적이고 단순한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다 기존 선생님이 갑작스럽게 그만두어도 새로 온 선생님 누구나 그 시스템에 쉽게 적응하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만들어 놓는다. 그러니 학생들 개개인의 실력과 눈높이에 맞는 교육이 실행되기 힘들며 어떤 선생님이든 쉽고 편하게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실질적인 실력이 향상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부모는 대형 학원의 시스템과 커리큘럼을 맹목적으로 믿으며 아이들을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학원에 재직 중일 때 함께 일하는 선생님 중에서 학원 강사가 꿈이었던 사람은 없었다. 그들 모두 다른 꿈이 있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학원 선생님이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직업적 자부심이 낮았다. 또한 열심히 일한다고 성과급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직업이 안정적인 것도 아니었다. 가끔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원장과 학부모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고, 아이들에게 무시를 당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이유들로 학원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후회하는 사란들도 많았다.
학원 선생님으로서 한 해 두 해 경력이 쌓이다 보면 어느 정도 노하우도 생기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처하는 기술도 생긴다. 그러면서 기계적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게 되고, 어떤 때는 아무런 감흥 없이 하루하루를 반복하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많은 아쉬움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선생님에게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하 고민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나만의 진정한 학원’에 대한 의지는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진규 교수부장, 내년에 우리 학원 분점 생기잖아. 이 교수부장이 그곳 원장을 맡을 것 같아.”
평상시 친하게 지내던 학원 부원장님이 내게 귀띔을 해 주었다. 아직 결정된 사항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회의는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부원장님. 저를 좋게 봐주셔서요. 하지만 저는 시제 그 제안이 와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저는 저만의 학원을 차리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그 꿈을 내년에 이루고자 합니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본심은 드러내지 말아야 했다. 이후 부원장님과의 관계가 점차 소원해졌고 학원의 상사들에게도 내 이야기가 들어갔는지 나를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달라진 것을 느꼈다.
결국 목표를 말한 지 약 6개월 만에 약 3년간 열정적으로 근무했던 학원에서 짐을 싸서 나왔다. 그리고 일 년 동안 대형학원에서 일하다 마침내 꿈에 그리던 JK English를 오픈했다. 그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음속 깊이 깃든, 학생들을 위한 진정한 영어 교육의 산실을 만들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학원의 주인공은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어야 한다. 학원 경영이 아무리 비즈니스이고 학원 선생님 수급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학원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 선생님 입장에서는 월급을 받으며 생계를 유지해야 할 목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아이들의 눈빛과 마음을 헤아려 주는 부모의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부모들도 내 아이가 학원과 선생님으로부터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그저 학원의 자리를 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현재 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학습을 받고 있는지를 살피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학원과 선생님, 부모 모두 삼위일체가 되어 아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참되게 지도하고 이끌어준다면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와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