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을 탈퇴해서 ‘서양’과 한패되기<1>
후쿠자와가 말하는 것을 잘 생각해보면 정말 섬뜩하다. 그는 인간사회는 두 종류밖에 없다고 했다. 하나는 ‘농민의 아들은 농민’으로 정해져 있어, 평민을 교육시키지 않고 지배자만이 지혜를 갖고 있는 신분제의 ‘동양’이라는 국가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일반인도 교육하고 심신을 발달시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타인을 밀어내는 자유경쟁을 벌여 경제성장을 하는 ‘서양’이라는 국가들이다. 그리고 ‘서양’은 아무래도 욕망의 확대에 비해 정신의 발달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불평불만이 쌓이고 결국 식민지를 얻기 위해 ‘동양’을 침략한다. 세상에는 이 두 종류의 형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후쿠자와는 말한다.
여러분들이라면 어떤 나라를 선택하겠는가? 어느 나라에 살고 싶은가? 후쿠자와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것은 일본이 동양이기를 그만두고 서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째서 서양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그 이유도 확실하다. 서양은 동양을 점차 식민지화하고 있다. 일본이 동양인 채로 있으면 서양의 식민지가 될 뿐이다. 그것이 싫다면 동양이기를 그만두고, 즉 에도시대의 신분제도를 포기하고 서양의 문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후쿠자와는 뒤이어 1885년(메이지 18) 2월 쓴 <아직 당부해야 할 것이 있다>와 <나에게 당부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당부한다>는 시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유럽-미국-아프리카-오스트레일리아 등은 이미 백인이 점거해버려 남아 있는 곳은 단지 아시아뿐이다. 이 아시아도 저녁 해가 서산으로 기울 듯 석양의 위험이 바싹 다가와 있다. ------이란에서 동인도-미얀마-태국-베트남에 이르기까지 이미 모두 유럽인들에게 정복되었거나 혹은 아직 공공연하게 정복되었다고 들리지는 않지만------ 유럽인들의 사정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정복을 유예한 것뿐이다. ------전 세계의 실세가 이러한 형편이라면, 우리 일본만이 대세의 바깥에서 초연하게 있어서 되겠는가?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세계는 머지않아 서양 백인들을 위해 점령당해야만 하는 추세로 돌아가고 이 대세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을 맞이해서, 한층 아득바득하게 일발 역전의 계책을 궁리하며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혜가 있는 자에게 걸맞지 않는다는 비평도 있지만, 나는 한마음으로 우리 일본국의 독립을 주장하며 결코 한 발자국도 물러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