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기뻐하는 공부법--공부와 나의 거리를 ‘0’으로 만들어라<14>
집중력을 발휘해서 공부할 때를 생각해보자. 그 순간은 공부에 정신없이 몰입해서 자신과 대상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이러한 ‘몰아(沒我)’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공부가 됐든 일이 됐든 좀처럼 향상될 수 없다. 나를 잊어버릴 정도로 집중하지 않으면 대상과 나 자신 사이에 벽이 있는 것과 같다.
즉 일이나 공부에 대한 패배의식이나 혐오감,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데서 오는 초조감 때문에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한숨을 쉬거나 자꾸 다른 일에 정신을 팔게 되나. 진지하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나 공부를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과제와 부딪히고 해결하려 하지 않고 회피하는 사이에 시간을 흘러가고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이처럼 공부나 일을 못하는 사람은 몰아 상태를 스스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부나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자신과 대상을 일체화시킨다. 자신과 공부(또는 일)가 일체화되어 있어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즉시 해결에 착수한다. 오로지 눈앞의 일에만 집중하며, 특별히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시간이 흘러가는 줄도 모르고 잡음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본인은 그저 단순히 일을 즐기고 있는 상태다.
이것을 ‘플로(flow) 상태’라고 한다.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경기 중에 이 플로 상태를 체험하나. 야구선수가 공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거나 축구선수가 패스를 해야 할 방향이 선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이 플로 상태에 있는 순간의 특징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행동에 수반되는 결과가 아니라 그 행동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연봉이나 성적, 승패에는 조금도 집착하지 않고 순수하게 일이나 공부, 경기에 집중하면서 그러한 집중 상태를 즐기는 것이다.
플로 상태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나 스포츠 선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누구든지 일생에서 적어도 한두 번은 경험한다. 어릴 때 놀이나 만들기에 정신이 팔려 날이 어두워진 줄도 몰랐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플로 상태다.
뇌는 이 플로 상태를 아주 좋아하며, 계속 재현하고 싶어 한다.
내가 플로 상태를 경험한 것은 처음 아르바이트를 할 때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와 친분이 있는 채소가게에서 콩나물을 비닐봉투에 담는 일을 한 적이 있다. 콩나물을 DSM 정도 담았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쨌든 하루가 끝나면 “수고했어, 겐이치로!”라는 말과 함께 일당으로 100엔을 주었다.
채소가게 입장에서 100엔은 노동의 대가라기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생애 처음으로 해본 일이 너무나 즐거웠다. 비닐봉투에 콩나물을 담는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오로지 그 일에 정신없이 열중했을 뿐이다.
지금 생각하면 단순한 작업이었는데도 질리지도 않고 1주일 동안 일했다.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은 모두 700엔이었다. 적은 돈이지만 그래도 아주 만족했다. 왜냐하면 작업과 나를 일체화해서 몰입했던 경험이 너무나 즐거웠기 때문이다.
만약 ‘콩나물을 비닐봉투에 담는 일 따위는 시시해!’라고 생각했다면, 도중에 질려서 내팽개치거나 일당이 겨우 100엔이라며 불만을 품었을지도 모른다.
공부나 일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려면 이처럼 ‘자신과 대상을 일체화해서 몰입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