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Hunger to Harvard--아버지의 부재, 야구에 대한 꿈을 접다<3>

리첫 2019. 7. 31. 11:42

Hunger to Harvard--아버지의 부재, 야구에 대한 꿈을 접다<3>

 

1996년 15세 가을

 

손수 하신 요리로 우리 남매를 키우시던 아버지가 해외로 떠나셨다. 그것도 중남미에 위치한 온두라스라는 가난한 나라로, 아버지의 삶의 목표는 자선 사업가로서 남을 위해 세계를 위해 일하는 것이었다. 아무런 보상도 주어지지 않는 그 일에 아버지는 적극 헌신하셨다.

 

집을 떠나기 전, 아버지는 나보다 한 살 많은 형, 그리고 여동생에게 상황을 설명하시더니, 우리는 들어보지도 못했던 그 나라로 당신이 가도 되는지를 물으셨다. 우리는 찬성했다. 그때 나는 15세를 맞은 고교 1년생이었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부터 꿈에 그려 오던 고교 야구 무대에 서게 되었다. 물론 그 꿈은 고시엔(甲子園)으로 향한 것이었다. 상급 학년 선배가 한 명뿐이었기에 우리 1학년들은 일찍부터 주전으로 시합에 나설 수 있었다. 처음 접하는 경식(硬式) 공에 멍투성이가 되긴 했지만 우리 1학년이 중심을 이루어 팀의 승리를 이끌 정도였다.

 

그렇게 맞은 고교 1년차 가을.

 

아버지는 먼 이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셨다. 나는 더 이상 야구를 계속 할 수 없었다.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나는 그해 마지막 대회를 끝으로 야구인으로서의 삶은 종결하기로 아버지와 약속하였다. 1학년 마지막 대회, 그 대회에서 전에 없던 활약을 보여 주었음은 너무도 당연했다. 원래 강점이었던 수비는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비상한 활약을 보였다. 결코 강호가 아니었던 우리 팀이 현의 결승전까지 올랐다. 비록 결승전에서 강호 야나기우라(柳浦) 고교에 패하여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때 준결승으로 치러진 오이타 상고전(商高戰)을 잊을 수 없다. 오이타 상고는 내가 고3이 되었을 때, 오이타 현대표로 고시엔에 나갔던 베테랑 팀이었다. 우리 나이의 야구 세대를 흔히 ‘마쓰자카 세대(松坂世代)’라고 하는데, 고시엔을 제패한 요코하마 고교의 마쓰자카 다이스케(松坂大輔) 투수를 필두로 야구 인재가 풍부했던 세대였기 때문이다. 그 마쓰자카가 이끄는 요코하마 고교와 1회전에서 맞섰던 팀이 오이타 상고이다.

 

만약 우리가 승리하였더라면 마쓰자카와 대결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가 야구를 계속하였다면 베스트4에 올랐던 그해의 현(縣) 대회에서 우승하였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나는 이런저런 망상으로 과거를 돌이켜본다. 특히 오이타 상고에 이겨 결승에 진출하였던 나의 마지막 대회, 그 1학년 대회에서 나는 팀의 승리에 공헌하여 타격상을 받았다. 결코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시합이었다.

 

대회가 끝나고 나는 감독에게 야구부를 그만두겠다고 하였다. 집안 사정을 설명하며 나는 흐르는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다. 야구를 그만둔다는 것도, 어려운 집안 상황도------ 모든 것이 분하고 억울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