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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영어 이야기-- 영학자 좌옹 윤치호<4>

리첫 2018. 5. 12. 12:49

개화기 영어 이야기-- 영학자 좌옹 윤치호<4>

 

1884년 갑신정변을 현장(우정국)에서 목격한 좌옹은 신변의 위험을 느끼게 되어 망명 겸 영어 공부를 위하여 1885년 1월 귀국하는 푸트 공사를 따라 나가사키까지 동행하여 상투를 자르고 양복을 입은 다음 8일 출항하여 11일 상해에 도착했다. 이튿날 중서서원(中西書院: The Anglo-Chinese College)에 입학하여 13일부터 영문법을 배웠으며 4년 동안 본넬(W.B. Bonnel) 교수의 지도로 영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되어 회화도 어려움 없이 하게 되었으며 일기를 영문으로만 기록하였다.

 

그는 상해의 조계(租界)에 있는 헌 책방에 가서 값이 싼 영문 소설책들을 5전이나 10전을 주고 사와서는 갈피마다 아는 단어라곤 몇 자 안 되더라도 좌우간 통독하여 전체의 대의만을 파악하고는 다시 값이 싼 소설책을 사서 그와 같이 읽기를 계속하여 점차 소설에 대한 취미도 붙이어 수십 권이나 독파하게 되었다. 하루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가장 필요시 되는 단어는 기어코 암송하면서 손으로 자꾸 써보는 학습 방식으로 공부하여 많은 효과를 보게 되었다.

 

미국 유학

 

좌옹은 중서서원의 알렌(Young J. Allen) 원장이 밴더빌트(Vanderbilt) 대학의 신학부장 틸렛(W.F. Tillet)에게 보내는 소개장을 들고 1888년 10월 상해를 떠나서 11월 4일 테네시(Tennessee) 주의 내슈빌(Nashville)에 도착, 신학부의 별과생으로 입학하였다. 이곳에서 2년간 배운 어학은 문법적으로 완벽하여 틸렛 교수는 좌옹의 논문을 보관하였다가 미국 학생 중에서 무미건조한 글을 쓰는 학생에게 모범 문장으로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재학 중에는 조선을 알리려고 지방 순회연설도 하였다. 1890년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그는 조지아 주의 아틀란타에 있는 에모리(Emory) 대학에 입학하여 대학 총장 캔들러(Dr. Candler)의 총애를 받으면서 학업을 마치고 1893년 10월 하순 아틀란타를 떠나서 11월 14일 상해의 중서서원으로 돌아가서 교편을 잡게 되었다.


좌옹은 다산(茶山) ‘아학편(兒學編)’과 같은 ‘유학자취(幼學字聚)’(1908)를 지어내는 한 편, ‘의회통용규칙(議會通用規則)’(1890), ‘이삭우화(伊索寓話:Aesop's Fables),’ ‘걸리버 여행기(Guliver's Travels),’ ‘로빈슨 크루소(Robinson Crusoe)’ 등을 번역하였거니와, 관립한성외국어학교의 영어 교사 이기룡(李起龍)이 1911년 8월 17일에 조선인 최초로 지었던 영문법서인 ‘중등영문전(中等英文典:English Grammar for Middle School)’에 이어 조선인에 의한 두 번째 영문법서 ‘영어문법첩경(英語文法捷徑:A Short-cut in English Grammar)’을 1911년 10월 20일 동양서원에서 발행하였다.

 

이 책은 중서서원과 개성의 한영서원(韓英書院:The Anglo-Korean School)<*인천 송도 중고등학교의 전신>에서 가르치던 영문법의 강의 골자로 엮어진 것으로서 한영서원의 초창기 학생인 김동성<*‘선영사전(鮮英辭典:1928)’의 저자> 과 좌옹의 장남 윤영선<*Mount Hermon School과 Ohio State University 출신으로서 농림부 장관과 YMCA 총무 역임>도 이 책이 나오기 전에 이미 내용으로 영문법을 배웠다.

 

좌옹은 중서서원에서 학생들에게 “쓸데없는 단어는 쓰지를 말어라. 어느 말이든지 그 말에 적절한 말은 하나뿐이다. 그 말을 찾아 바로 써 보아라. 그것이 어학을 잘 하는 비결이다.”라고 강조하여 청국 학생들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거니와, 그는 1910년에 남감리교회 평신도협회에서의 연설에서 “Scattreation”<윤치호가 연설 중 'scatterarion'이라는 용어를 새로 짓게 된 맥락은 “아무리 선교사업이 발전되더라도 외면과 평면적으로 넓어지고 벌여 놓는 것은 하지 말자. 사람들은 무작정 일을 벌이려 한다. 그리고 하나라도 견실히 하려는 것보다 이것저것에 손을 대려 한다. 선교사업도 그런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분산된 모습을 버리고 우리의 전 힘과 일을 한 곳으로 집중하자”라는 연설 내용이었다.>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지어내기도 하였다.

 

‘영어문법첩경’은 4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편은 장과 과로 뉘어져 있다.

 

1915년 조선총독부는 이 책을 교과용 도서로서 불인가하였으나 항간에서는 꾸준히 읽혀서 윤치호 문법시대를 이루게 되었으며 좌옹은 시대의 변천에 발맞추어 1928년 9월 27일 조선기독교 창문당 서점에서 개정판이라 할 ‘실용영어문법(實用英語文法: Practical Emglish Grammar)’을 발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