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기뻐하는 공부법--뇌는 예상 가능한 것과 의외성이 섞여 있어야 기뻐한다<36>
인생에서 안전한 부분과 도전적인 부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두 부분이 균형을 이룬 상태를 뇌 과학에서는 ‘우유성(偶有性, contingency)’이라고 한다. ‘우유성’이란 예상할 수 있는 것과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절반씩 섞여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 우유성에는 지혜로운 원리가 숨어 있다. 예를 들어 연인이나 마음이 맞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를 때가 있다. 이야기에 열중하다 보니 시간조차 잊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화라는 것이 우유성에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대화에는 문법도 있고 리듬이나 분위기도 있어서 그 흐름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상대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에서는 대화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반대로 이야기의 내용이나 전개가 안전히 예측 가능할 경우에도 지루함을 느낀다. 누가 가끔 예상외의 발언이라도 하면 즐거운 것도 이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뇌도 예상 가능한 부분과 의외성이 섞여 있을 때 즐겁다고 느낀다. 영화나 드라마가 전형적인 예다. “이 다음에 주인공은 이렇게 될 거야.” “우여곡절을 거쳐 마지막에는 해피엔딩이 되겠지.”하고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즐기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예측하지 못한 일이 긴장을 조성하고 즐거움을 준다.
텔레비전 드라마 <미토고모(水戶黃門)>(에도시대에 민간인 복장으로 권선징악을 행하던 일본판 암행어사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8시 48분쯤에 “스케상, 가쿠상!”하고 두 제자를 부른 뒤 도쿠가와 가문의 문장이 찍힌 주머니를 보여주고, “이것으로 사건 해결!”이라는 말로 마무리한다. 매회 똑같은 <미토고몬>의 황금률이다. 하지만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는 전혀 예상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우유성이란 ‘안전한(secure) 것=예상할 수 있는 것’과 ‘도전적인(challenging) 것=새로운 것’이 적절히 섞여 있는 불확실한 상태를 말한다.
풍요로운 인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것과 안전한 것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전기지가 확고해져야 제대로 도전할 수 있다. 이것은 공부에만 국한되는 방식이 아니라,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한 방식이기도 하다 어느 한쪽이 극단적으로 많아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