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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영어이야기--영학자 좌옹 윤치호<2>

리첫 2018. 4. 13. 15:39

개화기 영어이야기--영학자 좌옹 윤치호(2)

 

1921년 호놀룰루에서 열린 범태평양교육대회에 참석한 신흥우(申興雨) 박사는 간다가 자신을 장악하려던 술책을 위기일발로 모면하고 조선 대표로 활약하였던 것인데, 신박사가 아는 간다는 “일본에서 영어를 제일 잘한다고 했고, 일본 유신 때부터 외교에 공이 많다고 해서 남작을 타게 된 사람”이라고 하였다.

 

1882년 12월경 동남개척사로 있던 김옥균은 일본에 사신으로 갔을 때 윤치호에게 일본말만 배우지 말고 영어를 배워야 일본을 경유치 않고 태서(서양을 가리키는 말) 문명을 직접 수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치호는 일본어 공부를 중단하고 영어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선생을 구하던 차에 요코하마 주재 화란 영사관의 서기관이 조선말을 배우려고 선생을 구한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어 반시간은 영어를 배우는 대신 반시간은 조선말을 가르쳐 준다는 교환조건으로 다시 영어를 배우게 되었다. 그때 비로소 ‘프라이머(Primer)’ 제1권이라는 교과서로 1883년 1월부터 1883년 5월까지 다섯 달 동안 매일 한 시간씩 영어를 배웠다.

 

“좌옹(佐翁) 윤치호 선생 약전(略傳)”(1934)에는 그가 화란(네덜란드) 사람 집에 가서 처음으로 영어를 배운 1883년 1월 18일의 일기에 ‘기초 독해와 문법(First Reader and Language)’을 읽었다는 기록이 보이며, 그날부터 프랑스 건축가 사루다로부터 영어를 배우고 밤 열한 시에 귀가하였는데, 그와는 상해 유학 시에도 편지 왕래가 있었다. 또한 그해 2월 8일에는 도쿄 산호각(珊瑚閣) 서점에서 17원 50전에 롭샤이드(W. Lobscheid)가 저술하고 쓰다(津田仙)가 번역한 “영화화역자전(英華和譯字典)-부록부(附錄附)”(1876) 한권과, 1원 40전에 “영화어학독학안내(英和語學獨學案內)”를 산 다음 요코하마로 가서 반달치의 밥값을 내고 숙박하면서 영어를 배웠다. 영어를 배운지 사흘째 되던 1월 20일의 일기에는, “Weather very cold, from 8 o'clock in the morning, have come at No. 170, bluff yesterday,”라고 썼으며, 23일의 일기에는 “이날 오전에 지진(是午地震). Earthquake”라고 쓸 수 있었다. 그가 ‘프라이머’를 조금 배웠을 때만 하더라도 주변의 사람들이 신기하게 여긴 나머지 그를 서양 사람 차에 데리고 다닌 일도 있었으며, 길가에서 서양 사람을 만날 때면 쫓아가서 “Good morning, How do you do?”라면서 의기양양해 하였다. 그가 사용한 세 가지의 영어책 중에서 ‘프라이머’란 것은 요코하마의 영어학교인 슈분칸(修文館)에서 발행된 “1869년도 요코하마 슈분칸 영어학교용 기초 입문서(The First Primer, for the Use of the School Shoobunkan at Yokohama, 1869)”였을 것이고 ‘기초 독해와 문법’이란 윌슨(Marcius Wilson)이 쓴 ‘기초 독해서(The First Reader)’나 ‘롱만 기초 독해서(The Longman's First Reader) ’ 등으로 보여 진다. 밀레 여사를 제외하고서는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화란, 프랑스, 일본인을 통해서 영어를 배우게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