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공부법--노무현
선행학습법
일반적으로 대학생들이 보는 법률 서적을 초등학생에게 읽힌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학생들은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짜증이 날 것이다. 또한 내용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그것이 의식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심리 현상이다.
그러나 무언가 느낄 수도 있다. 막연히 법조인에 대한 동경심이나 환상이 생길 수도 있고 법률 서적의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 잔상이 뇌리에 남아 나중에 다시 공부를 할 때 기억력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것은 무의식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특수한 심리 현상이다.
인간의 무의식, 곧 잠재력은 무한한 이런 무의식의 원리를 공부에 활용하는 것이 바로 선행 학습이다. 즉 선행 학습은 어려운 내용일지라도 일찌감치 미리 익혀서 예습 능력과 잠재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요즘은 선행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초등학생이 중학생 과정을 공부하고, 중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노무현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선행 학습이라는 표현이 없었지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선행 학습을 했다. 노무현은 대학생 형이 보던 법률 서적을 뒤적이며 일찌감치 법조인의 꿈을 키웠다. 노무현이 초등학교 5학년 때 큰형은 가난 때문에 고시 공부를 포기했지만, 막내 동생에게 법전과 법률 서적을 보여주며 판검사의 꿈을 심어 주었다.
노무현은 당시에는 형이 어떠한 의도에서 그러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무의식적으로 형의 꿈을 실현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어린 시절 자신의 우상이자 멘토였던 큰형이 허망하게 꿈을 포기하고 자신이 그 꿈을 이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노무현은 선행 학습 중에서도 매우 강도 높은 선행 학습을 한 셈이다.
노무현은 중학교 3학년 때 5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시험에 도전하겠다며 형이 본 법제대의와 헌법의 기초를 꺼내 읽었다. 하지만 몇 달 후에 공부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학생들에게도 어려운 법률 서적을 까까머리 중학생이 보았으니 책 내용은 고사하고 법률 용어 자체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인간의 무의식은 대단하다. 그 당시에는 구체적인 법률 지식을 머릿속에 입력하지 못했지만 법률 용어가 꽤나 익숙해져 훗날 다시 법률 공부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선행 학습 덕분인지 노무현은 사법고시의 예비 시험에 어렵지 않게 합격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책값을 마련하느라 공사판을 전전하면서, 군에 입대하면서 그리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공부하는 것을 지속하지 못해 10년 만에야 고시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노무현의 자서전을 읽어 보면, 어릴 때부터 법률 서적을 수없이 반복하여 읽었음을 알 수 있다. 요즘으로 치면 선행 학습을 꾸준하게 이행해 온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선행 학습은 오히려 학습 의욕을 꺾을 수 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노무현도 한때 고시는 물론, 고등학교 진학조차 포기하고 방황했다. 선행 학습은 잘못하면 퇴행 학습으로 변할 수 있음을 명심하라. ‘남보다 반 보 앞서가라.’는 말처럼 너무 앞서 가는 공부보다 조금 더 앞서 나가는 공부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