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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기뻐하는 공부법--모댈리티를 활용하면 기억력이 높아진다<17>

리첫 2019. 7. 17. 10:34

뇌가 기뻐하는 공부법--모댈리티를 활용하면 기억력이 높아진다<17>

 

나는 어릴 때부터 기억력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는 시험기간이 되면 항상 교과서를 통째로 암기했는데, 그 과정에서 상요한 것이 전체 암기용 단어카드였다.

 

약간 큼지막한 단어카드를 사용해서 내가 직접 만들었다. 앞면에는 교과서의 포인트가 되는 문장을 옮겨 적는다. 이때 특히 암기하는 편이 좋은 단어나 용어는 빈칸으로 하고 뒷면에 그 답을 써둔다. 나는 모든 과목에 대해 이 카드를 만들어 시험에 대비했다.

 

이 카드는 반 친구들에게 소문이 나서 “겐이치로 카드 굉장한데! 그 카드 나도 좀 보면 안 될까?”라는 부탁을 자주 받았다.

 

이 공부법의 장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3장에서 소개한 ‘토막시간 공부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카드를 만들 때 손으로 쓰면서 외우기 때문에 기억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손으로 직접 쓰는 행위가 어째서 기억의 효율화와 연결되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뇌가 정보를 기억할 때의 메커니즘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기억은 뇌의 대뇌피질에 있는 측두엽의 측두연합야이라는 곳에 축적된다. 측두연합야는 오감(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나 행동 동기나 심리적 태도와 같은 여러 가지 기능, 즉 ‘모댈리티(modality’를 종합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측두연합야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여러 가지 모댈리티를 이용하면 기억이 쉽게 정착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영어를 머릿속으로만 읽지 말고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소리를 내서 읽고 손으로 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모댈리티를 종합적으로 사용해서 외우면 훨씬 쉽게 기억을 저장할 수 있다.

 

일단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듣고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 이것이 뇌에 기억을 저장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한다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 반 친구가 “시간을 들여 세계사 내용을 전부 노트에 베껴 썼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탄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어째서 제대로 암기할 수 없었을까? 그것은 뇌의 ‘기억회로’를 사용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인간의 뇌는 뭔가를 기억할 때 기억회로는 특정한 회로를 사용한다. 이 기억회로를 사용하지 않으면 종이에 몇 번을 써도 의미가 없다.

 

여기서 뇌가 기억을 저장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기억에는 즉시 사라지고 마는 ‘단기 기억’과 잊으려고 해도 언제까지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장기 기억’ 두 종류가 있다.

 

최종적으로 기억이 저장되는 곳은 대뇌피질의 측두엽이다. 이때는 장기 기억이라는 안정된 형태로 보존된다. 우리가 공부한 것을 장기 기억으로 보존할 때는 ‘해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해마의 작용이 없으면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축적되지 못한다.

 

또한 감정에 관계되는 뇌의 활동 중추인 ‘편도핵(扁桃核)’은 가까이에 있는 해마의 활동에 영향을 준다.

 

여러 가지 모댈리티를 사용하면 편도핵과 동시에 해마도 활성화되어 기억이 쉽게 정착된다. 긔고 해마에 저장된 것 중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뇌에 들어온 것은 ‘중요하다’고 판단되어 측두엽으로 보내져 장기 기억으로 정착된다.

 

이것이 기억의 메커니즘이다. 그러면 기억회로를 사용해서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영어 문장을 외울 때를 예로 들어보자. 먼저 영어 문장을 보나. 그 다음 그것을 옮겨 적는데, 이때 영어 문장을 보면서 쓰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문장을 한 번 본 다음 거기에서 눈을 떼고 적어야 한다. 이것을 여러 번 반복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원문을 보지 않는 것, 즉 일시적으로 머릿속에 기억해 그것을 옮겨 적는 작업을 해야 한다. 원문을 보면서 옮겨 적는 과정에는 ‘기억한다’는 작업이 빠져 있다. 따라서 이 경우는 기억이 정착되지 않는다.(앞에서 말한 친구의 예가 그렇다.)

 

이것이 ‘기억회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모댈리티의 종합 과정’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러한 것을 말한다.

 

단, 모댈리티를 동원해서 기억하는 작업은 뇌에 큰 부담을 준다. 100미터 달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 것과 같은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다. 확실히 편한 작업은 아니지만 이것을 반복하면 기억의 정착은 그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좋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