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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영어공부법--기초와 개념이 먼저다

리첫 2018. 2. 1. 11:41

이기는 영어공부법--기초와 개념이 먼저다

 

“선생님, 저 영어 점수 빵점 맞았어요!”

“거짓말 하지 마라. 번호 하나만 쭉 찍어도 20점은 나올 텐데?”

“아, 정말이에요! 진심으로 영어 빵점이에요.”

“와우, 정말 대단하다. 문제를 풀었는데 빵점이 나오다니. 넌 진짜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

 

작년 여름, 공부방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종건 학생과 나눈 대화다. 물론 종건이는 영어의 기초적 습관을 위해 매일매일 나와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빵점을 받았다는 말은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영어를 빵점 맞았는데 왜 공부하려 하니?” 종건이는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냥요. 그냥 영어는 한번 잘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이 힘들어도 확실하게 공부시킨다고 하는 여기에 왔어요.”

 

참으로 어이가 없었지만 사실이었다. 종건이의 눈빛은 전혀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입학 전 레벨 테스트 결과 이 정도 실력으로는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반이 없었다. 하지만 종건이의 진심이 느껴졌고 그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종건이를 가르치기 위해 내 시간을 조정했다. 종건이를 지도하다 보니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영어 기초의 부족이었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수업을 할 때 이전까지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영어 기초 학습의 부족함을 느꼈지만, 종건이는 너무 심했다. 아예 기초의 ‘기’자도 없었다. 영어 학원조차 다녀본 적이 없었고 영어에 대한 흥미도 기대할 수 없었다.

 

우리는 알파벳 읽기와 파닉스(소리와 철자를 통해 언어를 이해하는 학습법)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시작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매일 영어를 접하도록 했다. 물론 처음에는 진도도 느리고 이해도 못했으며, 암기 능력도 없어서 무척 힘들었다. 하지만 본인이 한번 해 보겠다는 강한 의지로 하루하루 노력하다 보니 어느덧 뜨거웠던 여름방학이 지나고 있었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기초, 기초, 기초---. 내가 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많은 학생들이 이 기초를 무시하는 것을 정말 많이 봐 왔다. 우리는 반드시 기초부터 제대로 익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어떤 화려한 것도 해낼 수가 없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과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던 랜디 포시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바로 직전 마지막 강의를 했다. 그리고 그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한 것은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기초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건물을 지을 때도 바닥의 기초를 잘 닦아야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건물이 올라가기 전 빈 공터에 바닥을 얼마나 깊게 파는지를 보면 얼마나 높은 건물이 그 자리에 들어설지 예상할 수 있다.

 

미국에 있었을 때, 뉴욕의 세계무역센터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911테러로 무너진 자리에 또다시 큰 건물을 짓기 위해 기초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터를 잡기 위해 땅을 파 놓았는데 그 크기와 깊이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깊은 구멍이 마치 끝없는 블랙홀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공터의 넓이가 넓고 깊을수록 높은 건물을 세울 수 있는 것처럼 영어도 제대로 된 깊은 기초 학습이 더 높고 수월한 영어 실력을 갖추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선생님, 저 87점 맞았어요!”

 

종건이가 공부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치른 중간고사 영어 점수를 말해 주었다.

 

“잘했구나! 내가 예상한 것보다 잘 받았네. 이번 시험에서 다른 학생들보다 네 점수가 가장 궁금했는데 말이다. 축하한다! 열심히 한 보람이 있구나. 하지만 다음 번 시험에서 이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받으면 이번 점수가 진짜 네 실력이고, 그렇지 못하면 이번 점수는 우연이라고 생각할 테니 더욱 열심히 해라.”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놀랐다. 주변 친구들도 모두 놀랐다. 학생들의 어머니들도 모두 놀라서 내게 축하 메시지를 전해 왔다. 영어 점수가 빵점이었던 학생이 여름방학을 이용해 불과 3개월 만에 이룬 성과로서는 내가 봐도 놀라울 뿐이었다.

 

그만큼 종건이는 피나게 노력했다. 공부방에 매일 3시간 정도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도 영어 단어 암기와 문법 설명, 독해 구문 분석 등의 과제를 하루에 최소 3시간 이상 스스로 공부했다. 물론 비교적 여유 시간이 있는 여름방학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종건이의 눈빛을 보면 그 시기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영어를 접하는 것이 우선이다. 분량이 아무리 많고 반복된다 하더라도 종건이처럼 자신의 혼을 담아 피눈물 나는 훈련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빵점을 받던 학생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당연히 성적과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종건이는 지금도 열심히 공부 중이다. 가끔씩 종건이가 자신의 영어 점수가 빵점이라고 고백하던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지금 이렇게 영어를 잘하고 열심히 하는 종건이의 모습을 보면 무척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영어 시험 점수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좋은 점수를 받고 있을뿐더러 영어를 무척 좋아하게 된 점이 정말 기쁘다.

 

이제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뿐만 아니라 여유까지 찾을 수 있다. “이번 시험에는 영어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한번 열심히 해 봐야겠어요.”라는 말도 들었다. 물론이다.

 

종건이의 사례처럼 어떤 과목이든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가 어렵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다시 기초로 돌아가자. 사회 과목이 어려우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펴고, 영어가 어려우면 다시 알파벳과 발음부터 완벽하게 다시 공부하면 된다. 기초가 튼튼하면 그 위에 세워지는 건물 역시 튼튼하다. 공부도 기초를 튼튼하게 다지고 기본적인 개념을 완벽하게 확립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것은 비단 영어만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에서도 중요한 토대가 될 것임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