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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의 영어이야기--청국 유학생들의 영어학습<1>

리첫 2018. 2. 9. 16:42

개화기의 영어이야기--청국 유학생들의 영어학습<1>

 

희랍(그리스)의 “이솝우화(Aesop's Fables)”에 나오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란 우화가 묘두현령(猫頭懸鈴)이라는 이야기로 실크로드를 넘고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에까지 흘러들어온 바처럼, 영학(英學) 역시 대륙을 통한 문물 도입의 옛 경로였던 중국을 경유한 경로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것은 기연(奇緣)이었다.

 

청나라의 서계여(徐繼畬)가 지은 “영환지략(瀛環志略)”과 위원(魏源)의 “해국도지(海國圖誌) 등에 의하여 세계정세를 얼마쯤 짐작하고 있던 고종 임금은 1880년 주일청국공사관의 참찬관으로 있던 황준헌(黃遵憲)*이 저술하여 김홍집(金弘集) 수신사의 귀국 편에 보내온 “사의조선책략(私擬朝鮮策略)”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리하여 1881년에는 무비자강(武備自强)**을 위하여 이조참의 김윤식(金允植)을 영선사(領選使)로 삼아 38명의 학도와 공장(工匠) 유학생을 청국 천진(天津)에 보내어 중국화된 서양의 선진 무기제조 기술을 배워오도록 하였다.

 

“조선책략”에는 조선 학생들을 북경의 경사동문관(京師同文館)에 보내 서양말을 배워오게 하라는 권고안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으나 실상은 오로지 무기제조 기술만을 배우도록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유학생들은 모두 영어를 배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영어만을 전습한 유학생도 있게 되었다.

 

당시 오중상(吳仲翔) 관찰이 관할하던 수사학당(水師學堂)은 1880년 이홍장(李鴻章)의 주청에 의하여 복건성(福建省)에 세워진 것이어서 자연히 복건성 태생의 사람들이 많았다. 학과는 항해과와 기관과로 나뉘어져 있었으며, 입학 연령은 13세에서 20세까지로 총명하고 기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경서(經書) 두서너 권을 읽은 적이 있는 자를 선발하였고 오전에는 영어와 영문***, 오후에는 한문을 가르쳤으며 산수도 아울러 가르쳤다. 나아가서 2-3학년은 천문학, 4학년은 기하, 역학, 미적분, 측량, 화학 등을 배우고 5학년에는 외국인 연습선 교원을 따라서 선박, 돛대 다루기 등을 배웠다. 5년의 기한이 찬 뒤에는 영어시험 등을 치룬 다음, 외항 연습선을 타고 바람과 파도를 견디어 내기, 해상 행군, 포진법 등을 익힌 뒤에 능력에 따라서 우수한 자는 유럽에 보내어 더욱 정진케 하여 크게 기용하도록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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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준헌은 1882년에 샌프란시스코 주재 청국 총영사가 되었다.

 

** 군비를 갖추어 스스로 강해지겠다는 뜻

 

*** 영문(英文)은 written English 즉 reading과 writing을 말하고, 영어(英語)는 spoken English, 즉 hearing과 speaking을 말한다. 이종배(1978)의 “구한말의 영어교육과 교수법” 4쪽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