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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공부법--노무현<4>

리첫 2019. 6. 25. 11:19

대통령의 공부법--노무현<4>

 

논술을 잘 쓰려면

 

“정치에서 돈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제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돈이 없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치인이 돈을 자칫 잘못 만지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

 

이는 노무현의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에 나오는 말이다. 도덕성과 같은 고상한 말을 생략한 채 정치인에게 돈은 필수적이지만 잘못 다루면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

 

노무현의 글을 보면 빙빙 돌리지 않고 화살처럼 시원하게 직선으로 날아온다. 그래서 통쾌하고 재미있다. 예컨대 그는 훌륭한 정치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3대 요건으로 권력 장악 능력과 살림살이 솜씨 그리고 역사의식을 꼽았다. 비전 제시 능력이니 결단력이니 하는 그럴듯한 요건 대신 권력을 장악하고 돈을 잘 굴리되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특히 논술을 잘 쓰기 위해서는 노무현의 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뚜렷한 자기주장과 솔직한 감동, 끊임없는 훈련이다. 노무현이 쓴 글들을 보면 이 세 가지 요건이 맛있게 잘 버무려져 있다.

 

특히 “인세로 돈 좀 벌었다.”고 실토한 <여보, 나 좀 도와줘>를 읽어 보면, 노무현다운 솔직담백함과 자기주장이 잘 나타나 있다. 흔히 정치인들의 자기 자랑과 미사여구로 가득 차 있는 홍보용 자서전과 달리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논술 전문가들은 노무현의 글 솜씨가 상당하다고 인정한다. 이제 논술을 잘 쓰기 위한 세 가지 요건을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뚜렷한 자기주장

 

글을 쓰는 사람의 주장이 모호하면 그것은 논술로서의 자격을 상실한 것과 마찬가지다. 너무 지나치지 않게 자신이 주장하고자 하는 것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둘째, 솔직한 감동

 

노무현이 전해 주는 감동은 그의 다채로운 삶에서 비롯한다. 가난하고 반항적이었던 학창 시절만 간추려도 책 한 권 분량이 넘을 듯하다. 그러나 감동을 주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노무현처럼 험난한 시절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간접 경험인 독서이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호기심이 많았던 노무현은 두 형의 공부방을 드나들며 다양한 책을 읽었다. 소설책과 위인전, 연애소설, 법률 서적에 이르기까지 잡다한 책을 섭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는 것이 많아졌다. 여기에 공사판 등의 현장 체험까지 더해지니 노무현은 할 이야기가 더욱 많았고, 감동 요소 역시 풍부했다.

 

셋째, 끊임없는 훈련

 

글쓰기를 끊임없이 연습하면 실력이 늘고, 요령도 생긴다. 노무현은 20대 초반부터 어떤 사안에 대해 감정이 생기면 곧바로 볼펜을 꺼내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1966년 스물한 살 대 공사판에서 일을 하다가 다쳐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며 <희망도 없이 돌아다니는 노가다들의 삶과 애환>과 <간호원 연가>라는 자전적인 단편소설을 쓰기도 했다.

 

얼마 전 <00일보>가 ‘맛있는 대입’이라는 교육 섹션에서 전문가들의 논술 답안 작성법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 안에 담긴 내용이 노무현의 글쓰기 방법과 상당히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양비론, 양시론과 같은 절충적 견해는 피하고 자신의 견해를 명확히 서술하라. 자신만의 색깔, 즉 독창적인 자기 사고를 담아 논제에 맞춰 정확하게 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한 전체 분량의 2/3는 자기 생각을 담아야 하고 상투적이고 긴 예시나 일화 등은 피해야 한다.”

 

글을 잘 쓰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노무현 스타일은 벤치마킹하기 바란다. 즉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전달하되 감동을 주도록 글쓰기를 연습하고 또 연습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