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영어공부법--잠들기 전 30분을 이용하라
잠자기 전 30분은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일 뿐만 아니라 다음날 영향을 주는 중요한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을 효율적인 학습 시간으로 사용한다면 더욱 좋다. 특히 독서나 언어를 공부하는 시간은 낮보다 밤이 제격이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마음으로 읽는 책과 공부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또한 잠들기 전 읽은 책의 내용이나 교훈이 기억 속에 깊이 정착되기 때문에 하루 중 그 어떤 시간보다 소중하다.
<잠자기 전 30분>의 저자 다카시마 데쓰지는 잠자기 전 30분이 뇌에 좋은 정보를 보내고, 자는 동안 기억을 강화해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역행억제(retroactive inhibition)’라는 학습심리학의 개념을 소개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공부를 한 후에 다름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바로 잠을 자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한다. 30분 동안 독서나 공부를 하고 잠이 들면 그 시간 동안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그 내용을 고스란히 기억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공부를 하고 나서 TV를 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자면 그 효과가 그만큼 줄어든다고 한다.
흔히 잠들기 전에 풀리지 않던 문제들이 다음 날이면 쉽게 풀리는 것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잠자기 전에 고민했던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이 다음 날 갑자기 떠오른다. 이것은 잠들기 전에 생각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잠이 든 후 기억 속에 저장되고 계속 생각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잠자기 전 독서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한다. 잠들기 전에 항상 책을 읽고 아내와 토론을 한 뒤 잠자리에 든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는 잠들기 전 독서가 더욱 중요해졌다. 아이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교육할 것인지에 대해서 매일 밤 독서와 토론이 계속되었다. 마침내 우리 부부가 내린 결론은 역시 ‘책 읽기’였다.
지금까지도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아이들과 우리 부부는 책을 읽는다. 한글이든 영어든 어떤 책이든 가리지 않고 읽는다. 원래 계호기은 아이들이 30분 정도 책을 읽고 잠들게 하는 것이었지만, 책을 좋아하게 된 아이들은 가만히 두면 2시간이든 3시간이든 계속 책을 읽는다. “그만 읽고 자자.”라는 말을 수업이 해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읽는다. 심지어 여행을 가거나 다른 곳에서 잠을 잘 경우에도 책을 꼭 읽고 잔다. 나는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읽은 책들이 분명 큰 지식이 되고 머릿속에 깊이 저장되어 더 창의적인 아이들로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
아시아 최대 갑부인 홍콩 청쿵그룹 리자청 회장은 중학교 중퇴 학력이지만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장 출신으로 아들에게 “책에서 길을 찾아라.”라고 항상 강조했다. 아버지의 가르침은 평생의 독서 습관으로 이어졌다. 그가 홍콩 최고의 부자로서 추앙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매일 잠자기 전 30분 독서를 실현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자이자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 역시 잠자기 전 독서를 평생 실천해 오고 있을 정도로 책벌레로 유명하다. 트럼프는 어떤 약속이든 밤 10시 전에는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무려 3시간 동안 책을 읽는다고 한다. 경제뿐만 아니라 철학과 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독서의 범위도 광범위하다. 도널드 트럼프가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은 독서의 힘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아이들의 영어 실력이 문제라면 잠들기 전 30분의 시간에 더욱 영어에 매진해야 한다. 특히 언어는 매일 반복되는 습관화에 본인의 것으로 체화하기 때문에 잠들기 전 30분의 학습 효과는 다른 과목들 보다 훨씬 크다. 잠들기 전 자신이 부족한 영역을 집중적으로 보충하고 잠드는 것이 좋다. 단어나 문장들을 반복해서 외워도 좋고, 문법이 약하면 문법의 개념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듣기가 약하다면 리스닝 모의고사 CD를 틀어 놓고 잠들면 더욱 효과가 좋다.
나도 짐에서 아이들이 책을 다 읽고 방의 불을 끄면 항상 영어 CD플레이어를 켠다. 잠들기 전에 읽었던 책 중에 같이 포함되어 있던 영어 원음 CD를 들으면서 잠을 청한다. 사람은 누구나 잠들고 나서도 약 10분간 무의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때 듣는 내용들도 자연스럽게 학습이 된다.
또한 우리 부부는 ‘인문고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어려운 고전 문학을 읽힐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선 다소 쉬운 편인 공자의 <논어>부터 함께 읽어보기로 했다. 하루에 한 소절씩 잠들기 전에 3살이 된 아이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책을 읽으려 하지, <논어>처럼 어른들이 읽어도 어렵고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좋은 방법이 없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책 읽기를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갖게 하려면 ‘아이들이 잠든 후 책을 읽어주는 것도 좋아요’라는 책을 한 구절을 읽었다. 즉시 실행에 옮겼다.
아이들이 잠이 들면 잠자는 아이 귀에 대고 소곤소곤 <논어>의 한 소절을 읽어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의 뜻풀이와 엄마, 아빠의 생각을 말해 주었다. 아이는 잠들었지만 마치 아이와 대화하듯이 질문도 하고 대답도 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잠든 후 책 읽어 주기’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점차 아이는 잠들기 전 조금씩 <논어>를 읽고 대화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설명해주고, 어려운 문구가 나오면 함께 인터넷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그렇게 시작한 고전문학 읽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에게도 인문고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논어>를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하고 있다. 집에서 두 구절 정도를 읽고 자신의 생각을 써 오면 수업 시간에 약 10분 정도 발표하고 토론 시간을 갖는다. 처음에는 ‘선생님이 왜 <논어>를 읽으라는 거지?’, ‘영어 수업 시간에 인문 고전 토론이라니?’하고 학생들과 부모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인문고전이 진정 아이들의 뇌를 확장시켜 주고 머리를 좋게 만들어 주는 산삼과도 같은 책이다.”라고 수시로 강조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던 <논어>였지만,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다 보니 무척 재미있어 하고 남다른 의미를 찾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 이제 어머니들은 이렇게 말한다.
“제가 아이에게 읽히려 해도 어려워서 힘든 책을 선생님이 이렇게 같이 읽고 생각하게 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인문고전이든 영어든 아니면 다른 어떠한 분야든 잠들기 전 30분의 책 읽는 습관은 아이와 부모를 위한 가장 지혜로운 행동이다. 굳이 책 읽기를 통해 성공해야겠다는 거창한 다짐을 할 필요는 없다. 잠들기 전 30분 동안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영어 영재가 되겠다는 마음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저 인생에서 유익한 나만의 즐거움을 가져다 줄 좋은 습관을 들인다는 생각으로 실행해 보길 바란다. 그 효과는 날이 갈수록 눈에 띌 것이며, 평생 좋은 마음과 지혜로운 생각으로 풍부한 인생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