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ger to Harvard--국토 순례, 견문을 넓혀 미래를 꿈꿔라<5>
1997년, 16세 여름
고등학교 1학년 가을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여 절약 생활을 하다 보니, 약간이지만 돈도 모았다. 그 돈으로 2학년 여름 친구들과 일본 전국을 여행하기로 했다. 젊음! 견문을 넓히고 싶었다. 나는 그 당시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한 책, 시바 료타로(司馬遼太郞)의 “료마는 간다”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전국을 방랑하며 동지를 구하고 견문을 넓혀 혁명을 준비하였던 소설 속 막부 말기의 낭인들을 동경하였다.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접하며, 장래를 조망하여 설계한다는 명백한 대의명분으로 없는 돈을 몽땅 털어 전국 순례 길에 올랐다. 여름방학 기간 중에 더욱 바빠지는 아르바이트 업소에서 2주 정도를 휴가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도 나의 계획을 들은 점장은 흔쾌히 휴가를 승낙하며 급료에 용돈까지 얹어 주었다. 초등학생 시절까지 거주했던 동경(동경), 그곳 친구와 선배 그리고 대학을 다니는 형의 친구가지 모든 연줄을 동원하여 오사카(대판), 동경을 순례하였다. 그리고 동경에서는 현 친구의 차에 텐트 및 침낭을 싣고 도호쿠(東北), 홋카이도(北海道)를 여행하였다.
도호쿠 벽촌에 갔을 때 텐트를 치고 올려다본 하늘은 별천지였다. 동화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은하수가 웅대한 모습으로 천공을 수놓았다. 처음 접하는 그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한 순간에 마음을 빼앗겼다. 우주는 최고의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졌거나, 그렇지 않다면 ‘우연히 생겨난’ 기적 중의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세계에서 허락받은 삶을 진심으로 감사하였다. 그리고 그 체험은 천문학과 우주물리학에 대한 관심으로 증폭되었다. 그리고 아오모리(靑森) 오소레 산(恐山)에서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에 떨었고, 홋카이도 다이세쓰 산(大雪山)의 장대한 경치 앞에서는 위대한 존재의 기운마저 느낀 듯하였고, 팬티 차림으로 뛰어든 오호츠크 해에서 엉덩이를 다 드러내기도 하였다. 도카치 평야(十勝平野)에서 처음으로 지평선을 보았고, 갓 딴 토마토, 옥수수의 진미에 놀랐다.
광대한 자연에 묻혀 동행한 친구들과 서로의 장래에 대해 대화했다. 우주의 끝까지 가고 싶다든가, 노벨상을 타고 싶다든가, 총리대신이 되고 싶다든가------. 의미도 모르는 사회적 역할들을 향한 우리의 꿈은 거침이 없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이 세계는 우리가 가슴에 어떠한 꿈을 품더라도 관용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