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기뻐하는 공부법--'돌파하는 감각‘은 반드시 습관이 된다<4>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잘하는 일을 계속해봤자 뇌는 기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도파민은 잘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 일을 해냈을 때는 방출되지 않는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일에 열심히 부딪혀보고 고생 끝에 목표를 달성했을 때 도파민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내가 이런 일도 할 수 있다니!”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의외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기쁨도 커지는 것이다.
고등학교 때의 영어공부법이 이러했다. 보통 영어 공부를 한다고 하면, 일단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문법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나는 이런 공부법으로는 영어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나의 뇌를 기쁘게 해주는 공부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가 선택한 공부법은 끊임없이, 그리고 철저하게 영어 문장을 읽는 것이었다. 그 당시 나는 ‘빨강 머리 앤’을 좋아해서 이 시리즈 전체를 원서로 읽었다. 본격적으로 영어책을 읽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무모하게도 사전도 펴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때의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처음에는 읽어도 괴로울 뿐이었다. 뇌 속의 볼트와 너트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은 것처럼 아주 답답하고 불안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참고 몇 권을 계속 읽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영어가 술술 읽히기 시작했다.
뇌 속에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 후로는 “영어 따위는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힘들면 힘들수록 그 뒤에 오는 기쁨은 크고 학습능력은 더욱 강화된다. 이것이 노의 메커니즘이다. 중요한 것은 이 ‘힘든 상황’을 어떻게든 돌파하는 것이다.
내가 진행을 맡고 있는 NHK의 “프로페셔널, 일의 방식”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틀림없이 뇌에 부담을 줘서 기쁨을 이끌어내고, 도파민에 의한 강화가습 사이클을 작동시킴으로써 굉장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만화업계의 슈퍼스타인 우라사와는 연재만화 2권에 매달 마감이 다섯 차례나 되는 가혹한 스케줄을 소화해내며, 발행부수 1억 권 이상이라는 경이적인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야와라!”, “몬스터”, “20세기 소년”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우라사와는 “만화를 그릴 때 가장 힘든 것은 콘티를 짜는 일”이라고 말했다. 페이지를 여러 칸으로 나눈 다음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고 대사를 적어 넣는 작업을 말한다. 일종의 설계도 같은 것으로 작품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만화가의 창조성이 가장 요구되는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라사와는 콘티를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혹독하고 힘든 일이며, 아이디어를 낼 때나 작화를 하는 동안에는 마치 좌선에서 말하는 ‘반안(반안)’처럼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정신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우라사와에게는 작화를 돕는 어시스트가 몇 명 있다. 하지만 콘티를 다듬고 완성해 나가는 작업은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없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오로지 혼자만의 작업인 것이다.
콘티 작업이 끝났을 때는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고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피로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 느낌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은 ‘콘티’가 완성되었다고 우라사와는 말했다.
뇌에 강한 부담을 주고 고통을 느끼게 하면 그 뒤에는 더 좋은 콘티가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성공 체험이 도파민의 분비를 더욱 촉진시키고, 그로 인해 콘티를 그리는 회로가 강화되면서 멋진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우라사와의 이야기는 바로 ‘강화학습의 사이클이 강렬하게 작동한’ 훌륭한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