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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의 영어이야기--최초로 소개된 알파벳

리첫 2018. 1. 31. 16:17

개화기의 영어이야기--최초로 소개된 알파벳

 

박승휘의 “미국 문자 보고서”는 남아있진 않지만, 간기가 없는 저자 미상의 세계지리서인 “환영도(環瀛圖)”의 서문에는 알파벳의 설명이 있다. 이 책의 간행 연대는 청국의 서계여(徐繼畬:1795-1873)가 지은 “영환지략(瀛環志略)”<1850>이 전래된 이후이고, 위백규(魏伯圭:1727-1798)가 엮은 신편표제찬도환영지(新編標題纂圖寰瀛志)를 1822년에 위영복(魏榮馥)이 다산정사(茶山精舍)에서 목판으로 간행한 이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환영도”에 실린 설명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문자는 영국과 같으니 건국 초기에 땅은 넓되 사람이 드물어 각 국인이 모두 와서 무역을 하는데 오직 영국 사람이 열 가운데 아홉이나 사는지라, 그 말소리를 따르는 사람이 두드러지게 많으매 영어가 번져나가기에 이르렀노라.

 

이 밖에 글자와 말씨는 다를 바 없으나 유독 불란서와 화란(네덜란드)은 문자가 같으나 말씨가 다르며, 서양 각국에서 통용되는 자모의 글씨에는 스물여섯 자가 있노라.

 

 

첫 번째 A소리는 挨(아이)라 하며,

두 번째 B소리는 碑(비)라 하며,

세 번째 C소리는 颼(수)라 하며,

네 번째 D소리는 디라 하며,

다섯 번째 E소리는 依(이)라 하며,

여섯 번째 F소리는 鴨符(야후)라 하며,

일곱 번째 G소리는 芝(지)라 하며,

여덟 번째 H소리는 咽往(예왕)이라 하며,

아홉 번째 I소리는 矮(아이)라 하며,

열 번째 J소리는 遮(체)라 하며,

열한 번째 K소리는 跏(가)라 하며,

열두 번째 L소리는 挨兒(애애르)이라 하며,

열세 번째 M소리는 唵(암)이라 하며,

열네 번째 N소리는 燕(옌)이라 하며,

열다섯 번째 O소리는 軻(가)라 하며,

열여섯 번째 P소리는 丕(피)라 하며,

일일곱 번째 Q소리는 翹(교)라 하며,

열여덟 번째 R소리는 鴉(아)라 하며,

열아홉 번째 S소리는 수時(수시)라 하며,

스무 번째 T소리는 梯(티)라 하며,

스물한 번째 U소리는 喓(요)라 하며,

스물두 번째 V소리는 非(비)라 하며,

스물세 번째 W소리는 嗒布如(타푸주)라 하며,

스물네 번째 X소리는 鶂時(역시)라 하며,

스물다섯 번째 Y소리는 威(웨이)라 하며,

스물여섯 번째 Z소리는 思(사)라 하노니,

 

이 가운데 다른 글자와 곁들이지 않고도 홀로 쓸 수 있는 세 가지 글자가 있으니 A, I, O와 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니라. A는 하나요, I란 나요, O는 감탄사의 자모이니라. 비록 26자이로되 서로 이어지고 서로 생성되나니, 변화가 무궁하도다. 글자의 이어쓰기가 있으니, 두 글자로서 한 구절을 이루느니라. 간혹 석자, 아홉 자짜리도 있고 일정하지 않도다. 왼편으로부터 가로 읽기를 시작하여 바른편에 이르매, 위에서 밑으로 이르는 한자와는 같지가 않도다.

 

26자모가 흩어진 즉 무궁하고, 합한 즉 제한성이 있나니, 그 관용법은 헤아릴 수가 없으니 삼척동자라도 익히 배울 수가 있노라. 천하의 모든 사물을 모두 26자에 의존하여 평설하느니라.

 

세월이 지나는 것처럼 몇 차례 본보기를 뒤집어서 세 번을 바꾸어 비로소 이룩된 것이매, 천만가지의 가득한 책이라 할지라도 이 26자를 벗어나는 것이 아니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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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영도는 숭실대학교 기독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한문으로 된 알파벳 설명 원문은 문용(1967a)의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사적 평가” 203쪽에서 참조 가능하며, 여기에 실린 한글 해석 및 한글 음은 저자 김명배 선생이 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